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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우클릭', 광장 염원 외면한 기괴한 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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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우클릭', 광장 염원 외면한 기괴한 처방

[시민건강논평] 성장 담론의 허상을 넘어선 민주주의

내란 우두머리와 그 동조자들은 마지막까지 저항하고 있다. 그들의 지속되는 저항과 그 가운데 던지는 메시지는 극우 세력을 더욱 결집해 급기야 그들로하여금 폭동에 나서게 했다. 내란 주동자와 공범들, 그리고 극우 세력의 테러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임을 묻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메시지를 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얼마나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당장 예측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대통령 탄핵과 처벌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치권을 포함해 많은 사람의 전망도 다르지 않다.

제1야당 대표 역시 반민주 세력에 대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9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가 내놓는 메시지에도 더 이상 내란 세력에 책임을 묻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 국가 현안에 대한 내용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그가 생각하는 국가의 시급한 과제, 그리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기업주도의 성장'과 '실용주의'라 할 수 있다. 과연 그것이 12월 이후 광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염원과 얼마나 맞닿아있는지 우려스럽다. '실용주의'라 포장하고 있는 그것이 내란 세력이 12.3 이전까지 추진하던 것, 아니, 내란과 무관하게 지금도 추진하고 있는 것과 완전히 동일하기 때문이다. 여당도 그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틀렸다'고 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 '믿을 수 없다', ‘말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가.

우리는 '기업주도의 성장'이라는 방향도 틀렸다고 판단한다. 그가 제시한 그 방향은 지금까지 그러했던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와 '국가경쟁력'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환경, 노동, 복지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무시하고, 대기업과 재벌 중심의 정책을 우선시하면서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배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 양극화가 정치 극단화와 사회의 양극화를 야기시킨다는 멀쩡한 진단을 해놓고도 갑자기 성장을 해야 한다는 처방으로 나아가는 것은 기괴하다.

경제 양극화를 현재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한다면, 해결 방안도 이에 맞춰야 한다. 경제 양극화와 불평등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대화된 결과다. 갈수록 삶의 필수적인 요소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되고, 원자화된 개인들은 시장에 내던져져 삶을 영위하고 있다. 승자독식과 각자도생의 삶의 방식 속에서 내 자리, 혹은 내가 원하는 자리를 위협하는 타인과 생존 경쟁을 펼치는 과정에서 탈락하고, 박탈당하는 개인이 늘어난다. 개인의 불안과 공포심을 활용해 혐오를 조장하는 정치는 시민들 간의 싸움을 부추기며 양극화를 야기한다. 여기서 저성장은 현재 주어진 중요한 조건 중 하나긴 하지만, 우리 삶을 위태롭게 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니며, 이를 가장 시급한 문제로 설정하는 것은 오류다.

설령 경제 성장이 중요한 문제라고 하더라도, 여기서 성장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GDP 증가? 수출 증가? 세계에서 경쟁하는 대기업의 시가총액 증가? 그래서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규제를 완화하며 기업이 하고 싶은 대로 지원하려는 것인가. 최근 주52 시간 적용 예외를 담은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뒤집으려는 움직임 같은 게 성장을 위한 것이라면, 이는 '성장의 기회도, 그 결과도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과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실제 경제성장에도 썩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광장의 목소리에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제1야당과 그 대표의 행보가 이렇게 보수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상태에서 이른바 중도층의 표를 가져오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진보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극우) 보수 정당을 찍을 리는 없고, 선거 때 '사표론'이나 '비판적 지지'를 운위하면 작은 정당의 표를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판단 아래 보수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다. 둘째, 12.3 이후 여당이 급격히 극우화되고 있으나, 본래 거대 양당은 사회, 문화, 경제 이슈에 있어서 큰 차별점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경제에 있어서는 한때 개혁적인 구호를 내걸더라도 결국 재벌의 편을 들고는 했다. 셋째, 뿌리 깊은 성장 담론의 헤게모니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고통이 성장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달려가는 자본주의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그 해결 방법이 성장이라고 믿고, 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여전히 주류를 차지한다.

어렵게 형성된 새로운 시대를 향한 힘이 보수적 정치 담론에 흡수되고 나면, 이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에너지를 다시 결집시키기는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러므로 거대 양당제의 열악한 정치 지형 가운데 이어 나가는 진보 정치 운동과 제1야당 내에서 진보 정치를 키워나가려는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할 필요가 있음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는 사회권력의 중심성에 기반하지 않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 시민사회와 괴리된 제도권 정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지 12.3 내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다른 세상의 구현임을 명확히 하고 계속해서 이를 주장해야 한다. 광장에서 우리가 외치는 민주주의는 단지 87년에 독재 타도와 함께 달성되었다고 여겨지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의 이해관계를 보호하는 수단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모순으로 발생하는 고통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미의 민주주의다. 광장에서, 그리고 일상의 공간에서 자본주의의 틈새를 드러내고 이를 점차 넓혀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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