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주모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경호처의 물리력을 동원해 법원 발부 체포영장에 항거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 경제학계 원로 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우리나라의 국격이 하루아침에 바나나공화국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한탄했다.
이 교수는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이 영 아니다 싶을 때 우리가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라며 "어제(4일) 한남동에서 벌어진 해프닝을 보면서 그 말이 문득 머리에 떠오르더라. 정말이지 못난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나라 꼴이 말이 안 나올 지경으로 엉망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을 겨냥 "늘 입버릇처럼 '법질서'를 부르짖던 사람 아니었나. 자기 정적에게는 먼지 하나라도 털어내 추상같은 법의 철퇴를 내려치던 사람 아니었나"라며 "마치 법의 화신인 양 우쭐대던 사람이, 법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것 같으니 이젠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무시해 버린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개 시정잡배가 그런 태도를 보이더라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안하무인으로 나오니 마치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느낌"이라고 실망감을 표했다.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인데, 그것이 불법이라며 불복할 이유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나?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법을 공부했길래 검사생활을 오래 했다는 사람이 그런 무식한 발언을 감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그는 매섭게 힐난했다.
이 교수는 또 대통령경호처를 향해서도 "경호처는 국가기관인가 아니면 윤석열이 사비로 고용한 민간경비업체인가"라며 "엄연한 국가기관을 자신의 사적인 이득을 위해 악용한 만행은 두고두고 규탄받아야 한다. 어떻게 국가기관인 경호처가 법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다른 국가기관이 정당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 훼방을 놓는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무법천지의 바나나공화국이라면 모를까, 엄연한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사건을 다루는 외국의 언론보도를 보면 너무나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추위에 떨며 거리에서 밤을 새운 민주시민들이 올려놓은 국격을 하루아침에 땅바닥으로 떨어뜨려버렸다"고 했다.
그는 "듣자 하니 경호처 사람들은 개인화기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사정이 급박하다고 느낄 경우 영장집행을 위해 달려온 수사관들과 총싸움이라도 하려 했다는 말이냐? 어떻게 그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지를 생각까지 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만약 실제로 총싸움이 벌어졌다고 하면 우리나라의 국격은 한순간에 똥통으로 빠져 버리고 말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대통령 측에서는 대통령을 체포하러 간 공수처와 경찰 인사들을 고발하려 한다고 하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똥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듯, 죄를 짓고도 오히려 지가 성을 내며 씩씩대고 있는 모습이 무척 가관"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이틀 사이 우리나라의 법질서가 엄청나게 망가져 버렸다는 느낌"이라며 "대통령이 법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기는데 국민이 왜 자진해서 법질서를 지키려 하겠나.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까지도 불법이라고 우기는데, 이제 무엇이 법질서를 유지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겠나"라고 개탄했다.
그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한 사람의 만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는 이제 무법천지의 시대로 들어가려는 것 같다"며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검은 속셈으로, 선동질로 국민을 이간시켜 망국의 길로 이끄는 그를 보며 깊은 절망감을 느낀다. 따라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한시라도 빨리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그를 영원히 추방시키는 일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그가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망가지게 될 것인지가 심히 걱정될 뿐"이라며 "대통령 한 사람을 잘못 뽑은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이 교수는 대학교 경제학과 학생들이 배우는 <경제학원론>, <미시경제학>, <재정학> 교과서 등을 집필한 이로, 경제학계 대표적인 원로 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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