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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尹, 도착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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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尹, 도착증세"

[윤석열 탄핵심판을 말하다] ②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대장정이 두 달 만에 마무리되며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단만이 남았다. 헌재는 과연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그리고 이번 탄핵심판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헌법과 법률 전문가 네 명으로부터 지난 열 한 차례의 탄핵심판 과정을 돌아봤다.

<프레시안>이 두 번째로 만난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의 계엄으로 "계몽됐다"고 말했다. 그는 12월 3일 밤 국회 앞에서 계엄군을 온 몸으로 막아선 시민을 보면서 철학자 칸트의 '무기를 잡은 시민'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다며 "나도 계몽됐다"고 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과거사 문제에 천착해 온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대해 "박정희 유신시대의 과거사를 다루는 법원은 지금도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국가배상을 결정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법원 판결과 정반대 행위를 하려고 한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또 자신처럼 1980년 5월 광주의 학살을 목격한 이들과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군사독재 시절의 공포를 떠올렸다면서 "군인들이 자행한 불가역적 인권 침해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계엄법, 계엄 권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의 말처럼 단 '2시간짜리 내란'이었다고 해도 극우 세력에게 '국가 전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면서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된 이후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개개인의 인성과 연관된 부분도 있지만 제도적 틀에서도 기인한다. 윤 대통령에 의한 계엄 사태를 계기로 사회 제도나 규범이 한 차원 높게 향상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 인터뷰는 지난달 28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 법대 연구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8대 0으로 파면될 것…나도 계몽됐다"

프레시안 :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어떻게 전망하는지?

이재승 : 재판관 8명 모두 윤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 것이라고 본다. '8대 0'을 예상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다. 그날 전 국민이 직접 보지 않았나.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헌재 최종 의견진술에서 '2시간짜리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계엄 소식을 들은 시민이 국회로 몰려오고 국회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안을 빨리 처리했기 때문에 2시간 40분 만에 끝난 것이다. 시민 민주주의의 승리다. 그런데 시민의 승리를 탈취하여 자신의 변명거리로 삼으니,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프레시안 : 윤 대통령의 최종 진술을 평가한다면?

이재승 : 헌재의 탄핵심판이라고 해도 법정에 선 피의자나 다름없는데, 선처를 호소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명백한 사실조차 뻔뻔하게 부인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을 충동질하려는 메시지,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윤 대통령 대리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의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를 옹호해 줄 말이나 수단도 없었을 테지만, 각자가 제 살 길을 찾아 국민 선동에만 열을 올렸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 중 한 명이 '계몽됐다'고 했는데, 나도 그날 이후 '계몽됐다'고 말하고 싶다. 임마누엘 칸트가 <영구평화론>에서 상비군 제도를 반대하면서 '무기를 잡은 시민'이라는 말을 했는데, 12월 3일 밤 국회 앞에서 실감했다.

시민들 손에 무기는 없었지만 위헌·위법한 계엄을 온몸으로 저지했기 때문에 그들의 신체와 정신이 유일한 무기였다. 계엄군의 탱크를 가로막고 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돕는 모습이 자발적으로 무기 사용을 연마한 시민 의용군이 위기에 빠진 국가를 구한다는 칸트의 개념과 맞아 떨어졌다.

40년 이상 법철학을 연구했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덕에 '무기를 잡은 시민'이라는 칸트의 말이 군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고자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임을, 그날 국회 앞에서 깨달았다. 완전히 계몽됐다.

▲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단 김계리 변호사는 2월 25일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임신, 출산, 육아를 하느라 몰랐던 민주당의 패악과 일당독재 파쇼 행위"를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알게 됐다며 "계몽됐다"고 발언했다. ⓒ연합뉴스

12.3 국회, 5.18 도청의 재현…'나는 거기 가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국회 앞에서 마주한 계엄군의 얼굴은 어땠나?

이재승 : 그날 밤 11시 50분쯤 국회에 도착했는데, 군인과 경찰 얼굴 표정이 뭐랄까, '내가 왜 여기 와 있지?' 하는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그들도 나도 모든 상황이 당황스러웠다. 그때 그들에게 '이건 명백한 쿠데타고 내란에 해당된다. 위헌·위법한 명령을 따르는 것도 공무원 범죄에 해당한다.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그건 이루 말할 수 없는 범죄에 해당하니까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얘기했다.

1980년 5월은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때였다. 5월 20일 광주역 앞 첫 집단 발포 상황과 5월 26~27일 공수부대의 재진입 시점에 '도청으로 와 달라'던 시민군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광주의 5월을 겪은 후배들을 최근에 만났는데 그들도 그 목소리를 언급하며 울컥했다.

예순이 된 교수가 특별한 용기가 있어서 그날 밤 국회 앞으로 달려간 것이라기보다는, 국가폭력의 목격자로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또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거기 가 있어야 한다'는 후회가 작용했던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혼잡스러운 상황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이 선출한 '의회 권한' 침탈…명백한 내란"

프레시안 :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내란죄인 이유는?

이재승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민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선출한다. 국가 최고 수반이 대통령이라고 해도 국민이 선출한 의회를 침탈하면 안 된다는 게 민주정과 공화정의 원리다. 로마시대에도 '투표 방해 행위'와 '집회 방해 행위'는 내란죄, 반역죄로 다스렸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침탈했을 뿐 아니라 계엄 포고령을 통해 정치인의 정치활동과 시민들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금지했다. 민주정과 공화정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의 근간을 명백하게 유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치인을 체포·구금하려고 했다. 중대한 현행범이 아니고서는 영장 없이 사람을 체포할 수 없다. 박정희 유신시대의 과거사를 다루는 법원은 지금도 영장 없는 체포·구금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국가배상을 결정하고 있다. 도대체 윤 대통령은 어디서 온 대통령이 간데, 법원 판결과 정반대 행위를 하려고 한 것인가.

대한민국 형법에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국헌문란'에 관한 특별한 정의가 있는데,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국헌문란으로 규정했다(형법 제91조 2호).

이 조항은 1952년 이승만 정권의 '부산 정치 파동' 당시 국회 회합을 방해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이 탄 통근버스를 연행한 뒤 10명의 의원을 국제공산당 관련 혐의로 구속한 뒤 개헌안을 통과시킨 일을 계기로, 형법에 명시됐다. 의회의 권한을 침탈하는 것은 형법상 명백한 내란죄에 해당한다.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책임자 '발골' 어려워…"

프레시안 : 12.3 사태의 핵심 주동자와 단순 가담자를 구분하는 것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재승 : 보통 군인들은 상급자인 명령권자의 명령 내용을 소상히 알고 따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날 보통의 계엄군들은 헬기 타고 버스 타고 도착해 보니, 국회에 와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을 것이다. 보통의 군인들에게는 처벌이 아니라 교양 강화와 치유가 필요하다. 군인 가운데 지휘관과 병사들을 구분하고, 특히 지휘관 중에는 감옥에 보낼 사람, 불명예 전역시킬 사람, 재교육해 남길 사람, 귀감으로 삼을 사람을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친위 쿠데타에 군병력을 동원한 지휘관들에 대해서는 어렵더라도 책임자를 '발골(拔骨)'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계엄은 상당히 오래 전부터 준비된 것 같다. 그렇다면, 군대나 검·경 등 상층부에 동조자가 많을 것이다.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주동자와 가담자, 부화뇌동자를 구분하고 책임 추궁 대상 범위를 정하는 등 앞으로 문제는 더 복잡해질 것이다.

계엄 전후 상황에 대한 진실이 완전히 드러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다만, 경계선에 선 사람들 중 살고자 하는 이가 다음 한 발을 어떻게 내딛느냐에 따라 진상규명의 범위도 달라질 것이다. 어쨌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그날 군대를 동원한 부대장급 책임자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프레시안 : 윤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공무원과 군·경 조직 재정비도 시급해졌다.

이재승 : 군인이나 경찰이 되기 전 인권교육, 소양교육, 민주주의 교육 등이 필요하다. 조직의 책임자들에 대해서도 같은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당파적 애국심이 아닌 당파적으로는 중립적이지만 민주주의와 헌법에 충실한 정치적 태도를 함양시켜야 한다. 전면적인 재교육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군인들이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도발 유도, 국제형사재판소 '침략범죄'에 해당"

프레시안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북한의 도발 유도 정황이 나오면서 외환죄 혐의 적용 여부에도 관심이 모였는데….

이재승 : '내란죄', '외환죄'라고 하면 데칼코마니 같은 대칭을 연상하게 돼 외세를 끌어들이는 행동은 당연히 외환죄로 처벌해야 할 것 같지만, 외환죄 조항(형법 제92조)은 외국·외국인과 '통모(通謀)'를 핵심적인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모는 '손을 잡았다'라는 식의 직접적인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과 북한이 통모와 같은 직접적인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환죄 적용은 어렵다고 본다.

대신 국제형사법 차원의 '침략범죄'로 접근하면 어떨까 싶다. 대한민국은 국제형사재판소(ICC) 규정의 당사국이다. 지난 2010년 6월 '캄팔라 재검토회의'에서 채택된 '침략범죄(crime of aggression)'는 소위 '지휘부 범죄'로, 범죄를 계획하고 준비한 국가 지도자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윤 대통령의 계엄이 바로 이 침략범죄에 해당한다. 북한의 무력행사를 유도하거나 북한에 대하여 무력행사를 시행할 계획을 세운 것만으로도, 침략범죄 처벌 대상이다.

"한국의 극우파, '상상된 기독교 공동체'에서 민족성 찾아…"

프레시안 : 윤 대통령의 계엄 이후 분열된 사회, 극우화된 사회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이재승 : 극우 세력이 주장하는 부정 담론이 몇 개 있다. 먼저 보수 논객 지만원 씨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의 '북한군 개입설' 근거로 내세운 이른바 '광수론', 다음으로 반중·혐중 정서에서 비롯된 '공직자 중국 스파이설', 그리고 또 하나가 계엄 이후 헌법재판소에서도 노골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부정선거론'이다.

이런 부정 담론은 '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 세력이 성취한 것을 부정하기 위해 나온 이야기 틀이라고 생각한다. 민족 중심적이고 국가의 이익을 중심으로 삼는 것이 우파인데, 지금 대한민국 우파들은 정통 우파로 보기 힘든 '비뚤어진' 우파다.

비뚤어진 우파들, 초기에는 태극기를 들고 나오더니 지금은 성조기와 이스라엘기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기 세 개가 결합된 걸 보면서 '민족의 고유한 힘에 의존하기보다는 '상상된 기독교 공동체'를 민족으로 모시고 이들 나라 간에 위계적 권력관계를 추구하는 봉건적인 사람들이 지금의 극우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이 민족을 왕조 국가가 쇠퇴하고 자본주의가 발달하는 시기에 나타난 '상상된 공동체'라고 정의했는데, 한국의 우파는 '상상된 기독교 공동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2월 중순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도 극우 성향의 기독교단체가 주최한 기도회였고, 전광훈 목사도 매주 서울 광화문에서 기도회를 열고 있다.

▲ 2월 15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개최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및 석방 촉구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법, 불가역적 인권침해 야기…계엄 권력, 다시 살펴야"

프레시안 : 윤 대통령 탄핵안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갈등과 분열이라는 혼돈 양상이 이어질 것 같다.

이재승 : 윤 대통령의 말처럼 단 '2시간짜리 내란'이었다고 해도 극우 세력에 '국가 전복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서부지법 폭동이 발생했고, 헌재에 대한 공격도 계속되고 있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인용된 이후가 더 걱정이다.

사회적 갈등과 분열은 개개인의 인성과 연관된 부분도 있지만 제도적 틀에서도 기인한다. 윤 대통령에 의한 계엄 사태를 계기로 사회 제도나 규범이 한 차원 높게 향상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런 부분에서의 혁신이 별로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 법제도는 군대와 경찰과 같은 권력 기구, 그리고 권력 기득권자들, 상층부의 편의를 위한 세부조정이 있을 뿐 이전 골격을 그대로다. 공권력이 동원되고 행사되는 방식은 민주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형태여야 한다.

프레시안 : 계엄 사태 직후부터 계엄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재승 : 계엄법은 1949년 11월 24일 제정됐는데, 계엄사령관과 계엄법원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그 구성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제9조 1항에는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헌법이 부여한 '기본권'을 모조리 침해하고 있다.

제10조 1항도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뿐 아니라 국교에 관한 죄, 폭발물에 관한 죄, 공무방해에 관한 죄,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 군사상 필요에 의하여 제정한 법령에 규정된 죄 등 명시된 13개 중(1981년 개정)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한 재판은 군사법원이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또한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 1항)를 전적으로 침해하는 내용이다.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계엄사령관이 인력과 물자 등을 신속하게 동원하는 경우에만 계엄 권력이 미쳐야 한다. 사람을 붙잡아다가 재판하는 것은 계엄당국이 잘 할 수 있는 문제 영역이 아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계엄을 선포해서 민간인을 처단하려는 음험한 계략이 계엄법의 존재 이유 같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를 위해 활동해온 지인이 전해준 말에 의하면, 계엄이 선포된 후 피해자들이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또 끌려가서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이미 체험한 공포를 다시 느낀 것이다. 군인들이 자행한 불가역적 인권 침해의 피해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계엄법, 계엄 권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삼청교육대는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사회 정화를 명목으로 계엄 포고령을 근거로 약 4만 여 명을 군부대에 수용해 근로교육 등을 강요한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최근 이들이 당한 피해를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인정하였고, 법원도 잇따라 피해자들에게 국가배상판결을 내리고 있다.)

프레시안 : 윤 대통령의 계엄이 우리 사회에 남긴 것은 무엇인가?

이재승 : 윤 대통령은 끝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5.18 광주학살 때처럼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만의 생각이자 도착증세다.

국가의 경제적 손실, 대외 신용도 하락만 문제가 아니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받은 심리적인 충격 또한 굉장히 클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데 드는 사회적 재건 비용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윤 대통령의 계엄으로 나라를 올바르게 하는 데에는 모든 사람들의 어깨가 필요하지만 나라를 일시에 망가뜨리는 데에는 몇 사람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지 않았나 싶다.

▲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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