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후 100일 하고도 하루가 지난 13일, 성난 시민들의 발걸음이 헌법재판소 인근을 향했다. 시민들은 이날 오전 헌재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를 모두 기각한 데 대해 더욱 분노에 찬 듯한 모습이었다.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시민은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향해 "감사원장과 서울지검장 탄핵이 기각됐다고 해서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이 기각될 것이란 기대를 버리라"고 외쳤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13일 늦은 오후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개최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긴급집회'에 모인 시민들은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확신했다.
자신을 '인천에서 온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한 시민 노헬레나 씨는 "오늘 내란수괴 변호인단이 기자회견 열었는데 윤석열의 탄핵 기각도 기대하는 듯한 내용이었다"며 "극우세력에 말한다. 감사원장과 검사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내란수괴 윤석열도 탄핵될 것이라 희망 회로를 돌리나 본데 웃기지 마시라. 윤석열은 반드시 8대 0으로 파면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헌재의 선고기일 예고 기사는 안 나오고, 보고 싶지 않은 소식만 접하며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애간장이 녹는다"면서 "대체 이렇게까지 선고를 미룰 이유가 무엇인가. 내일을 넘기면 헌재 역사상 최장기 평의를 거치는 것이라는데 그 어느 때보다 윤석열의 탄핵 사유는 명백하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시민 박지수 씨도 "(윤 대통령 대리인) 윤갑근은 '비상계엄 원인이었던 탄핵 8건이 기각되면서 비상계엄 정당성이 점점 증명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이어갔다. 명색이 변호사라는 사람이 본인이 보고 싶은 부분만 봤나 보다"면서 "헌재는 파면 선고로 하루빨리 시민 일상을 되찾아 달라. 헌재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라고 외쳤다.
이날 대검찰청에서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포기한 데 대해 "숙고 끝에 내린 준사법적 결정"이라며 종전의 입장을 반복한 데 대한 분노도 터져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황호준 변호사는 "한 명의 법조인으로서 비참함을 느낀다"고 탄식했다.
황 변호사는 "윤석열에만 유리하게 구속기간을 시간으로 산정해 석방하고 선례에 반하는 법원 판단에 즉시항고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대검의 논리가 이해가 되나"라며 "윤석열에게만 특혜를 주는 식으로 법 집행을 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고 법적 정합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검찰을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 검찰은 내란수괴 파면과 함께 해체돼야 할 썩은 조직"이라며 "변호사로서 시민으로서 윤석열 파면뿐 아니라 내란공범 검찰에 책임을 묻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며 이날로 엿새째 단식 중인 이용길 비상행동 공동의장도 "단식이 6일째라고 했는데 이것은 날짜로 계산한 것이다. 시간으로 계산하면 닷새다. 이거 누가 한 말인가. 심우정 검찰총장이 윤석열을 석방하면서 '(구속기간 산정을) 시간으로 한다'고 한 말"이라며 "검찰총장이 장난하는 것인가. 내란범죄자를 잡아야 할 검찰총장이 잡혀있는 내란수괴를 풀어주고 있다. 심우정은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가 끝난 후 시민들은 세종대로 사거리를 지나 시청광장과 을지로1가 사거리, 종로1가 사거리 등을 거쳐 서십자각터 농성장에서 행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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