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일째 고공농성을 하며 고용승계를 요구 중인 박정혜, 소현숙 씨를 응원하기 위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용승계로 가는 희망뚜벅이'가 1일 끝났다. 이를 처음 제안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함께 수많은 노동자, 시민이 지난달 7일부터 1일까지 23일 간, 경북 구미 옵티칼 공장에서 서울까지 약 350킬로미터를 걸었다.
마지막 날인 이날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영등포역에서 출발해 국회를 거쳐 17일째 고공농성을 하며 복직을 요구 중인 고진수 씨가 있는 명동 세종호텔 앞으로 향했다. 이어 광화문에서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프레시안>은 김 지도위원이 이번 행진 동안 든 마음과 '옵티칼 고용승계로 가는 희망버스' 제안을 담아 마무리 집회에서 한 발언 전문을 싣는다. 김 지도위원은 특히 '말벌 동지'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말벌'은 주로 2030세대로 집회와 투쟁이 벌어지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이들을 뜻하는 별칭이다.
가장 추운 이름 박정혜, 소현숙을 안고
겨울에서 봄으로 우리는 걸어왔습니다.
제겐 청춘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루 13시간을 휴일도 없이 일하거나
두 다리가 부러지거나
옆에서 일하던 동료가 죽거나
그런 현실을 바꾸려다 해고되거나
대공분실에 끌려가 묶인 채 두들겨 맞거나
거꾸로 매달려 내 몸에서 떨어지는 핏방울들을 세거나
구속되거나
수배되거나
또 구속돼 구더기가 굼실굼실 기어다니는 징벌방에서 사지가 뒤로 묶인 채
입은 채로 싸면서도
그래도 살겠다고
혓바닥으로 죽을 핥아먹거나
그건 청춘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한 시절도 빛나보지 못한 나의 청춘
쥐도 새도 모른다 했고
그 무렵 김성수라는 대학생은
허리에 돌을 세 개나 매단 채 바다에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대공분실
내가 여기 끌려올 걸 누구라도 알았으면
내가 어디서 누구의 손에 죽었는지 단 한 사람이라도 알았으면 했던 간절함.
내게 외로움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협할 수도 없었습니다.
외로워 본 사람은 외로움이 얼마나 큰 절망인지 압니다.
박정혜, 소현숙을 더 이상 외롭게 둘 수 없었습니다.
이런 삶을 얼마에 팔겠습니까.
도대체 얼마면 다 팔고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어떤 정치가 이 분들을 풀어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혁명을 꿈꾸었습니다.
성소수자가 행복한
페미니스트가 자랑스러운
장애인이 자유로운
농촌이 소멸되지 않고
그리고 해고노동자가 없는
더 이상 고공으로 내몰리지 않는 그런 세상을.
광화문에서
남태령에서
한강진에서
전국 곳곳에서 겨울 내내 이어지는 투쟁들을 보면서
그 투쟁의 주역이 다음 세대 여성동지들이란 게
저는 눈물겹게 기쁩니다.
꿈꿔왔던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 동지들.
그래서 이제야 제게도 청춘이 있었음을
그런 삶도 청춘이었음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새벽에 차를 몇 번씩 갈아타고
희망뚜벅이 하고 울산으로 돌아가 저녁 알바 갔다가
새벽에 이수기업 투쟁에 결합하는 동지와
부산에서 와서 함께 걸었던
그리고 세종호텔에 갔다가 새 직장을 찾아 면접을 보러 간다던 말벌 동지.
함께 걸었던 말벌 동지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일자리를 잃은 청춘들이었고
그럼에도 강풍 속에서도
깃발을 한 번도 내리지 않은
수많은 동지들을 보며
날마다 웃고 날마다 울었습니다.
불탄 공장 폐허 위 박정혜, 소현숙 동지가
희망을 가지는 게 기뻤고
옵티칼 동지들이 씩씩해지는 게 벅찼습니다.
오늘 희망뚜벅이는 마치지만 우린 투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소현숙, 박정혜가 아직 고공에 있고
세종호텔 고진수도 고공에 있고
지혜복과 말벌 동지들은 유치장에 있습니다.
승리는 어느 날 벼락처럼 오지 않습니다.
정직하게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한 걸음 한 걸음이 쌓여 정리가 됨을 저는 믿습니다.
동지 여러분
우리가 정직하게 한 발 한 발 걸어온 이 걸음을 희망버스로 이어갑시다.
3월 말 늦어도 4월 초 옵티칼로 가는 희망버스를 제안합니다.
전국의 동지들이 박정혜, 소현숙에게 희망이 됩시다.
우리 말벌 동지들 고맙습니다.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
희망버스에서 다시 만납시다.
박문진 동지, 차해도 동지, 장영식 동지, 그리고 하은 동지를 비롯한
우리 희망뚜벅이 실무팀 동지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꼭 오셔야 했던
고진수, 지혜복, 서재유, 그리고 22명의 말벌 동지들을 유치장에 두고 가는 발걸음이 무겁지만
우린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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