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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추모' 물결 가득했던 안산…"영원히 잊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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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추모' 물결 가득했던 안산…"영원히 잊지 않아"

[현장] 세월호 11주기 맞아 주민들 곳곳에서 추모행사…기억식엔 한덕수 불참

"자, 이건 안전을 기억하는 꽃이야. 이 꽃 보면서 '항상 안전하게 지내야지' 하는 거예요, 알겠죠?"

"네~!"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부동 선부광장 한편에 선 파란 천막 안이 시끄러웠다. 5살 난 아이 열너덧 명이 노란 마가릿 꽃 화분이 놓인 책상 앞에 서서 저마다 손을 내밀고 있었다.

옷깃에 노란색 세월호 리본 브로치를 단 선부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은 한 명씩 화분을 챙겨준다고 바삐 움직였다. 아이들이 떠나니 어른들도 찾아왔다. 직원들은 찾아온 단원구 주민들에게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기억화분 나눔하고 있습니다", "4월 16일을 기억하는 꽃 받아가세요", "키우시면서 꼭 기억해 주세요" 라고 말했다.

'416기억마을모임'은 4월 한 달 간 안산시 25개 동 전체에서 열고 있는 '우리 마을에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꽃 나눔 행사를 열었다. 25개 동 마을 주민들과 복지관 직원들이 함께 결성한 이 모임은 3년 전부터 매년 4월에 각자의 마을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노란 꽃 나눔 행사를 열고 있다.

김은호 모임 대표는 "이곳은 세월호 아이들이 살았던 마을이니, 마을이 아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더는 이런 희생이 만들어지지 않는, 생명안전의 마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주민들과 나누고자 행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4월16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선부동 선부광장에서 416기억마을모임 구성원들이 '우리 마을에 노란 꽃이 피었습니다' 꽃 나눔 행사를 하고있는 모습. ⓒ프레시안(손가영)

세월호 11주기인 16일 안산 단원구에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마을 곳곳에서 열렸다.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과 노란색 추모 현수막들도 공공기관, 학교, 주택가 벽 곳곳에 걸려 있었다.

선부광장에서 마리골드 화분을 받아 간 윤옥희(75) 씨의 가방엔 노란색 세월호 리본이 달려 있었다. 윤 씨는 "작년에 받아서 1년 넘게 달고 다니는 중"이라며 "단원고 바로 앞 아파트에 살아서 참사가 남의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아까운 아이들이 희생됐다"며 "세월호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단원구 고잔동 인근 중·고등학교엔 생명 안전을 희망하는 노란 현수막이 여러 개 걸렸다. 강서고등학교 앞엔 '열한 번째 봄바람, 기억을 안고 희망을 피웁니다. 생명 존중,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란 글귀의 현수막이 붙었다.

세월호 참사로 26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단원고엔 '세월이 흘러도 우리 마음속에 희망과 기억은 언제나 반짝입니다'라는 문구로 교내 추모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고잔동행정복지센터부터 단원고까지 이르는 600미터(m) 길이의 도로엔 27개가량의 노란 현수막이 5미터 간격으로 연이어 달렸다.

현수막엔 "꽃다운 너희들 한 명 한 명은 그리운 사람들 가슴 속에 살아있단다", "기억이 이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함께 싸우겠습니다" 등 '4.16세월호참사 온라인기억관'의 추모 글귀가 각각 적혀 있었다.

유족에 편지 쓰고 기억교실 찾는 청소년들

고잔동 4.16생명안전교육원에 마련된 단원고 4.16기억교실에도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기억교실 2층 한편에선 선생님과 함께 단체 견학을 온 광명YMCA볍씨학교 학생 13명이 함께 조잘거리고 있었다.

기억교실 2학년 6반 고(故) 신호성 군의 책상 앞에 한동안 서 있었던 서현지(25) 씨는 "얼마 전 <뉴스타파>에 공개된 다큐 세 편을 본 후, 처음으로 기억교실에 와봤다"며 "다큐에 나온 어머니의 아들이 이분이어서 책상 위 추모록에 추모글을 남겼다"고 말했다.

서 씨는 "시간이 지났으니 문제가 괜찮아지지 않았을까 했는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해결되지 않았더라. 그래서 왔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도 살면서 끝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억교실 앞마당에서 만난 18살 이지윤 씨는 친구 6명과 함께 유족에게 쓴 편지와 꽃다발을 준비해 와 이날 오전 11시 유족을 만나 전달했다. 경기도 시흥시청소년재단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는 이 씨는 어제 친구들과 함께 직접 세월호 참사를 조사해 서로에게 설명하는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이 씨는 "내가 그(희생자의) 나이가 되고 보니, 그 상황이 됐을 때 '어떻게 그걸 견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생각이 몸과 마음으로 느껴졌다"며 "세월호를 계속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 2학년 6반 전경. ⓒ프레시안(손가영)

기억식 노란 물결 속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는 텅 비었다

오후 3시 화랑유원지 3번 주차장에선 4.16재단 주최로 '세월호참사 11주기 기억식'이 열렸다.

무대 바로 앞의 귀빈석 대부분이 가득 찬 가운데, 첫 번째 열 중앙의 좌석만 덩그러니 비어 있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자리였다. 좌석 양편으론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앉았다.

재난참사 피해자 가족석엔 세월호 참사 유족을 비롯해 10.29이태원참사 유족,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 유족,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유족 등이 앉았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도 참여했다.

추도사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한 권한대행의 빈 자리를 보고 "작년처럼 맨 앞줄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생명 안전의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는 끝났느냐? 무너진 민주주의의 회복과 완성은 끝났느냐? 헌정질서를 파괴한 자들에 대한 단죄는 끝났느냐? 경제 위기와 민생 어려움은 끝났느냐?"며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질문이고, 답을 찾아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박승렬 4.16재단 이사장은 여전히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과제로 남았음을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우리는 모든 정보의 공개를 촉구한다"면서, 몇 차례에 걸친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가 있었으나 "정부는 정보 공개에 협조하지 않고 오히려 조사를 방해하기까지 하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가로막았다"고 말했다.

'2학년 1반 수진아빠' 김종기 운영위원장도 "몇 번이고 전원 구조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선장과 선원은 구하고 300여 명 갇힌 국민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를, 11년이 된 지금까지도 모른다"며 "컨트롤 타워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기록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지난 2월 착공한 4.16생명안전공원에 대해선 "잘 건립되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시민들이 많은 관심과 격려 , 지지로 함께 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유원지 인근에선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국가정의실천연합이 '세월호 납골당 반대' 현수막을 여러 개 걸고 공원 설립 반대 구호가 녹음된 파일을 반복해서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

김 운영위원장은 "지난 겨울 엄동설한 내내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인내하며 싸우느라 얼마나 힘드셨느냐"며 "지치고 힘든 몸을 풀어주는 따사로운 햇볕과 불안과 분노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희망의 바람이 감싸주는 오늘, 생명과 안전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참석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배우 박원상, 민정아, 차효주 등 7인이 준비한 작은 뮤지컬 '나, 여기 있어요'가 상연됐다. 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숨을 쉴 때마다 모든 곳에 내가 있어요. 울지 말아요. 자꾸 울면 내 몸이 마르지. 눈 떠봐요. 모든 곳에 내가 있어요"라는 대사를 할 무렵, 재난참사 유가족석은 울음소리로 들썩였다.

기억식은 생존자 장예진 씨가 '기억편지'를 낭독하고 4.16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 '잊지 않을게' 두 곡을 부른 후 마무리됐다.

▲16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식에서 4.16합창단이 합창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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