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국에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이 이같은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북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고 '군비통제'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있다며 주한미군 철수·감축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13일 SNS에 공유한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축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전망"이라며 "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북미대화 재개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원할 것"이라며 "그럴 때 지금같은 대결주의적 남북 관계가 지속된다면 북한은 우리 정부를 배제하고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자 할 것이며, 미국도 그에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국면에서 한국이 '패싱'을 당하고 뒷전으로 밀려나 소외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도래할 수 있는 대화 국면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고 당당하게 역할을 하려면 현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더 늦기 전에 선제적으로 진정성 있게 대화를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흐름에 뒤쳐진다면 한국은 단지 대화국면에서만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대화국면의 진전에 따라 북한과 미국·일본·러시아 간의 관계가 개선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남북 관계만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대단히 퇴행적이고 반역사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특히 문 전 대통령은 "한국이 소외된 가운데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국과 미국의 입장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도 있다"며 "북미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은 과거와 달리 핵보유국 지위를 요구하고 나설 것이 틀림없고 러시아와 중국도 그 주장을 비호하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에 대해 미국 역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고도화된 현실을 받아들여 대화의 목표를 '완전한 비핵화'에서 '현상 동결과 엄격한 통제, 중장거리 미사일 폐기'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까지 미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평화 담론과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대북 대화 목표와 전략에 대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대결주의적 대북정책을 고수할 경우 앞으로 전개될 한반도와 동북아의 정세변화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한다"면서 "대화와 협상에 성공해 한반도가 항구적 평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연 위대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는 것이 미국의 국익과 안전을 위한 길이며,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북한과 정상회담을 한 최초의 미국 정상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와 평화협상을 재개하는 용단을 내린다면 '하노이 노딜'로 못다 이룬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국이 우크라 무기지원? 위험천만…트럼프와도 엇박자"
문 전 대통령은 현재의 세계 정세에 대해 "기후위기로 전지구적 차원의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고,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 패권경쟁의 심화로 호혜와 협력의 국제질서가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전 세계가 대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특히 세계의 평화와 안보가 심각한 위기 국면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문 전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쟁 등 지구촌 곳곳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고, 본격적인 신냉전시대 돌입이 우려되는 가운데 세계는 지금 2차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안보불안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반도 상황과 관련, 그는 "대화를 위한 진지한 노력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남북관계는 파탄상태"라며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해온 9.19 군사합의가 파기된 가운데 대북전단과 오물풍선, 대북확성기 같은 비군사적 충돌이 일상화되며 언제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지 모르는, 6.25 전쟁 이후 최악의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군의 파병은 세계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역행하는 대단히 잘못된 선택으로 강력히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국민의 안보 불안을 부추기면서 우크라이나에 무기제공 등 군사적 지원으로 북한에 맞불을 놓으려고 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위험천만한 대응"이라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스스로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대결을 강화하면서 선봉에 나서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자칫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똥이 순식간에 한반도로 옮겨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 전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응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신(新)행정부와의 공조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는 것은, 그 전쟁의 조기 종식을 강력하게 공약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과 엇박자를 내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위해 노력한다면 한국도 그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현 정부에 조언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에 기여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다시 협력 관계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 관계를 활용, 러시아에 북한의 핵 활동과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주문하게 될 것이며 북한과의 대화 국면을 조성하는 데 있어서도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같은 면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가 한편으로는 우리 안보에 위협이 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의 안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 정부도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시기에 러시아의 긍정적인 역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함께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정상화하고 협력관계를 회복해 나갈 것을 염두에 두면서 지금부터 균형 있는 국익외교를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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