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세수와’ ‘세안’과 '세면'

얼마 전에 방송에서 우리말의 어려운 점을 얘기한 적이 있다. 목욕탕에 갔을 때 냉탕과 온탕이라는 단어를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더니 호응이 좋았다. 냉탕이라는 말은 찰 랭(冷) 자와 물끓일 탕(湯) 자로 이루어진 단어다. 즉 ‘차갑게 끓인 물’, 혹은 ‘차가운 끓인 물’이라는 말로 어폐가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찬물’, ‘더운물’, ‘뜨거운 물’이라고 쓸 것을 권했다.

우리말에 한자어가 많다 보니 참으로 희한한 용어들이 많다. 오늘은 ‘세수’와 관련된 단어들을 찾아보기로 한다. 세수(洗手)를 한자어로 보면 ‘손을 씻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말 사전에서 보면 ‘낯을 씻음’이라고 나타나 있다. 한자만 보면 틀림없이 ‘손을 씻는다’는 뜻인데, 이것이 확장되어 ‘얼굴을 씻는 것’까지 의미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본래 ‘얼굴을 씻는다(세면洗面)’는 단어는 ‘세면대’에만 남아 있다. 먼저 사전적 개념을 보자.

세수(洗手) : 낯을 씻음(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손이나 얼굴을 씻음(국립국어원, <우리말샘>)

세안(洗顔) : 물이나 비누 따위로 얼굴에 묻어 있는 먼지나 화장품 찌꺼기 따위를 씻어냄(국립국어원, <국어사전>)

세면(洗面) : 얼굴을 씻음(국립국어원, <국어사전>)

이상을 살펴보면 세수와 세안은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주로 여인들이 화장을 지울 때 세안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을 보았다. 세수는 물로 얼굴을 씻는 것이고, 세안을 어떤 특정한 재료를 이용해서 얼굴에 묻은 화장을 구석구석 지우는 것을 말한다. 세면은 대체로 얼굴을 씻는다고 나타나 있다.

참고로 같은 한자 문화권에 있는 일본과 중국에서는 어떤 단어를 쓰고 있는가 확인해 보자.

중국은 우리와 같이 세수(洗手)라는 표현을 쓴다. 세안이라고 할 때는 ‘jiemian(洁面)’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우리의 세안과 비슷한 용어로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얼굴을 씻다’을 찾아 보면 ‘洗脸’이라고 나타나 있다.

일본은 ‘洗面’으로 ‘얼굴을 씻다’는 의미를 그대로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세안은 그대로 우리와 같은 ‘洗顔’을 쓰고 있다. 그러니 세면은 말할 것도 없이 같은 글자를 쓰고 있다고 본다. ‘얼굴을 씻다’를 일본어로 번역하면 ‘顔を洗う’이라고 나타나 있으니, 한‧중‧일 삼국이 비슷하면서도 다른 어휘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시 우리말로 돌아가 보자. 세숫대야(세숫물을 담는 둥글넓적한 그릇), 세면대(물로 얼굴과 손 따위를 씻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은 대) 등을 보면 세수와 세면을 동일하게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로 ‘세수하다’는 ‘낯을 씻다’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손을 씻을 때’는 반드시 ‘손’이라는 표현을 넣고 있다. 물론 ‘손 씻다’에는 ‘(사람이 일 따위에서) 부정적인 일이나 찜찜한 일에 대하여 관계를 청산한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우리는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손발을 씻으라”고 하지, “가서 세수하고 오렴”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감염으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을 씻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에 방점을 찍어서 ‘세수’와 구분하는지는 모르겠으니 ‘수(手)’와 ‘손’을 구분하는 것이 이상하기는 하다. 참고로 ‘손숫물’은 ‘손을 씻는 물’이다.

우리말은 한자어와 깊은 연관이 있다. 그러므로 한자어를 익히는 것이 우리말을 바로 아는 지름길임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