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은행이 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한 달간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RP) 총액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1년간 발행한 총액보다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그만큼 컸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13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일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작년 12월 한 달간 총 47조6000억 원 규모의 RP를 매입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의 한 해 총 매입액(42조3000억 원)을 뛰어넘은 규모다.
이에 따라 한은의 작년 연간 RP 매입액은 106조1000억 원이 돼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됐다.
한은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금융기관의 채권을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채권을 되팔아 유동성을 회수한다. 이 같은 RP 매입을 통해 한은은 단기적으로 시중 유동성을 조절한다.
즉 이번 기록은 12.3 비상계엄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경제 주체 심리가 시중 돈 줄을 매마르게 했고, 그 때문에 한은이 사상 최대 규모로 시중에 단기 자금을 풀었음을 보여준다.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달 3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시중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이튿날인 4일에는 RP를 비정례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내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악영향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컸음을 한은이 입증한 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경제의 발목을 부러뜨린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이어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이창용 총재를 비롯한 한은 임직원 모두 고생이 많았다"며 "이 사태가 온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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