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수요집회를 반대하는 단체가 집회 신고서를 먼저 제출했다는 이유로 수요집회를 주관하는 정의기억연대보다 우선권을 줘야한다는 권고를 내려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가 혐오 단체를 편들었다"며 해당 결정을 내린 김용원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인권위 침해구제 제1위원회(위원장 김용원 상임위원)는 지난 6일 "선순위 신고자는 그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할 자유가 있음이 명백하다"며 종로경찰서장에게 "관할 경찰서장은 어떠한 이유로도 집회를 개최할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편법을 사용해 다른 곳에서 집회를 개최하도록 강요하고, '반일행동' 등 반대 단체가 그 장소에서 대신 집회하도록 조치한 것은 집회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가 집회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한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부정해온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으로, 해당 단체는 지난 2023년 2월부터 매주 수요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종로구 수송동 인도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선순위로 신고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이 장소에서 수요시위를 벌여온 단체와의 충돌 우려 등을 우려해 이들이 신고 장소 바깥에서 집회하도록 해왔는데, 이는 지난 2022년 인권위 권고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당시 인권위는 종로서장에게 수요시위가 방해받지 않고 진행되도록 적극적으로 보호조치를 하고, 수요시위 반대 집회측에도 집회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도록 권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불과 3년도 안 돼 같은 사안에 대한 판단을 180도로 뒤집은 것이다.
이번 권고를 주도한 김 상임위원은 지난해 3월 인권위 회의에서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일본군 성노예 타령을 언제까지 할 거냐"고 말한 인물이다.
정의연은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김 상임위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단체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인권의 보루가 되어야 할 인권위는 다른 피해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억압하는 것은 물론 수요시위 방해를 목적으로 거짓신고까지 내는 이를 보호하겠다며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이란 자가 노골적으로 역사를 부정하며 앞장서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을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번 인권위의 반 인권적 반역사적 권고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러한 권고를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은 지금 당장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 "혐오 발언의 스피커가 되겠다는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며, 인권위 역사에서 치욕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도 이날 성명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이름에 먹칠하는 행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는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은 이러한 수요시위를 조롱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요시위 장소 근처에 악의적으로 집회신고를 하며 '위안부는 사기다'등의 발언으로 피해 생존자들을 모욕해왔다"며 "이들의 집회는 목적 자체가 '위안부' 피해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이루어진 혐오범죄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대시위가 적법하게 모인 타인의 권리를 방해할 의도로 조직된 경우에는 평화적 집회의 권리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럽인권재판소의 판례에 비추어, 오히려 배제되어야 하는 것이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이 주최하는 집회"라고 지적했다.
단체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지금이라도 입증하기 위해, 김용원 위원은 더 이상 국가인권위원회와 그 구성원들 그리고 국민을 모욕하지 말고 퇴진하라"며 "안창호 위원장 역시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혐오집회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