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취재해 논란이 된 독일 공영방송 채널이 해당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지 않고 홈페이지에서도 영상을 내렸다.
독일 방송사 피닉스는 6일(현지시간) 당초 방영할 예정이던 <중국과 북한의 그늘에 가려진 국가 위기>라는 제목의 28분 25초짜리 한국 다큐멘터리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내보냈다.
피닉스는 독일 양대 공영방송인 ARD와 ZDF가 함께 운영하는 정책·시사 프로그램 전문 채널이다. 피닉스와 ARD, ZDF 모두 홈페이지에서도 다큐멘터리를 삭제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달 25일 방송사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당초 6일 오전 9시 30분 방영 예정이었다.
다큐멘터리는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 이후 한국에서 일어난 탄핵 찬반 양측의 집회 현장을 취재했다. 다만 한국의 이런 갈등을 "지정학적으로 자유세계와 전체주의 국가 간 전략적 균형과 미국과 중국, 북한의 한국을 향한 패권 투쟁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이번 사태 원인을 윤 대통령의 계엄이 아닌 지정학적 문제로 돌렸다는 비판이 일어난 대목이다.
방송은 이 맥락에서 여당의 종북 몰이를 일방적으로 다뤘다. 심지어 "중국과 북한 해커의 선거 개입으로 국회 과반수 이상이 부정선거로 선출됐다"는 전광훈 목사 주장을 일방적으로 실었고 "지난 5년간 치러진 선거를 살펴보면 수학자들은 선거가 모두 조작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는 허병기 인하대학교 교수의 주장도 담았다.
이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는 소식이 나오자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 등은 한국시간 6일 성명을 내 해당 방송은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오래된 냉전 체제의 관점으로 확대하고 왜곡"했으며 "한국 국민 다수가 허위 사실이며 망상으로 판단하는 일부 극우 세력의 주장을 압도적인 비중으로 다루"는 등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풀리는 서사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또 "계엄령의 문제점을 지적한 취재원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다른 다섯 명의 취재원은 극단적인 대통령 지지자,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자, 실체도 없는 공산주의 카르텔을 주장하는 교수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가장 큰 문제는 유럽이 냉전 시대에 가졌던 동아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부활시켰다는 점"이라며 "현재 한국의 사태를 "중국-북한-극좌 야당의 은밀한 정치적 동맹"과 "미국-일본-여당"이라는 이분법적 냉전 구도로 바라보고 있다"고 21조넷은 지적했다.
독일 교민단체 '재독 한인 윤석열 탄핵집회 모임'은 방송국에 보낼 항의 서한에 7일 오전까지 1922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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