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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화·양극화된 교회…종교의 본질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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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화·양극화된 교회…종교의 본질을 묻다

[독점과 쏠림이냐, 포용과 분권이냐] 마을 목회에 대한 성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이후 한국 사회는 '극우 세력'의 결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개신교 목사와 신도들이 소위 '아스팔트 우파'의 핵심 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필자는 공동체성에 기반한 '마을 목회'가 교회의 본질을 찾는 대안 운동을 기능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편집자주)

한국 땅에 개신교가 전래된 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어느 때보다 많은 고난과 굴곡을 겪을 수 밖에 없던 세월을 거치면서 이 땅의 교회는 민족의 역사와 동고동락하는 경험을 낳아왔다. 구한말 국운의 쇠락기 속에 전래된 기독교 문화, 특히 개신교로 상징되는 그리스도 교회는 뒤쳐졌던 세계 문명사의 출구로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수행했고, 경제 성장기 고향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던 사람들에게 정착의 기회와 위로를 제공해 주는 새로운 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했다. 나라의 가난으로 사회복지의 혜택을 누리기 힘들던 시절, 사회 속에서 이웃 돌봄의 역할을 감당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교회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기독교 교회에 대한 한국인들의 심정은 양가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위에서 말한 분위기를 향유했던 50대 이상의 중년층들에게는 근대화의 문으로 다가설 수 있던 관문의 모습으로 남아있고. 다른 한편으로 태어나 보니 선진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던 새로운 세대에게는 권위적이고 낡아버린 조직과 문화의 전형으로 비추이곤 하는 것이 교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가 느끼고 있는 이와 같은 비판적인 의식은 특히 대형교회(메가처치)라는 단어의 개념 속에 내포된 딜레마로 다가오기도 한다.

한편으로, 대형교회라는 단어는 한국교회 성장의 특별한 단면을 보여주는 말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한국사회와 같이 압축된 성장과 발전을 경험한 산업사회에서 나타나는 교회의 대형화 현상은 중앙화, 효율화, 집중화 현상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중반 대형교회를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여러 나라의 현상에서 나타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대형교회의 성장은 산업화 그리고 대도시화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에도 출석교인 2천명 이상의 대형교회 현상은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도시화, 인구의 밀집화가 초래된 근대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다시 말해서 대도시화 현상 없이 대형교회는 성립하기 힘들고, 따라서 대형교회는 그 사회의 산업적, 도시적 문화의 차원을 다분히 반영하게 된다. 한국과 같이 출석 교인 1만명 이상의 교회라야 비로소 대형교회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통념이 지배하는 사회라면, 이러한 교회의 성립의 배경에 부지불식간에 강력한 도시화와 성장화의 문화가 작용했을 것임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서 대형교회는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압축성장의 특장점, 또한 단점과 한계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국의 대형교회에 대한 분석적, 사회학적 진단은 대체로 한 세대 전부터 활발히 이루어져왔다. 여러 연구가 보여주는 분석은 오늘날 후기 산업화의 흐름에 들어선 한국사회의 특성상 대형교회 현상은 장점보다 많은 단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곤 한다. 동시에 소수의 대형교회의 영향력 속에서, 대형 아닌 다수 교회들이 직면해야 하는 생존의 어려움 또한 고민스러운 문제라고 언급하곤 한다. 고령화와 탈종교화의 흐름이 심화될수록 교회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진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러한 추세 속에 이른바 ‘마을’ 교회에 대해 주어지고 있는 오늘의 관심은 그간 큰 성찰 없이 규모의 대형화를 지향했던 교회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제기하도록 한다. 그것은 현대사회 속에서의 공동체 의식의 중심으로서 교회 본연의 자세에 대해 질문하는 가운데 교회의 본질을 찾는 대안 운동의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우선 ‘마을’의 개념에 대해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교회론에 관련해서 사용되는 ‘마을’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이 단어에서 연상되는 지방 혹은 시골 같은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마을’이란 특정의 지역적 정주를 중심으로 한 공동거주지의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삶과 문화, 환경, 공동의 삶의 터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지향하는 개념이라 하겠다. 그 같이 마을교회도 지역적 특성에 상관없이 삶을 함께 하는 공동체적 운동을 지향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자들은 ‘마을’에 대한 이러한 개념의 변화에는 일본의 마치즈쿠리 운동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비슷한 시기에 박원순 시장이 도시사업을 통해 서울시민들에게도 익숙한 개념으로 만들기도 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곤 한다. 또한 선교적 교회론과 연관해서 볼 때, 최근의 영국과 미국, 그리고 다양한 지역들에서 여러 양상으로 표출되는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교회의 차원에서 우리 나라에서는 성공회, 감리교회, 그리고 수년전 교단 의제로 이를 다루었던 장로교단에 의해 표출된 교회갱신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이 운동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은 ‘마을’이 21세기 들어 중요한 관심으로 부각되어 온 공공신학(public theology), 그리고 선교적 교회론(missional church)의 개념과 연관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하곤 한다. 공공신학이란 신학이 공공선에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포하고 있는 개념이다. 또 선교적 교회론은 교회가, 선교와 봉사를 기능으로 수행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육신적 자세로 세상 한 가운데에서서 함께 살아가고 봉사해야 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마을 교회(목회)의 목적은 세상의 잡다한 문제 한 가운데 뛰어들어 부대끼며, 서로 섬기며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마을 목회’, ‘마을 교회’의 개념은 한마디로 공동체 세우기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의 구성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 주거, 문화 등을 포함한 다양한 측면의 과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교회뿐 아니라, 그 너머 지역 구성원들과 협조하는 가운데, 전반적으로 삶을 고양시키는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도시에서, 농촌에서, 때로는 도농 간 협력을 통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편으로, 도시 교회들은 지역 사회 한가운데에서 지역 구성원들의 필요를 채워주고.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교회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다른 한편, 시골 지역 교회의 지도자들은 마을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일하고 함께 축제를 벌이며 공동의 생활공간을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을 경주한다. 교회들은 메시지를 선포하는 방식의 전통적인 선교의 방법을 취하기보다, 삶의 현장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기뻐하고 수고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삶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호남신학대학교 은퇴 교수 강성열 박사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과 같이 신학자가 주도하여 마을 살리기, 경제정의 실현 등에 매진하는 운동의 사례도 있다. 신학자가 주도하여 농촌교회에 필요한 시설 확충, 생태농업에 기반한 장마당 개최 및 도농 협력을 추구하는 운동은 지역을 기반으로 수행되는 마을 목회 운동이 생명 운동에 기반한 생태학적, 환경운동적 측면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노정하고 있다. 마을 목회 운동의 특징은 설교 중심의 전통적인 교회운영 방식을 넘어, 현실적 상황에 연계된 구체적 가치관과 실용적 방향성에 입각하여 전개되는 것이다.

한국교회에 불고 있는 ‘마을 목회’ 운동은, 산업사회의 그늘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공동체 됨에 기여하고자 하는 시도에 접목시키는 것으로서 전개되는 것이라 하겠다. 시민사회와 지역상생에 대한 기여를 모색하는 현상은 교회의 본질에 대해 반성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종교단체의 입지를 정립하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한다. 여러 사회 정치적 도전 속에 편향된 정파적 물결에 휩쓸리곤 하는 오늘날과 같은 교회의 상황 속에서 공동체 본연의 목적과 방향을 잃지 않고 공공선의 본래적 모습을 지향하는 모습이 기대된다고 하겠다. 상생과 책임의 가치, 공동체 됨을 지향하는 문화운동이 어떤 경로로 구체화될 것인지, 어떤 실질적인 열매로 가시화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도도한 도시화 추세 속에 잠적하여, 때로 놓치고 있는 본래적 가치를 회복하며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할 수 있을까. 오늘날 전개되고 있는 ‘마을 목회’ 운동은 이러한 화두와 함께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1일 부산역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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