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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탄핵" 주장한 내란수괴 혐의자가 남긴 최후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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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탄핵" 주장한 내란수괴 혐의자가 남긴 최후의 말들

[윤석열 탄핵심판을 말하다] 검사 27년차 법기술자의 '셀프 변론', 결과는?

헌법재판소가 38일간의 긴 숙고를 마치고 드디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예고했다. 11차례의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윤 대통령은 검사 경력 27년차 법기술자답게 '셀프 변론'을 자처했다. 전례 없던 '셀프 변론'의 결과는 탄핵 인용일까, 기각일까.

대통령 윤석열과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중대 결정을 목전에 둔 지금, 그가 탄핵 심판정에서 남긴 말들을 되짚어본다. 만일 파면이 선고된다면, 여기 나온 변론 내용들은 '대통령 윤석열'이 남긴 마지막 말이 될 것이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3월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 한 사람도 끌려 나오거나 체포된 일이 없었으며 (…)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았고 일어날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일 (…) 그야말로 호수 위에 비친 달빛을 건져내려는 것과 같은 허황된 것이다."(2월 25일 11차 변론 최종 의견진술)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탄핵심판 11차 변론 최종 의견진술에서 자신의 계엄 선포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맹물 계엄론'을 늘어놨다. 이는 탄핵심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시작으로 줄곧 이어진 주장이었다.

윤 대통령은 4차 변론(1월 23일)에서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계엄이라는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은 없지만", "웃으면서 그냥 놔뒀는데"라며 계엄 및 포고령에 대한 무용론을 띄웠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맞장구를 치듯 "그렇다", "말씀하시니까 기억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묻고 김 전 장관이 답한 당시 상황은 누가 우두머리이고 누가 종사자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두 사람은 각각 '내란수괴'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장관은 계엄 포고령과 국회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자신이 직접 작성했다거나 윤 대통령은 국회 내 병력 투입을 최소화하려했다는 등 실제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5차 변론(2월 4일)에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 뒤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정치인 체포) 지시를 했느니 지시를 받았느니, 이런 얘기들이 마치 어떤 호수 위에 있는 달 그림자를 쫓아가는 그런 느낌"이라며 계엄 무용론에 더해 '호수 위 달 그림자'라는 허황론까지 덧붙였다. 그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 대한 증인신문 후에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는 말을 두 차례나 했다.

이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은 탄핵심판 핵심 사유인 '국회 봉쇄·계엄 해제 방해' 및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을 입증할 핵심 증인으로 꼽혔지만, 두 사람은 형사재판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했다. 다만 우두머리 앞의 침묵은 여러 해석이 가능하다.

계엄 당일 국회에 1경비단 35특수임무대대와 군사경찰단 등 220여 명의 병력을 투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전 사령관은 "국회로 가라는 장관(김용현) 지시는 작전 지시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정치인 체포조'를 편성하고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여 전 사령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특정 명단에 대해서 저희들이 위치를 알 방법이 없으니 위치 파악을 좀 요청한다"고 협조 요청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의 증언은 만일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여러 정치인이 체포돼 옥고를 치르는 등 과거의 참혹한 역사가 반복됐을 것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도착증세"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만약 헌재가 '시도만 했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파면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대통령이 언제든지 비상대권을 발동해 헌법기관을 전복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독재의 문'을 열어 주는 꼴이 된다"고도 지적했다.(☞관련기사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尹, 도착증세", "유신 부활 꿈꾼 윤석열, 박정희·전두환 잇는 최악의 미치광이 독재자")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 '내란 몰이', 12월 6일부터 시작됐다"

"내란죄를 씌우려는 공작 프레임이다. (…) 어떻게든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인 선동 공작일 뿐이다. (…) 거대 야당은 제가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권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며 내란 몰이를 계속하고 있다."(2월 25일 11차 변론 최종 의견진술)

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남 탓을 했다. 탄핵소추로 대통령 직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 '내란 우두머리'로 형사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 모두 거대 야당의 '탄핵 공작', '내란 몰이' 때문이라는 논리다.

윤 대통령은 거대 야당의 '탄핵 공작', '내란 몰이' 시작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연계했다. 그는 5차 변론 의견진술에서 "저 (홍 전 1차장의) 메모가, 이 탄핵부터 내란 몰이니 이런 모든 프로세스가, (…) 제 판단에는 12월 6일 국회에서 박선원 의원한테 넘어가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며 "12월 6일 아침 기사부터 체포 얘기가 '대통령이 한동훈 전 대표를 잡아넣어라(라고 했다)' 이런 기사가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게 쭉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1차장과 두 번째 대면한 10차 변론(2월 20일) 의견진술에서 "홍 전 1차장의 메모와 관련된 문제는 그런 차원의 문제(정치인 체포 지시)가 아니고, 저와 통화한 것을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는 것과 연계를 해서 바로 이 내란과 탄핵의 공작을 했다는 게 문제다", "방첩사에도 (정보) 주고 지원을 좀 해주라는 얘기를 무슨 목적어 없는 '체포 지시'로 만들었다"며 공작이라고 몰아갔다.

이어 홍 전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에게 했던 말을 인용해, "잘 모르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서 '에이, 미친 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라고 했다면서 메모를 만들어 가지고 있다가 12월 5일 사표 내고 6일에 해임되니까, 이걸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다'라고 엮어냈다"고 거듭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6차 변론(2월 6일) 증인인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신문이 끝나고 이뤄진 의견진술에서도 "12월 6일 홍장원의 공작과 12월 6일 우리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바로 이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저는 시작된 걸로 보인다"며 "제가 법정에 와서 그저께 상황(5차 변론), 오늘 상황(6차 변론)을 보니까 '아, 이것이 12월 6일부터 시작이 됐구나' 하는 생각을 아주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또 곽 전 사령관의 일관된 진술, "윤 대통령이 '의결 정족수가 아직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국회의원을) 밖으로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에 대해서는 "도무지 상식에 안 맞는 뜬금없는 얘기다", "'의원 끄집어내라'고 할 것 같으면 상의를 해야 한다"며 재판관들에게 "상식선에서 이 문제를 들여다 봐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홍 전 1차장과 곽 전 사령관의 일관된 진술이 증거 능력을 충분히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그러다 보니(진술이 일관되다 보니), 윤 대통령 측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회유를 당했다', '탄핵 공작·내란 공작을 했다'고 계속 공격하는 것 아닌가"라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기사 : "윤석열, 탄핵심판 희화화하고 오염시켰다…파면만이 답")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시간짜리 내란이란 게 있나…초유의 '사기 탄핵'"

"12.3 비상계엄은 과거의 계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다. (…) 병력 투입 시간이 불과 2시간도 안 되는데, 2시간짜리 내란이라는 것이 있는가."(2월 25일 11차 변론 최종 의견진술)

윤 대통령은 계엄 실패 이후 "법적·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12월 7일 대국민 담화)고 했지만, 그는 시민과 의원들의 발 빠른 '계엄 해제 의결'로 계엄이 2시간 만에 해제된, 민의(民意)가 이룩한 극적인 상황조차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용했다.

그는 "방송으로 전 세계, 전 국민에게 시작한다고 알리고, 국회가 그만두라고 한다고 바로 병력을 철수하고 그만두는 내란을 봤는가"라고 반발하기도 했지만, 헌법 77조와 계엄법 11조 모두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 이후 실제로 해제하기까지 두 시간 이상을 더 끌었다. 그는 7차 변론(2월 11일)에서 신원식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증인신문 이후 "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도 엄연한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계엄 해제 지연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놨다.

그는 "국방부 지휘통제실 결심지원실에 다른 사람들 보기에 조금 있었다고 하는"데 "사무실(대통령실) 나올 때는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라는 것을 명시적으로 못 봤다"면서 "(지통실에서) 계엄을 해제해야 하는데 문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국회법'을 가져오라 했더니 제대로 못 가져와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놓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말처럼 단 '2시간짜리 내란'이었다고 해도 극우 세력에 '국가 전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헌재의 선고 이후를 더 걱정했다. 헌정 사상 최악의 사법 테러인 '서부지법 폭동'이 발생했으며 헌법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을 비롯한 헌재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尹, 도착증세")

尹의 '극우 본색'…"북한, '대통령 탄핵 불씨 지피라' 지령"

"당장 2023년 적발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만 봐도, 반국가세력의 실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 공작원과 접선하여 직접 지령을 받고, 군사시설 정보 등을 북한에 넘겼다."(2월 25일 11차 변론 최종 의견진술)

윤 대통령은 시민사회 전반, 특히 노동자 조직을 "반국가세력"이자 "간첩"이라며 타도 대상으로 여겼다. 윤 대통령은 이같은 인식을 탄핵 심판정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최종 진술에서 노동자들의 합법적 쟁의 활동인 파업도,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방한 및 한미 연합훈련 반대 외침도,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도 모두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으로부터 "대통령 탄핵의 불씨를 지피라"는 구체적인 행동 지령이 내려와 자신에 대한 탄핵 집회가 지난 2022년 3월부터 열렸다면서 "이 집회에는 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하 표현) 산하 건설노조, 언론노조 등이 참여했고, 거대 야당 의원들도 발언대에 올랐다"며 "북한의 지령대로 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법대 후배인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태원 참사를 세월호 참사와 같이 진상규명 투쟁을 하고 각계각층의 분노를 최대한으로 이끌어내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라는 지령을 북으로부터 내린 것이라고, 그렇게 언론 보도에서 제가 들은 것으로 기억을 한다"며 "'이태원 참사와 같은 국가적 비극을 이렇게 사회 분열, 그다음에 체제 전복 수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조직적인 세력이 아직도 있구나'라는 것에 대해서 제가 깜짝 놀랐다"고 맞장구를 쳤다.

극우세력의 주장인 '부정선거' 음모론을 탄핵심판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월 헌재에 낸 답변서에 선관위의 서버 관리 부실과 관련해 "전산 시스템의 비밀번호 '12345'는 조잡하기도 하거니와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 번호로서 중국 등 외부에서 풀고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듯이 기이한 일치성을 보였다"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3차 변론에서 "(국회 측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음모론'이라고 하고,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후에 만든 논리라고 했는데, 이미 계엄을 선포하기 전에 여러 가지 어떤 선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것들이 많이 있었다"면서 "무슨 '선거가 전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 하는 그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그런 차원이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4차 변론에서도 국회와 민주당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 꽃 등에 대한 계엄군 투입은 "국회 독재가 망국적 위기 상황의 주범이라는 차원에서 질서 유지와 상징적 측면"에서 "그와 연관해서(그런 상징적 측면에서) 민주당을 생각했던 것"이며 "부정선거 시스템 중 한 축을 담당하는 여심위(선관위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여론조사의 문제점 이런 것들도 같이 있기 때문에 대표적인 것으로 연관해서 골랐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불명예까지 얻고도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 마지막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그는 총 여덟 차례 헌재 심판정에 나와 2시간 36분간 '셀프 변론'을 했지만, "그야말로 초유의 사기 탄핵이 아닐 수 없다"는 항변만을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기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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