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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을 점령하라"…어떻게?

[의제27 '시선'] 세계경제위기를 넘어 지구적 민주주의를 찾아서

현재 세계경제의 혼란은 1929년 대공황 이후 가장 지구적 차원의 경제위기라고 볼 수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에서 지적했듯이, 위기의 시대를 만든 근본 원인은 자유시장에 대한 맹신이었다. 자유시장이 항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하버드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이 말한대로 "경제학자들과 그들에게 귀를 귀울이는 사람들은 늘 당시 유행하는 담론을 지나치게 믿는 경향이 있다". 2008년 이전에도 금융세계화의 위험의 징조가 나타났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규제없는 금융을 칭송하느라 바빴다. 그러나 탈규제, 감세, 공기업의 사유화를 신봉하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주도한 워싱턴 합의(Washington Consensus)는 이제 의심을 받고 있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자유시장과 금융 세계화를 무한정 밀어붙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보여준다. 이렇게 한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무엇이 잘못 되었나?
ⓒ김지연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 이후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세계는 위기의 시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2011년 12월 뉴욕대 강연에서 "지금 세계는 금융위기로 불거진 불평등의 심화가 정치사회적인 위기로 이동하는 단계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의 금융위기와 현재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금융위기에 그쳤지만 지금은 위기에서 파생되고 심화된 사회적 불평등이 각종 시위로 분출되면서 사회 시스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공황 직후 공산주의와 나치즘이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대체하려고 시도했듯이,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극좌파와 극우파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도진보정당과 중도보수정당은 사회의 양극화에 속수무책이다. 심각한 점은 현재의 사회 위기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제 선진국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도 세계화의 부정적 효과에 대한 깊이 숙고해야 한다고 인정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현재의 지구화 모델이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는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우리가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방식으로 세계 경제를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경제학자들은 제한적 규제와 중앙은행 정책의 재정공황이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도 이를 따르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고삐 풀린 금융 지구화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사회 불평등과 환경 보호 없이는 지속적 경제성장이 어렵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지구화를 더욱 공정하고, 지속가능하도록 유지하려면 세계적 차원의 사회정치적 개혁이 필요하다.

저항하는 시위대와 지구적 민주주의의 미래

2011년 12월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시위대'(protester)가 선정됐다. <타임>은 올해 튀니지와 이집트 등 아랍에 민주화를 이끈 대중, 금융위기를 일으킨 책임자이면서 더 많은 재산을 추구하는 최상위 '1%'에 도전하는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 러시아 총선 직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거리로 나온 모스크바 시민 등 '시위대'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타임>은 1960년대 미국의 시민권운동과 반전운동, 1980년대 동유럽의 민주화운동을 언급하면서 "다시 한번 저항하는 사람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임> 편집장 리처드 스텡걸은 "비록 때때로 위험한 길로 갈 때도 있지만 21세기의 지구를 더욱 민주적인 곳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시위대'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과연 저항하는 시위대들이 지구화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을까? 지구화를 다룬 많은 책들은 지구화를 피할 수 없는 기술적 변화로 간주하거나, 기업의 힘이 커지는데 비해 민주주의가 약화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지구화와 민주주의가 서로 모순적이고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와 지구화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효과적이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글로벌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현재의 시위대들이 모든 복잡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위대들이 민주주의 없는 지구화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복잡한 현실에 대한 엘리트와 전문가의 판단은 점차 의심을 받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가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의 정보기술이 발달하면서 국가가 정보를 독점하지 못하는 대신 대중이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으며 초국적 연결을 확대하고 있다. 국가가 의사결정을 독점하던 전통적인 정치 대신 지방적 차원에서 더욱 분권화되고, 초국적 차원에서 더욱 지구화된 대중의 행동이 증가할 것이다.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글로벌 거버넌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성격을 갖게 될 것이다.

지구적 시민사회조직의 힘

최근 지구적 거버넌스의 변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시민사회조직(civil society organization)의 역할이다. 1970년대부터 시민사회조직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1990년 이후에 성장률이 크게 증가했다. 이러한 시민사회조직은 장기적, 계획적 전략과 프로그램을 추구하기도 하지만, 일시적, 산발적 행동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다. 전세계에 지부 조직을 갖고 있는 국제 앰네스티와 그린피스는 매우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있으며 대규모의 회원과 막대한 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초국적 시민사회조직은 풀뿌리 차원에서 인권, 환경, 노동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지구적 네트워크를 발전하면서 '지구적 시민사회'를 형성하고 있다.
지구적 시민사회조직은 지구적 의제로 빈곤, 불평등, 저개발, 기아, 전쟁, 인권침해를 해결하는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초국적 연대활동을 벌였다. 2001년 브라질의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개최된 세계사회포럼(WSF)이 대표적이다. 약 1만1000명의 시민사회 활동가가 참여한 세계사회포럼은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같은 시기에 행사를 개최했다. 세계사회포럼는 '우리에게 대안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1991년 이후 자본주의 이외에 대안은 없다(TINA)라는 주장에 맞서는 의지를 표현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시민사회조직은 새로운 운동을 '사회정의와 연대를 위한 지구적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은 지구시민사회가 선진국과 초국적기업에 맞서 지구적 차원의 사회적 형평성을 추구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구적 시민사회조직은 국제사회의 국가와 기업에 직접 접근하여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접행동'을 전개할 수 있다. 세계의 초강대국도 국제법의 규정을 준수해야 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으며, 초국적기업도 다양한 시민사회조직의 비판에 직면한다. 국제투명성기구, 엠네스티 인터네셔녈, 그린피스, 휴먼라이트 워치 등 시민사회조직들은 기업 활동을 감시하는 한편 각국 정부에 공정한 정책을 제안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이 정부와 기업의 자의적 활동과 환경파괴를 비판하고 직접 행동에 나섰다. 시민사회조직들은 대중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서명운동, 불매운동 등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다양한 시민사회조직이 참여하는 '아래로부터의 지구화' 운동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국제기구의 민주적 개혁와 지구적 거버넌스

세계경제위기에 극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세계 경제를 관리하기 위한 지구적 거버넌스를 강화하는 문제가 매우 시급하다. 수년 전만 해도 세계의 경제정책은 선진국의 입김을 따라 움직이는 국제경제기구와 초국적기업이 좌우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규제 없는 자유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제 대부분의 국가와 국제경제조직에서 지구적 차원의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커졌다. 국제협력은 세계경제의 안정과 번영을 추구하며 경제위기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고 빈부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초국적 경제협력을 위한 국제경제조직의 활동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구적 체계의 민주적 개혁이 필요하다. 먼저, 세계적 차원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뿐 아니라 사회정의와 사회적 연대를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빈곤, 저개발, 환경, 이민, 인권유린 등 다양한 지구적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구적 차원의 정치체제를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유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을 비롯한 국제조직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소수의 강대국이 좌우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개혁해야 한다. 국제경제조직에서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독단적인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대신 다양한 정책이 상호 검증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은 G8, G20의 차원을 넘어 더 많은 개발도상국, 빈곤국들과 대화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

지구적 민주주의를 만드는 시위대의 용기

우리는 아직도 지구화 시대에 걸맞는 지구적 민주주의의 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 지구화 시대에 필요한 지구적 거버넌스는 완성되지 못했다. 유엔 등 초국적기구의 힘은 제한적이다. 유럽연합, 북미자유무역협정, 동남아국가연합,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남미공동시장 등 지역연합도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유럽의 통화동맹도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년이 지나도 초국적 금융자본과 초국적기업을 규제하는 장치는 아주 미약하다. 정부와 기업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지구적 시민사회조직의 충분하게 발전하지 못했다. 앞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개인과 집단의 자유, 안전, 평등을 위한 대중적 정치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지 않는다면 어떠한 지구적 민주주의도 성취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11년 경제위기에 맞선 시위자들의 용기와 헌신은 새로운 대중운동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경제 대안과 민주주의의 역할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 각국은 시민적 자유, 절차적 민주주의, 사회발전을 위해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진보를 위해 사회정의, 평등, 사회통합의 가치를 더욱 강조해야 한다. 지구적 차원의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거버넌스는 사회적 형평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강화해야 한다.
다른 한편, 경제적 이윤을 초월한 지구적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역사회의 상호협력은 세계적 차원에서 사회적 자본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2112년 유엔에서 '협동조합의 해'를 정한 것처럼 경제적 이윤을 추구하는 주식회사와 주주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노력은 시장경제의 민주적 관리를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스페인 몬드라곤 협동조합, 이탈리아 레가 협동조합, 위키피디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시의 주민참여예산제의 사례는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다.
지구적 차원의 민주주의 모델의 발전을 위해서는 초국적기구와 초국적기업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조직들이 지구적 거버넌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지구적 시민사회는 지구적 거버넌스의 민주적 성격을 강화하는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다. 민주주의야말로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2012년 2월 출간한 <계간 민주>의 '경제위기와 글로벌 거버넌스' 제목의 논문에서 인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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