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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불 집단 사망 청문회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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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국회, 산불 집단 사망 청문회 열어야

[안종주의 생명사회] 산불에 희생된 사람들, 윤석열 애도는 진심(?) 또는 흑심(?)

*글쓰기에 앞서 먼저 산불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네 분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전국 곳곳 산불로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가 나고 있다. 아직 불길을 완전하게 잡지 못했다. 심각한 국가 재난이다. 특히 이번 산불은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것과 함께 많은 인명 피해를 낸 것이 눈에 띈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진화대원 등 4명이 숨졌다. 24일 현재 부상자는 6명으로 집계됐다. 산불진화대원 사망사고는 2023년 3월 경남 하동 산불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이번 산청 산불처럼 다수가 사망한 사고는 1996년 경기도 동두천 산불로 7명이 숨진 이후 29년 만이다. 산청 산불로 숨진 네 명 중 세 명은 모두 60대 남성들로 창녕군 기간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들이고 한 명은 창녕군청 산림녹지과 30대 직원이다.

이런 재난 참사가 벌어지고 사망자까지 다수 나오면 으레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 재난지역 선포, 그리고 신속 총력 대응 진화, 진화 시 안전 유의, 대국민 산불 주의 당부, 산불 예방 등에 대한 약속과 강조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여야 정치권과 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한 정부 쪽도 관행대로 곧바로 논평 등을 통해 이를 알렸다.

한데 이 와중에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 심판 인용이 이례적 늑장으로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직무는 정지된 상태이지만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윤석열이 생뚱맞게도 정상적 직무를 보고 있는 것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희생자 명복 운운하며 전국 산불 관련 글을 올려 논란을 빚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족은 모르쇠, 산불 희생자는 애틋(?)

윤석열은 23일 자신의 SNS에서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안타깝게 생명을 잃으신 진화대원과 공무원 네 분의 명복을 빈다.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재민들과 모든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리며 진화대원과 공무원 여러분의 안전을 기도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가용한 자산을 총동원해서 산불을 빨리 진화하고 이재민들을 잘 도와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런 글은 왠지 뜨악하다. 대통령 일을 보던 시절 그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그리 살뜰하게 챙기지 않았고 재난 희생자 유가족들도 살갑게 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려 자신과 부인 김건희, 그 일가의 안전과 이익은 유별나게 챙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집권 첫해인 2022년 10월에 발생해 159명이 숨지고 195명이 부상한 이태원 대참사로 인한 국가 재난 때 그는 대통령, 아니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희생자와 유족들을 사실상 외면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탄핵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그가 재난 피해자 명복을 빌고 안전을 기도하며 이재민 구호 지원을 바라는 마음을 전하려 한 것을 두고 이게 과연 진심인지 의문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즉 SNS 소통을 통해 아직 대통령임을 강조하고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메시지를 지지층에게 보내 이들이 이를 바탕으로 더욱 충성해 줄 것을 바라는 흑심에서 나온 것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그는 자신의 정적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까지 직접적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비상계엄을 선포 요건에도 맞지 않음에도 불법‧위헌적으로 군대와 경찰, 정부 부처 등을 동원해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 그는 반국가적 행태를 보인 국헌 문란 내란 수괴로 지목돼 형사 재판과 함께 국회 탄핵소추 의결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받고 있지 않은가. 국민 안전과 생명 운운할 자격 자체를 이미 완전하게 상실한 인물이다.

산림청 "안전이 최우선, 수칙 지켜라!" 뒷북으로 뒷말

윤석열의 행태뿐만 아니라 정부의 행태도 마뜩잖아 보인다. 초동 진화에 실패한 대형 산불이 곳곳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다수의 사망자까지 나오자 정부는 진화 작업에 투입되는 대원과 공무원들에게 안전모와 방염 진화복, 마스크, 안전화 등 안전 장비를 정상적으로 착용할 것과 안전 수칙을 지켜줄 것을 강조했다.

산림청도 산불 진화 작업을 할 때 불 아래쪽에서 끄고 산불을 피해 이동할 때는 바람 반대 방향으로 바람을 안고 가야 하는 수칙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산불을 진화할 때는 반드시 지형을 확인하고 탈출로를 확보한 뒤 진화 작업을 해야 하며 적극적으로 진화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 맞는 말이지만 뒷북이 아닌가. 이뿐만 아니라 실은 평소에, 그리고 이번 최초 산불 진화에 진화대원들을 투입하기 전에 앞서 강조한 내용들을 충분히 교육하고 훈련해 이들이 이를 잘 소화해 낸 뒤 몸에 밴 상태에서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현장으로 달려갔는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회재난이든 자연재해든 재해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출하고 재해 확산을 막기 위해 인력을 투입할 때는 구조‧진화 대원들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다. 특히 팀장이나 현장 지휘자, 최고 책임자 등은 이런 일이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사전에 면밀하게 파악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에 이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산불 사흘째인 24일 진화 작업에 동원된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형 재난, 예외 없이 예방은 게으르고 무사안일

하지만 대형 재난이 일어난 사건과 사고 현장을 사고 후에 면밀하게 살펴보면 안전 기본 수칙과는 거리가 먼 행태들과 일들이 거의 예외 없이 드러난다. 대부분 사전 예방을 게을리하고 위기 발생 조짐 때에도 무사안일로 시간을 허비한다.

그 사례로 멀리로는 1988년 원진레이온 직업병 참사,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 참사, 2008년 삼성전자 백혈병 참사, 2014년 세월호 침몰 참사,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 따위를 꼽을 수 있고 가까이로는 2022년 이태원 길거리 압사 대참사, 2024년 화성 아리셀 배터리공장 화재 참사를 들 수 있다.

이들 참사를 보면 유해‧위험 작업 노동자 교육 무시, 위험 방지시설 미설치, 승선 인원 초과, 배 무단 증축‧과적, 동시 위험 작업, 안이한 인파 관리 등 매우 기본적인 위험‧위기 관리 수칙을 도외시한 결과임이 드러났다. 대응 매뉴얼이 없거나 부실한 것이 원인이 아니라 매뉴얼이 있어도 형식적으로 비치만 해놓고 평소 그 내용을 숙지토록 하거나 매뉴얼을 반복적으로 교육‧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산불 집단 사망 청문회 열어 면밀하게 조사해야

산불진화대원 집단 사망과 같은 참사를 다시 겪지 않으려 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산불 집단 사망 청문회 등을 열어 좀 더 면밀하게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망 당일에 벌어진 일은 물론이고 그 전에 사전 전문교육과 이들에 대한 처우, 장비, 충분한 예산 확보 따위를 잘 살펴야 한다. 이번에 숨진 진화대원은 공무원을 빼면 모두 60대다. 지난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는 많은 노인이 일터에서 위험한 일들을 하고 있다. 연간 산재로 숨지는 노동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절반이 넘는다. 이번에 숨진 60대도 바로 이들이다. 건설 현장이나 산불 감시, 산불 진화와 같은 힘들고 고된 곳에는 젊은 청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노인은 젊은이에 견줘 아무래도 근력과 판단력이 떨어진다. 또한 학습력과 위기 대응력도 뒤떨어져 특히 위험하고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일을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3D업종에서는 젊은이들 코빼기도 보기 어렵다. 값싸게 부릴 수 있는 노인들만 차고 넘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산불 진화에 투입된 60대 노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최근 몇 차례 사망사고와 관련 통계 등으로 예견된 바 있다. 지난 1월 22일 전남 장성군 수변공원에서 산불 진화 대원 체력 검정을 치른 뒤 휴식을 취하던 77세 남성이 숨진 일이 있었다. 지난 8일에는 전북 남원시 수지면에 있는 밭 옆에서 60대 산불 진화 대원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사례와 노인의 체력 특성을 고려하면 산불 진화를 이들에게 맡길 경우는 초동 진화보다는 후속 산불 잔불 정리나 산불 감시에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산림청과 지자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65세 이상 또는 70세 이상은 아예 초동 진화에 투입하지 못하도록 못 박을 필요가 있다.

낡은 장비를 짊어진 늙은 진화대원들의 힘겨운 사투

한편 강릉KBS는 지난 2월 27일 북부산림청의 산불 진화 훈련을 방송 보도한 바 있다. 이 방송은 산불 초동 진화 임무를 담당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이 나이가 많고, 진화 장비 또한 노후하다며 걱정했다. 또 이들은 방염복, 등짐 펌프 등 15kg이 넘는 장비를 착용하기에는 버겁다는 것이다.

이날 훈련에 참여한 산불진화대원 60여 명의 평균 연령은 69세였으며 81세 고령자도 있었다. 북부산림청 소속의 예방진화대원 평균 나이는 67세이고 시군 소속 가운데는 철원의 예방진화대원이 평균 68세, 동해·양구는 66세 정도였다고 했다. 선발 기준은 '만 18살 이상 주민'으로 돼 있지만, 젊은 층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급여는 최저 시급에, 봄과 가을 몇 달만 일하는 자리여서 사실상 '노인 일자리'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산불 진화 대원의 속살을 잘 드러내 주었다.

한 현직 소방관은 사망자가 나온 날 밤 소방 익명게시판에 올린 '현직 소방으로 산불진화대원 관련 화나는 점'이란 제목의 글에서 "산불진화대원 보호 장비가 너무 열악하다. 진화대원님들도 보호 장비는 최대한 장착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

또 한 전직 지방직 공무원도 "제가 근무하던 지역도 몇 년 전 대형 산불이 나서 현장 투입됐는데, 일반직 공무원들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등짐 펌프 메고 투입됐다. 무조건 올라가라고 투입하는 지휘자들이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형 산불은 또 일어난다

방송보도와 함께 현직 소방관과 산불 진화 경험이 있는 전직 공무원의 증언을 통해서도 산불진화대의 민낯을 속 시원히 볼 수 있다. 언론의 이런 지적과 소방관 등의 말을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산불은 또 일어난다. 그 가운데 대형 산불도 있을 터이다. 그 현장에서 소방관과 산림청 공무원뿐만 아니라 시군구 공무원, 그리고 산불진화대원 등도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온리 더 브레이브'는 감동을 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미국 영화이지만 19명이나 되는 소방대원들이 숨진 비극이다. 우리 산불진화대원이 그런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 않으며 안심하고 산불 현장에 나갈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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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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