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중화산동 완산구청 인근에 위치한 생생한약방.
42년 동안 한약사로서 지역 사회에 헌신하며 한의학의 본질을 나눔으로 실천해 온 이홍신 원장의 삶이 담긴 공간이다. 그의 손길이 닿은 자리마다 한약의 향기와 함께 따뜻한 나눔의 이야기가 피어오른다.
1983년 전북 최연소로 한약사 시험에 합격한 그는 부친의 권유로 한약사의 길에 들어섰다.
처음엔 부안에서 시작한 한약방이었지만 3년 전 전주로 자리를 옮기며 그의 나눔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는 매달 400만원 상당 한약 100박스를 지역 사회에 기부하며 지금까지 기부된 한약의 총액은 1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나눔에 대해 그는 “한의학은 사람을 살리고 마음을 치유하는 학문이며 나눔은 한의학의 연장선에 있는 자연스러운 실천”이라고 말했다.
이홍신 원장의 나눔은 단지 물질적인 지원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를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이 원장은 어느날 루게릭병 환자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는 곧장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환자의 연락처를 알아내고 직접 치료를 시작했다.
서울 월계동에 거주하는 환자에게 택배비까지 부담하며 약을 전달하고 치료를 이어간 그의 노력은 6개월 동안 지속됐다. 환자는 점차 좋아져 숟가락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그러나 환자의 가족이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모인 성금을 잘못 사용하면서 환자는 집이 아닌 요양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원장은 당시 서울 미아리에 위치한 요양병원에 과일 바구니까지 들고 매주 찾아가 2년 반 동안 치료를 이어갔으며 결국 환자는 지지대를 짚고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병세가 호전됐다.
교육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 발달장애를 가진 6세 아이를 본 날도 그랬다. 계단을 오르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그는 직접 연락해 약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6개월 후 아이가 계단을 뛰어오를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한 확신을 다시금 얻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도움은 루게릭병 환자와 6세 아이 외에도 기면증을 앓던 간호사 지망생과 울산 택배기사 등 수많은 사람에게 이어졌다.
그의 나눔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핀란드에서 파양돼 여수로 돌아온 한 고등학생의 사연을 접하고 1년 반 동안 약을 지원했다. 또 ‘보이지 않는 질병의 왕국’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외국의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저자와 이메일로 소통을 시도해 답장을 받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이러한 활동을 단순히 선행으로 여기지 않는다.
“사람을 치료하려면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한의학은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形而下)를 아우르는 학문이기에 이를 깊이 이해할 때 진정한 치유가 가능하죠.”
그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약을 조제한 뒤 주역과 동양고전을 읽는 습관을 11년째 이어가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아들을 한의대로 보내기 위해 100일 기도처럼 시작했던 것이 지금은 그의 일상이 됐다.
“아들이 수능을 앞두고 급성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이었지만 병원에 강력히 요청해 수술을 미뤘습니다. 아들이 건강히 시험을 치르고 한의사가 됐기에 그 당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현재 이홍신 원장과 그의 아들은 같은 건물에서 각각 한약방(1층)과 한의원(2층)을 운영하며 지역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부자가 함께 나누는 한약과 치료는 지역 사회에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아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뜻을 나누며 일하는 것은 제게 가장 큰 기쁨입니다. 주위에 아들을 한의대를 보낸 사람은 많지만 이렇게 함께 일하는 이는 드물지요.”
아들과 함께하는 나눔은 단순한 약 기부를 넘어 한의학의 가치를 후대에 전하려는 부자의 노력이다.
그는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학문적 대화를 나누고 더 나은 치료법과 교육 방식을 고민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킨다.
"저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자식과 후학들에게 진리를 전하고 그들이 이 길을 더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 칠순을 맞은 그는 여전히 매주 대전을 오가며 학문에 매진하고 있다. 한의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끊임없는 나눔으로 삶을 헌신의 시간으로 채우고 있다.
“제 여력이 닿는 한 사람들에게 나눔을 계속 이어갈 겁니다. 그것이 제가 한의학을 통해 사람을 살리는 진정한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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