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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영방송, 극우 주장 일색 '尹 계엄' 방송?…"한국 시민에게 사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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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공영방송, 극우 주장 일색 '尹 계엄' 방송?…"한국 시민에게 사과하라"

시민단체 "ARD·ZDF 방송, 전광훈 등 극우 주장을 냉전 체제 관점으로 왜곡…한국인들 모욕"

독일 공영방송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한국의 상황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극우세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담아 파문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해당 방송을 한 독일 공영방송을 향해 "한국 시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를 운영하고 있는 'phoenix'는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28분 25초 분량의 '한국 내부-미국, 중국, 그리고 북한(Inside Südkorea - USA, China und Nordkorea)'을 올렸다. 다큐멘터리의 정식 방영 시간은 독일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 9시 30분이며, 한국 시간으로는 오후 5시 30분이다.

방송은 윤 대통령 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찬반 집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한국의 정치적 갈등은 지정학적으로 자유세계와 전체주의 국가 간 전략적 균형과 미국과 중국, 북한의 한국에 대한 패권 투쟁을 반영하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분열된 여론의 원인을 윤 대통령의 계엄이 아닌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으로 돌린 것이다.

방송은 야당에 대한 집권여당의 종북 몰이를 주요하게 다루며 "두 거대 정당 사이에 남남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만일 역사적으로 북한에 대해 다른 접근 방법을 택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면 중국의 입지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어 "중국과 북한의 해커 개입으로 국회에 과반수 이상이 부정선거로 선출되었다"는 전광훈 목사의 주장, "지난 5년간 치러진 선거를 살펴보면 모든 수학자들은 선거가 모두 조작되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는 허병기 인하대학교 교수의 말 등 극우 세력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전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이 다큐멘터리가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더욱 위태롭게 할 극도로 편향되고 왜곡된 방송이라 판단한다"며 방송 중단 및 사과를 촉구했다.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21조넷) 등은 6일 성명을 내고 해당 방송은 "한국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주장을 오래된 냉전 체제의 관점으로 확대하고 왜곡"했으며 "한국 국민 다수가 허위 사실이며 망상으로 판단하는 일부 극우 세력의 주장을 압도적인 비중으로 다루"는 등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부풀리는 서사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21조넷은 "계엄령의 문제점을 지적한 취재원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다른 다섯 명의 취재원은 극단적인 대통령 지지자, 부정선거 음모론의 확산자, 실체도 없는 공산주의 카르텔을 주장하는 교수들이었다"며 "무엇보다 몇 개월 전까지 보수 정치인들조차 외면하고 종교계에서도 멀리했던 전광훈을 우익 포퓰리스트로 소개했다. 그의 발언과 행태는 우익이 아니라 파시스트에 가깝다"고 꼬집기도 했다.

21조넷은 "가장 큰 문제는 유럽이 냉전 시대에 가졌던 동아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부활시켰다는 점"이라며 "현재 한국의 사태를 "중국-북한-극좌 야당의 은밀한 정치적 동맹"과 "미국-일본-여당"이라는 이분법적 냉전 구도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틀짓기는 부정선거라는 음모론을 중국과 북한의 공산주의 세력이 한국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으로", 또 "이러한 프레임은 중국-한국-북한 간 긴장관계를 왜곡하여 선거 뿐 아니라 한국 입법부와 사법부의 정당성까지 의문에 부친다"며 "이 프로그램은 한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극우 세력의 폭력에 국제사회가 정당성을 부여할 선전 수단으로 쓰일 것이다. 이러한 효과로 독일 역사에서 돌이킬 수 없는 20세기 나치즘이 21세기 한국에서 부활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조넷은 "다큐멘터리 제작진 뿐 아니라 두 공영방송사(ARD와 ZDF)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아울러 "1980년 ARD 특파원이었던 힌츠페터는 광주민주화 항쟁을 최초로 취재한 외신 기자였다. 그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전 세계에 알렸던 한국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를 ARD가 부정하고 있다"는 점과 "2017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한국 시민들에게 에버트 인권상)을 수여했다"는 점을 주지하며 "두 방송사는 그 때의 한국인들을 이 다큐멘터리로 모욕하고 있다"고 했다.

▲ 독일 공영방송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한국 내부-중국과 북한 미국, 중국, 북한(Inside Südkorea - USA, China und Nordkorea)'(ARD 홈페이지 갈무리)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방송을 강하게 비판했다. 신 교수는 "이 프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경위는 인터넷에 극우 성향 사람들이 '독일 공영방송이 한국의 부정선거와 민주당의 종북 실태를 보도해 줬다'면서 '세계가 윤 대통령의 편에 있다'고 환호하는 글들을 우연히 봤기 때문"이라며 "해당 방송을 찾아서 보았는데, 충격적이게도 정말로 일방적으로 윤석열과 그 지지자들,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을 보도한 프로였다"고 평했다.

신 교수는 제목부터 "한국 내에서 미국, 중국, 북한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으며, '한국의 국가 위기.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 갈등에 미국, 시진핑, 김정은의 글로벌 권력투쟁이 반영되어 있는가?'라는 소개글 역시 "'지금 한국의 정치 갈등이 미국, 중국, 북한의 권력투쟁을 '반영'(widerspiegeln)하는가'라고 묻고 있고, 방송 내의 내레이션도 동일하게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한국의 극우주의자들의 주장이다. 그들은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쪽이 친중·친북이고, 계엄을 옹호하며 탄핵에 반대하는 쪽이 친미라는 이데올로기적인 낙인을 선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한국인의 대다수는 쿠데타를 일으킨 윤 대통령의 탄핵은 미국, 중국, 북한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민주주의와 헌법 준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바로잡았다.

신 교수는 해당 방송이 전광훈 목사를 우호적으로 다루는 등 윤리적인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의 가장 극렬한 극우 지도자이자 개신교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전광훈을 우호적으로 보도했다. 그가 주최하는 집회에서 극우주의자들의 증오 선동과 폭력적인 언행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방송이 인용한 여론조사와 청년층 인터뷰 내용 등에 대한 신뢰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방송 초반부터 과격우익 마이너 언론인 <펜앤드마이크>를 인용해서 윤 대통령 지지가 51%라고 보도"했지만 "한국의 공신력 있는 대다수 조사기관은 직무정지 상태인 '윤석열의 지지율’을 조사하지 않을 뿐더러 현재 탄핵 반대 응답은 30~42%, 탄핵 찬성 응답은 54~63% 나오고 있다. 계엄은 잘못한 것이라는 응답은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71%로 나왔다(70%를 웃도는 것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11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계엄은 '잘못한 일'이라는 응답이 72.9%(매우 잘못 58.3%, 다소 잘못 14.6%)였다. 해당 조사는 지난 1월 22일과 23일 전국 성인 1514명에게 웹조사 방식으로 물은 결과이며 응답률 20.0%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 2.52%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 또는 'Gen-Z'들이 '윤석열을 지지한다'는 멘트도 윤석열 지지 단체의 허위 선전일 뿐 사실이 아니"라며 "전광훈 집회는 탄핵 반대 집회 중에서도 노인 비율이 가장 크다. 취재진이 전광훈의 집회를 방문했으면 대다수가 노인인 것을 봤을 텐데 이렇게 보도한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여론은 젊은층인 18~29세에서 '찬성 71% 대 반대 20%'로 가장 낮은 수치가 나왔다. 30대는 찬성 62% 대 반대 30%, 40대는 73% 대 25%, 50대는 67% 대 30%, 60대는 48% 대 49%, 70대 이상은 33% 대 58%로 조사됐다.

해당 조사는 지난달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5%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신 교수는 해당 방송이 전직 미군(David S. Maxwell)을 한국 전문가인 것처럼 소개하며 "윤석열 탄핵에 중국, 북한이 개입되어 있는 듯이 계속 주장했고, 부정선거 주장의 증거가 제시되지 못하는 이유가 민주당과 극좌 세력들이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등 대단히 문제적인 발언을 이어갔다"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한국인들이 중국, 북한 정부의 영향 하에 있는 듯이 보도함으로써 심대하게 명예를 실추시킨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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