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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야당때문에 한미관계 훼손? 계엄 수습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 가만 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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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야당때문에 한미관계 훼손? 계엄 수습 의지도, 능력도 없으면 가만 계시라

[기자의 눈] 윤 대통령 비상계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한 여당, 야당 의원 발언만 트집…집권 여당 맞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제사회에서, 특히 미국을 비롯한 '유사입장국'에서 한국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음에도 집권 여당은 반성은 커녕 야당 의원 발언 꼬투리 잡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현 상황에 대한 반성도, 이를 헤쳐나갈 방안도 없음을, 그래서 집권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건 의원은 회의 시작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이 11일 외통위 회의에서 제기했던 의혹을 문제 삼았다.

김준형 의원은 지난 11일 외통위 회의에서 주한 5개국 대사들이 만나 경주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을 포함해 모든 국제회의를 보이콧할 것이며 미국 대사가 윤석열정부 사람들하고는 상종을 못하겠다고 보고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한국 외교가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러한 제보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해명해야 할 정부 인사 및 여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김 의원의 의혹 제기가 나온지 닷새나 지난 16일, 외통위에 출석한 김건 의원은 이제야 문제가 있다면서 "김준형 의원이 금도를 넘었다.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외통위원직을 사임하라"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주한 미국 대사관은 공식 SNS를 통해 김준형 의원이 필립 골드버그 대사의 발언이라고 주장한 내용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며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고 국민 우려를 증폭하고 한미동맹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김준형 의원의 발언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김준형 의원의 발언과 얼마 차이나지 않은 시점에 <중앙일보>에서 서방의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소속 주한 대사가 6일 만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이 6일에 만남을 가진 것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는 김준형 의원이 주장이 일부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출석한 조 장관은 골드버그 대사가 장관에게 비상계엄 당일 전화했는데 왜 받지 않았냐는 조국혁신당 조국 의원의 질문에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판단과 상황 판단으로 해서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오도)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김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골드버그 대사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상종할 수 없는 집단이라고 말했는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파이브아이즈의 5개국 주한대사가 실제 에이펙 등을 보이콧 해야한다는 판단을 본국에 보고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영역들은 외교 특성 상 공개적으로 명확한 사실관계 확인이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금까지 미국이나 영국 등이 보인 반응을 통해 유추해보면, 구체적인 표현은 다를지라도 그러한 이야기가 나올법한 정황은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여당이 왜 미국 및 '유사입장국' 당국자들로부터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지 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은 채, 사실 확인 자체가 어려운 김준형 의원의 발언만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의원의 발언이 아닌,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며 '가치외교'의 선봉에 섰던 윤 대통령이 가장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독재를 꿈꿨다는 사실과 이러한 시도를 미국과 전혀 공유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미관계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사실'에는 눈을 감으면서 말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미 국무부 브리핑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표 업적이라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상대국 대통령과 정부를 난감하게 만드는 것은 김준형 의원의 발언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시대착오적이고 비민주적, 반헌법적인 비상계엄이다.

그럼에도 김건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반성 또는 여당의원으로서 책임이 있다는 식의 메시지는 전혀 내지 않았다. 위원장인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질의 과정에서 "내란 수괴로 밝혀진 윤석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정정을 요구하다가 홍 의원의 해명도 듣지 않고 회의를 산회시키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의 이러한 모습은 이들이 국민과 헌법, 민주주의보다는 윤석열 대통령, 나아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지키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어쩌면 이것이 여당에서 외교적 차원의 실효적 대책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 이유일 수도 있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을 훼손하고 국민 우려를 증폭"하는 것은 야당 의원들이 아닌 김건 의원을 포함한 여당과 현 정부다. 현 시점에서 국익이 훼손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국민의힘 의원들도 모르지 않을 거라 본다. 트럼프 집권이 한 달 남은 상황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이 정부로 외교 활동을 지속할 수는 없다.

정말로 한미관계를 훼손시키고 싶지 않다면 빠른 상황 정리에 함께 하시길 부탁드린다. 도저히 그건 못하겠다면 방해나 하지 마시라. 어차피 국민의 절반 이상은 국민의힘을 여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니 정부와 여당이 가져야 할 국정에 대한 '무한 책임'도 홀가분하게 내려놓을 수 있지 않나.

▲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16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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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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