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의 한덕수 국무총리겸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 발의 움직임을 두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이므로 탄핵하기 위해선 대통령 탄핵 요건과 동일해야 한다"며 "국회에서 2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명백한 헌법위반이므로 한 대행은 지금과 똑같이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한 대행 탄핵소추안 발의 계획이 의총을 통해 결정된 직후인 24일 오후 5시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열흘 전 국정안정을 위해 협력하겠다는 (민주당의) 약속은 대체 뭔가. 정부·여당 그리고 국민을 기만하는 보이스피싱이었나", "만약 민주당이 한 대행 탄핵을 강행한다면 이는 민주당에 의한 1당 독재, 이재명 유일체제를 전면화하겠단 선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후 민주당 비상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대한민국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직책은 없다.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위원이 있을 뿐", "대통령 권한대행은 직위가 아니다"라며 "그런데 (권한대행이) 마치 대통령에 준하는 하나의 헌법상 기관 또는 직위인 것처럼 호도하고, 그에 따라서 대통령에 준하는 문책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희귀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국민의힘을 겨냥한 바 있다.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요건이 여야 간의 최대 대립 요소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정안정을 위한 여야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즉 민주당 스스로 한 대행을 국정안정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이라며 "그런데 갑자기 말을 바꾸어 탄핵하겠다고 한다. 이런 자아분열적 행태를 도대체 어떻게 변명하시겠나"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민주당의 권한대행 탄핵안은 헌법마저 무시하는 입법독재의 절정"이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기한이 1월 1일까지인데, 민주당 멋대로 12월 24일이라는 날짜를 못 박고 민주당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탄핵까지 하겠다는 것은 이제는 170석의 의석으로 헌법 위에 군림하겠단 것"이라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선, 민주당이 탄핵안을 강행할 경우 국민의힘이 취할 조치를 묻자 "(대통령 탄핵 요건과 같은) 3분의 2의 찬성이 없으면 한 총리는 그대로 직무수행을 하면 된다"며 "그에 대해선 민주당이 법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입법조사처가 한 대행 탄핵 요건과 관련 민주당 측 주장인 '과반 찬성'에 손을 든 것을 두고는 "입법조사처장은 야당 몫이다. 제1당의 몫이다. 그래서 사실상 민주당이 임명한 기관장이라 민주당 뜻에 맞춰서 그런 의견 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 측 탄핵소추안 추진을 비판하며 이재명 대표가 '반미' 성향에 치우쳐 있다는 식의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미국은 한 대행을 실질적 파트너로 인지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는 201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서 '주한미군 철수도 각오해야한다'고 주장했고, 2021년에는 해방 전후 미국에 대해 '점령군' 표현도 불사했다"고 한 대행과 이 대표를 비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처럼 대외인식이 편향적이고 극단적인 야당 대표가 미국이 인정하는 외교 파트너 한덕수 대행 체제를 와해시키면, 우리 국민과 미국정부, 국제사회는 깊은 의구심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계엄 이후 미국 연방 하원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계엄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하는 등 계엄 국면 정부·여당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또 민주당의 탄핵안을 나치 독일 아돌프 히틀러의 '수권법'에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히틀러는 수권법을 제정해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입법권을 탈취해 갔다. 이것은 본격적인 나치 독일체제 신호탄"이라며 "민주당은 지금 탄핵 카드로 행정부를 마비시킨다. 그 방향만 다를 뿐 삼권분립이 붕괴되고 당 대표가 모든 권력을 휘두른다는 점에서 수권법과 그 본질이 같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여당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위헌 소지를 지닌 지난 계엄이 '국회 무력화' 등을 통해 실제 삼권분립을 위협했다는 점과 함께, 이후 현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사과 표명이나 위헌 여부 판단을 피하고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역풍이 우려되는 발언이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 지적이 나오자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제 당 대표 권한 대행 및 원내대표의 자격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명백히 잘못된 행위다', 그리고 '실체적·절차적 요건이 부족하다'면서 국민들께 사과드렸다", "국민들이 마음 풀릴 때까지 계속해서 사과를 드릴 계획"이라고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