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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격전지 쿠르스크에 군복 차림 방문…美 휴전 제안 거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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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격전지 쿠르스크에 군복 차림 방문…美 휴전 제안 거부 의사?

푸틴 "가능한 빨리 적 격파해야" 쿠르스크 수복 의지 강조…트럼프 "러시아 재정 어렵게 할 수 있어"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 휴전 방안을 제시했지만 러시아가 이를 수용할지 불분명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복 차림으로 우크라이나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쿠르스크 지역을 방문했다. 휴전 제안 거부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쿠르스크 전투단 지휘소를 방문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의 보고를 받았다며 "러시아군은 가능한 한 빨리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격파하고 지역 안보 구역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은 쿠르스크에 숨어서 군사 작전을 펼치는 적을 가능한 빨리 격파해야 한다"라며 "쿠르스크 지역은 완전히 해방되어야 하고 앞으로 국경을 따라 안보 구역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안보 구역'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휴전에 들어가기 전에 일단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을 완전히 몰아낸 뒤 일종의 완충 지역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당해 "꾸준히 파괴되고 있다"며 쿠르스크에서 지난 5일 간 24개의 마을과 259㎢에 해당하는 영토를 되찾았다고 보고했다. 또 그는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가 빼앗은 지역의 86%정도에 해당하는 1100㎢ 규모의 영토를 수복했다고 밝혔다.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가 시작된 이래로 적은 6만 7000명 이상의 병력을 잃었으며, 그중에는 가장 잘 훈련된 우크라이나 군인과 외국 용병도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섬멸하기 위한 작전을 계속하고 있으며, 그 목표는 이 지역을 완전히 해방하고 가능한 한 빨리 러시아 국경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르스크 지역에 방문해 현장 지휘관들에게 작전 관련 사항을 지시하고 있다. ⓒ크렘린궁 누리집 갈무리.

하지만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12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의 본인 계정에서 러시아 측의 이같은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쿠르스크의 작전 구역 및 주변 지역에서 활발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며 "우리 군은 쿠르스크에서 8차례의 적의 공격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쿠르스크 작전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군의 손실은 5만4000명에 달한다. 탱크 90대, 장갑차 654대, 대공포 5문, 대공포 2대, 비행기 1대, 헬리콥터 2대, 차량 1100여대, 특수장비 28대 등의 손실이 있었다"며 "러시아-북한군의 압박이 커졌지만 쿠르스크에서의 방어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을 기습적으로 공격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이곳을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 휴전을 언급한 직후에 푸틴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쿠르스크에 나타나면서, 러시아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제안을 바로 받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일정이 예정에 없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원래 주재하려고 했던 경제 회의를 업무 일정 상 연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휴전안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이후에 판단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미국이 이 방안에 대한 러시아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의 고위 당국자들은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마이클 월츠 미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측과 협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국 대표단이 러시아를 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에서 휴전을 위해 러시아에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냐는 질문에 "러시아를 재정적으로 어렵게 만들 조치를 할 수 있다"면서도 "평화를 바라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억 달러의 돈이 들어가면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는 훨씬 더 강해졌다. 나토는 그 돈을 많이 써서 이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이 나토에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나토는 우리를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 지불해야 할 돈을 내고 해야 할 일을 한다면 말이다"라며 "당신들이 지불해야 할 분담금을 내지 않는 한, NATO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발언을 했다"라고 말해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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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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