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의 재산 총액이 아닌 물려받는 사람(상속인)이 각각 받은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상속세 개편안을 발표한 데 대해, 참여연대가 국세수입의 4.5%가 상속증여세인 상황에서 막대한 세수 감소를 초래할 초부자 감세안을 꺼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2일 논평에서 "오늘 정부는 상속세 과세 방식을 피상속인의 전체 유산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유산세 방식에서 상속인이 받은 재산별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발표했다"며 "정부는 이번 제도 개편이 과세형평 제고와 공제 실효성 개선을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제도 개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발표한 유산취득세 체계에서 감세가 일어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30억 원의 재산을 세 명에게 10억 원씩 물려주는 경우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 기준과세액은 유산 총액인 30억 원이다. 유산취득세 체계에서 기준과세액은 한 명이 물려받은 10억 원이다. 상속세는 기준과세액이 높을수록 세율이 올라가는 누진 구조로 짜여있기 때문에 유산취득세 체계에서 상속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이에 더해 정부는 현재 유산총액에 적용되는 최대 5억 원의 일괄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배우자공제 최소액 5억→10억 원 △자녀공제액 5000만→5억 원 △기타 상속인 공제액 2억 원 신설 등 인적공제를 늘릴 계획이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유산취득세라는 명분 아래 공제액만 대폭 확대해 초고액 자산가에게 돌아갈 세 부담을 대폭 감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번 방안에는 제도 전환 이후 상속세 세수를 유지하기 위한 세수중립성 보장 내용이 없다"며 "상속증여세가 국세 수입의 4.5%(15조 3000억 원)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세수중립 없는 상속세 개편은 재정 기반을 약화시키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또 가업상속공제를 두고 "가업상속공제는 최대 600억 원까지 과도하게 공제돼 고액 자산가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온 대표적 감세 제도로, 유산취득세 전환과 결합할 경우 그 감세 효과는 훨씬 증폭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1000억 원의 가업재산을 상속할 때 가업상속공제로 600억 원 공제 후 남는 400억 원마저 상속인들이 나눠 부담하면, 상속세는 대폭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참여연대는 정부의 상속세 개편 방안에 대해 "부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해야 할 상속세의 본래 목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조치"라며 "정부와 국회는 조세정의와 사회적 연대를 져버리는 행보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상속세 개편 법률안을 입법예고하고, 4월 공청회를 거친 뒤 5월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올해 중 입법이 이뤄지면, 과세 집행시스템 구축을 거쳐 2028년부터는 시행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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