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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두고 트럼프 측근 대립 격화…시진핑 "주변국과 운명공동체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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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두고 트럼프 측근 대립 격화…시진핑 "주변국과 운명공동체 구축"

머스크, 나바로에 "멍청이"· 공화당서도 관세 불만

9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효를 앞두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등 측근들의 대립이 격화됐다. 관세에 대한 공화당 내부와 기업인,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불만을 반영해 비교적 협상에 열려 있는 것으로 평가됐던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일단 앞세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그간 변덕과 충동에 의존한 것으로 보이는 결정이 반복돼 왔기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머스크는 8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나바로가 "진짜 멍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나바로는 벽돌 자루보다 멍청하다"며 "테슬라는 가장 미국산(American-made)인 자동차"라고도 했다.

머스크의 비난은 나바로가 전날 미 CNBC 방송에서 머스크를 "자동차 제조업자가 아닌 자동차 조립업자"라고 칭하고 "(테슬라) 배터리는 일본과 중국에서 오고 전자부품은 대만에서 온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머스크는 8일 소셜미디어에서 "어떤 정의로든 테슬라는 미국 부품 비중이 가장 높은, 미국에서 가장 수직적으로 통합된 자동차 제조업체"라고 반박했다.

머스크와 나바로의 대립은 관세 관련 견해차에서 비롯한다. 지난 5일 머스크는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Lega) 당대회에서 이 당을 이끄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와 공개 화상 통화를 하며 “미국과 유럽이 무관세에 합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다음날 나바로는 머스크가 상호 관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머스크는 차를 판다. 그게 그가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바로는 "그는 그저 다른 사업가들처럼 자신의 이익을 지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나바로가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좋은 게 아니라 나쁜 것"이라며 이것이 "지능보다 자만심"에 기여한다고 응수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8일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무역과 관세에 대해 매우 다른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이라며 "남자들이 그렇지 않나(Boys will be boys)"라고 진화에 나섰다.

공화당·월가서도 "엄청난 실수"…전문가 "트럼프, 마지막 대화 상대 따라 의견 달라져"

공화당 내부에서도 관세를 두고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다.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충성파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조차 지난 5일 개인 방송에서 "관세는 세금이며 주로 미국인에게 부과된다"며 관세가 "엄청난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문은 8일 진행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출석한 상원 재무위원회 청문회에서 이러한 불안이 표면화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노스캐롤라이나의 톰 틸리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정부의 방식에 "회의적"이며 피해를 입을 미국인들이 관련해 내년 초에 어떤 생각을 품게 될지 우려했다. 틸리스 의원은 그리어에 "이게(관세) 틀렸다고 증명되면 누구 목을 졸라야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주를 지역구로 둔 제임스 랭크포드 공화당 상원의원은 베트남에 대한 관세 탓에 결국 오클라호마의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티브 테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무역 전쟁은 결국 미국 소비자에 더 높은 가격을 의미한다"며 "전면적 무역 전쟁을 피했으면 한다"고 주문하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다.

상원에선 지난주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공화당 지지 금융가들도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인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상호 관세 시행 하루 전인 8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계 경제의 중대한 혼란"을 막기 위한 "30, 60, 90일간의 관세 일시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애크먼은 6일에도 관세 일시 중단 없인 "스스로 유발한 경제적 핵겨울(nuclear winter)"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 주요 기부자인 헤지펀드 시타델 최고경영자 켄 그리핀도 7일 트럼프 정부의 새 관세가 "엄청난 정책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식품, 새 토스터기, 새 진공청소기, 새 차를 사는 데 20, 30, 40%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의회와 월가의 반발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정부 내에서 상대적으로 관세를 협상의 도구로 보는 성향이 강한 것으로 여겨지는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전면에 등장한 것에 주목했다. 이전까진 나바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 강경파에 밀려 있던 베센트가 이번 주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베센트 장관은 관세 관련 일본, 한국 등과의 협상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 기대감이 오르며 8일 미국 증시는 개장 뒤 곧바로 급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백악관에서 9일 관세 부과를 재확인하자 다시 하락했는데,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1.57%,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84%,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15% 떨어지며 거래를 마쳤다. 관세 충격으로 미 증시가 가파르게 하락하며 증시에 투자된 미국인들의 연금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베센트 장관에 대한 과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경고 또한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 모두에서 재무 관료를 지낸 바 있는 마크 소벨이 "(해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베센트가) 무역에 대해 더 자유로운 생각을 가질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지만 결국 "트럼프 정부에 합류"했고 베센트 자신도 그게 무슨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소벨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대화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따라 어떤 날에 어떤 말을 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베센트와 얘기했을 수 있지만 내일은 나바로와 얘기할 수도 있다"며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트럼프 "이제 우리가 뜯을 차례"…NYT "트럼프, 대안 없이 세계 무역 체계 찢어"

트럼프 대통령은 8일에도 관세 관련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 만찬 연설에서 "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뜯어내 왔다. 이제 우리가 뜯을 차례"라며 관세 비판자들을 "악당과 사기꾼"이라고 불렀다. 그는 "세계화주의자들은 모든 면에서 틀렸다"며 자신이 "월가"가 아닌 "노동자"를 위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의약품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무역 체계는 트럼프 정부가 무언가를 찢은 뒤 그것을 대체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 한 사례"고 꼬집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 도움 없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홀로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일본, 한국에 관세로 타격을 입혀 이들의 도움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경제학자 조쉬 립스키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없이 세계 경제 전쟁을 시작했다"며 "이전 경제 위기와는 달리 상황이 흐트러지기 시작하면 세계 경제를 구하기 위해 달려올 이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변국과 운명 공동체 구축"…중 "대미 흑자 의도 아냐·협의 해야"

한편 104% 관세 폭탄을 맞은 중국 측은 협상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주변국과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며 대응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 관영 <신화> 통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주변공작회의 연설에서 "주변국들과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고 주변국 업무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중국 국무원은 '중미 경제 및 무역 관계 관련 몇 가지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 백서를 통해 미·중 무역이 "호혜적"이라며 트럼프 정부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중국은 결코 의도적으로 무역 흑자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발전 단계와 경제 체계가 다른" 양국에 "이견과 마찰"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로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를 존중하고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 적절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날 협상 기대감에 반등한 아시아 시장은 9일 상호 관세가 발효되며 다시 된서리를 맞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4% 하락한 2293.7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니케이지수는 3.93%, 대만 가권지수는 5.79% 하락했다. 다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시장 지원책에 힘입어 1.31% 상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두고 대립 중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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