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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대 학생들 집단행동 마무리…'공학 전환 분쟁' 첫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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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대 학생들 집단행동 마무리…'공학 전환 분쟁' 첫 사례

학교본부, 소통·안전 대책 강화 약속하고 시위대 특정 않기로

남녀공학 전환을 우려해 근조화환, 과잠(학과 잠바) 시위 등을 벌인 광주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학교 측과 원만한 합의 끝에 집단행동을 마무리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소통·안전 대책 강화를 약속하고 시위에 참여한 학생들을 특정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동덕여대·성신여대 등 몇몇 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 문제를 두고 동시다발적으로 내부 마찰이 발생한 가운데 갈등이 봉합된 첫 사례다.

광주여대는 2일 <프레시안>에 "지난주 총학생회장 등 학생 대표단과 만나 남학생 입학에 따른 학생들의 요구를 다수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를 마쳤다"며 "학생들이 의견 표출을 위해 학교에 놓은 조화나 과잠, 포스트잇 등은 전부 자발적으로 수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광주여대는 지난 5월 학칙을 개정해 외국인 전담과정인 글로벌융합학부(정원 100명)와 30세 이상 성인학습자 과정인 미래융합학부(정원 100명)를 개설하고 두 학부에 한해 남녀 모두 받기로 했다. 적정 재학생 수를 확보해 재정 지원을 받아 등록금 인상을 피하겠다는 이유다.

학교는 학칙 개정 전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설명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검토 과정에는 학생회가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적 학생 중 대면으로 설명을 들은 학생의 비율이 20%에 못 미쳤고, 논의 기간이 짧아 휴학생들은 진행 경과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등 소통이 원활치 않아 학생들로부터 불만이 새어 나왔다.

이후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자 학생들은 일부 학부에 남학생을 들이려는 학칙 개정을 재조명하고, 이것이 공학 전면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여대 본관 앞에 높여진 학과 잠바와 전공 서적들, 현재는 학교와 학생 간 합의에 따라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수거해간 상태다 ⓒ한월 광주여대 학생시위운영팀 대표

학생들 사이에서는 특히 과거 한 남성이 학교 도서관에 침입해 유사성행위를 했던 사건과 어학당 소속 남성 유학생이 여학생들에게 '캣콜링(거리에서 여성들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행위)'을 했던 사례들이 언급되면서 공학 전환 시 안전이 우려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학생들은 항의의 목적으로 지난달 13일부터 본관 앞 계단에 과잠과 전공서적을 두기 시작했으며, 모금운동으로 학교에 근조화환 60여 개를 설치하고 두 차례 반대 시위를 벌였다. 같은 달 26일과 27일에는 처장단과 만나 남학생 입학과 관련한 우려 및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학교는 학생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했다. 처장단은 학생들과 만나 "광주여대는 여학생들이 학교의 정체성이자 주인공"이라며 일반전형에서 남녀공학 전환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불법촬영 탐지기를 추가로 구비해 2주 단위로 검사를 진행하고, 성인학습자 전형 학생들에게 학생증을 발급해 교내에 출입하는 남학생들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안전문제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특히 처장단은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집단행동 참가자들에 대해 신상 특정이나 처벌을 위한 어떤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 확언했다. 광주여대 관계자는 2일 <프레시안>에 "학교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시위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학생들도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자 학생들 또한 학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처장단 면담에 참여한 최주영(활동명) 시위운영팀 부대표는 "학교가 직접 대면회의에 나설 줄 몰랐는데, 면담자리를 갖고 '우리 학생들 의견을 존중하고 들어봐야 한다'고 말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 놀랐다"며 "학생들도 이번 면담을 통해 재정난 등 학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1월 20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학생들이 '공학 전환'과 관련한 학생총회 참석을 위해 운동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여대 학생들은 원만한 합의가 이뤄진 본교와 달리, 동덕여대에서는 분쟁이 계속되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며, 학교가 먼저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대표는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구하지 않고 먼저 공학 전환을 논의한 게 문제"라며 "지금도 공학 전환 논의를 완전 철회하지 않고 임시 중단하겠다고 한다. 얼마든지 공학 전환 추진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걸 학생들이 알고 있는데도 학교는 계속해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아 분노의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합의 뒤 집단행동을 마무리한 학생들은 동덕여대를 비롯해 공학 전환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여대 학생들과의 연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월(활동명) 시위운영팀 대표는 "학교에서의 시위는 중단했지만, 다른 여대 학생들과의 연대는 이어진다"며 "여대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공학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계속 알려질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연대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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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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