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에서도 생태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전기요금과 세제에 대한 결정권을 지닌 중앙정부만큼이나 지방자치단체도 상당한 권한과 책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는 중앙과 달리 공간 문제에 대한 기획 및 결정의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집 앞에 지하철역의 신규 개통이나 버스 노선의 연장 여부는 지자체에서 결정한다. 지구적 기후변화나 국가적 탄소중립에 관심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우리집 지하철은 역세권 전환을 통해 지가를 두 배 높일 뿐만 아니라, 매일 출퇴근하는 일상생활을 바꿔놓은 중요한 변화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올해는 기초지자체가 탄소중립 계획을 처음으로 수립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물론 중앙정부는 1992년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으며,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하면서 대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한발 늦게 2009년부터 시‧도 기후변화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반면에 기초지자체는 지구온난화를 자신의 업무가 아니 국가 차원의 대응이라고 생각하며, 방치했던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2021년에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2025년까지는 모든 시군구에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고 말았다. 정리하자면, 이제 탄소중립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지자체까지도 동참해야 하는 사안으로 전환된 상태이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기후 대응에서 앞서 나간 선도적인 지자체 두 곳이 바로 서울과 대구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자면,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량의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도로망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태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이나 전기차로 전환하는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때 자동차 중심의 도시 구조를 탈바꿈하는 대표적인 정책 수단이 바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이다. 즉, 일반 승용차의 차량을 통제하고 버스 같은 대중교통만이 다닐 수 있게 허용함으로써,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 교통망을 구축하는 제도가 바로 이 전용지구이다.
한국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1990년대 국내에 유입되었던 생태교통 진영이 지역별로 조례를 만들고 지구의 날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민참여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했다. 대구에서는 지역의 풀뿌리 단체들이 2000년 전문가 워크숍에서 제안한 이래로, 2003년 교통종합대책에 이 전용지구가 반영되었다. 이후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2009년에는 시내 중심가인 중앙로 1킬로미터 구간에 국내 최초의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지정할 수 있었다.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녹색교통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만들어졌다. 그렇지만 대중교통전용지구를 도입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예를 들면, 대전시는 2009년부터 전용지구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각종 민원과 주민 반발로 인해 2011년에 최종 무산되었을 정도였다. 기초지자체 차원에서는 수원이나 전주가 전용지구의 도입을 검토했지만, 논의만 진행될 뿐이지 아직까지 추가로 지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부산 동천로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2015년 신규 도입되기는 했지만, 출‧퇴근 시간에만 한정해서 차량이 통제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반면에 서울에서는 2011년 시장 보궐선거에서 대중교통전용지구 논의가 본격화되었다. 구체적으로는 녹색교통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던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제안을 박원순 후보가 받아들이면서 공약에 포함되었다. 시장 당선 이후 서울시는 산하 연구원을 통해 전용지구 선정 기준을 마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단계 82개, 2단계 32개, 그리고 3단계 10개 지역으로 후보를 좁혀나갔다. 이들 후보지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자치구의 추진 의지 검토가 함께 진행되었으며, 최종적으로는 500미터 길이의 신촌 연세로 구간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2012년에 선정될 수 있었다. 이후 보행자 편의시설 확충 등의 설비 보강을 거쳐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개통하게 되었다.
이처럼 대구에서 시작되어 서울로 확장된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버스 이용의 편리성을 증진시키고, 보행환경의 개선 통해 시민들의 만족도 향상을 가져왔을뿐만 아니라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한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졌다. 게다가 신촌에서는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 행사를 운영하면서 축제의 장까지 마련될 수 있었다. 특히나 1990년대 이후의 상권 침체로 인해 쇠퇴하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생태적 공간으로 알려지며, '리콴유 세계도시상'을 수상했을 정도였다.

이런 한국의 대표적 생태도시 두 곳에서 최근 들어 역행하는 변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먼저 대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었던 상인협회에서 시내 중심가의 상권을 활성화시켜달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홍준표 시장은 2023년 4월 동성로 상가를 방문해 활성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그 자리에서 예상치 못했던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절반을 해체하겠다는 제안이 이뤄지고 말았다. 게다가 당초에는 한시 해제를 거쳐 경제적 효과를 검토한 뒤에 최종 해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에는 시장의 지시에 의해 일방적인 부분 해제가 선포되고 말았다.
마찬가지로 서울시에서도 대중교통전용지구 해제 요구가 목소리를 높아지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이 공약에 없었던 연세로 해제를 요청하면서, 해제 촉구의 움직임이 만들어졌다. 다만 구청은 주말 차 없는 거리 행사의 중단 권한만 가졌을 뿐이지, 전용지구의 해제는 상급 기관인 서울시의 권한이었다. 이처럼 기초지자체의 해체 압력이 강화되자 서울시는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한시적인 해제를 통해 영향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에 판단하겠다는 나름 합리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2023년 10월부터 전용지구가 재개되었으며, 2024년 8월 공청회에서는 약간의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차량 정체 및 대기행렬 증가라는 부정적 효과가 함께 확인되었다며, 당시까지만 해도 전용지구 해제에 우호적이지 않은 입장을 밝혔었다.
이런 서울시의 태도가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에 급변하기 시작했다. 국회의 발 빠른 계엄 해제와 탄핵정국으로 국정이 혼란에 빠져든 상황에서 서울시는 12월 19일에 대중교통 전용지구의 해제를 전격적으로 확정해서 공표했다. 그로 인해 2025년 1월부터 연세로는 승용차가 마음대로 통행할 수 있는 일반도로로 전락하고 말았다. 홍준표 시장과 비교했을 때, 그나마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검토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평가되었던 오세훈 서울 시장은 탄핵 정국이라는 사회적 논의가 차단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생태도시를 후퇴시키고 말았다.
유력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고려되는 오세훈 시장의 행보는 이후로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시장 메커니즘을 유지해야 한다며, 강남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지 한 달 만에 가격 폭등으로 인해 재지정하는 혼란을 일으키면서, 대선 후보로 자질이 없다는 비판마저 받고 있을 정도이다. 함부로 비상계엄을 선언하며 국정을 혼란시킨 대통령만큼이나, 생태도시를 후퇴시킨 정치인들도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 지연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무관하게, 대한민국의 탄소중립과 바람직한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필요한 2025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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