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과 팽창의 시대에 살아온 세대로서 지방소멸의 위기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700만 명에 이른다. 베이비붐 세대는 고속성장과 팽창의 시대를 주도한 핵심 세대이다.
열심히 살아온 만큼 고향에 대한 향수와 애착이 강할 수 밖에 없다. 우리 고향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 중 4번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시민단체인 ‘좋은정치시민넷’이 전국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이다.
전북보다 앞서서 소멸될 위기에 처한 곳은 전남과 경북, 강원도 순서이다. 지방소멸 위기는 모든 국민이 아는 바와 같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되고 있다.
전북은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38로 2023년보다 0.02가 더 낮아지고 ‘소멸위험진입 단계’로 나타났다. 도내 모든 시군이 2023년에 비해 소멸위험지수가 악화된 영향이다. ‘좋은정치시민넷’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으로 ‘소멸위험지수’를 계산했다. 지수가 낮을수록 지방소멸 위험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

전북 14개 시·군 중 93%인 13개 시·군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이 가운데 익산시를 포함한 6개 시·군은 ‘소멸위험진입 단계’, 임실군을 포함한 7개 군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조사됐다. 임실군이 소멸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전주시도 ‘주의단계’로 포함됐다.
전북이 전국 다른 시·도 보다 빠르게 소멸위험에 처하게 된 것은 먼저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으로부터 소외된 탓이 크다. 미국의 경제학자 너크시(Nurkse, R.)가 주장한 ‘빈곤의 악순환’은 전북에서 ‘정치소외의 악순환’으로 적용할 수 있다. 정부의 특정지역 우선개발을 위한 불균형정책->재정지원의 소외->경제낙후->인구유출->정치력의 약화 등의 악순환이 그것이다.
요즈음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전북의 삼중차별론을 다르게 표현한 용어이다. 내재적으로는 완주·전주통합을 이루지 못해 전주의 중심성이 약화되는 데다 광주와 대전 등지로 전북 인구가 유출된 데도 원인이 크다. 지난해 전주 등지에서 인구가 유입된 완주군도 소멸위험지수가 0.374에서 0.368로 낮아졌다. 이는 전북 평균 0.38보다 낮은 것으로 그만큼 소멸압박이 크다.
여기서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에 좋은 일자리와 대학 등이 집중되고, 이로 인해 주거와 교통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을 집중하지만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방은 상대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인력이 유출되기 마련이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수도권 편중의 병리현상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나라의 지속성마저 우려되는 현실이다.
‘좋은정치시민넷’은 “전국과 전북특별자치도 소멸위험지수를 매년 분석한 결과 지수가 개선되지 않고 악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방기금법」에 따른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조성하여 매년 1조씩 지원하고 있지만 지방소멸위험지수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수도권 진입장벽 강화, 지방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공공기관 이전, 수도권 대학 정원 축소 및 지방대학 활성화,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좋은정치시민넷’의 분석과 대안제시는 시의적절한 것이다. 지방을 소멸위험으로부터 구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룩하는 것은 선한 정부가 취해야 할 최우선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북 내재적으로는 전주와 완주를 통합하고, 군산과 김제, 부안을 통합하는 새만금특별시를 만드는 게 지방소멸을 막는 유력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전주와 완주통합은 21일 「전북특별자치도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가 도의회를 통과함으로써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만금특별시 또한 우선 특별자치단체연합으로 시작해서 궁극적으로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전북인이 스스로 전북소멸을 방지하지 않으면 우리 고향 전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