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로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상황 개선엔 빨간불이 들어올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전 가자지구 전쟁의 빠른 휴전을 선호할 가능성도 보도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 유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언한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해법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6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복귀"라며 제일 먼저 축하한 세계 지도자 중 하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재임 중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했고 미국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이스라엘 편향적 행보를 보였기에 가자지구 전쟁에서도 이스라엘의 재량권을 더 넓게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으로 당장 조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에 대한 인도적 상황 개선 압박에 힘이 빠지게 됐다.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 지지 의사를 밝히며 무기를 계속 공급해 왔지만 휴전과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또한 이스라엘에 계속해서 요구하며 네타냐후 총리와 대립해 왔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달 13일엔 무기 지원 중단을 시사하며 30일 시한의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요구 서한을 이스라엘에 보내기도 했다. 이 서한의 시한이 당장 다음주에 닥치지만 설사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에 무기 제공 보류 결정을 내리더라도 약 두 달 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하면 바로 뒤집힐 수 있어 의미가 크게 퇴색된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한 적 없어 이스라엘에 관련 압박도 적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스라엘은 바이든 정부 서한을 무시하고 지난달 말 가자지구 인도주의 활동을 주도하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이스라엘 영토 내 활동을 금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는데 발효 시기를 미국 차기 대통령 취임 뒤로 한 이 법도 트럼프 2기 정부 아래 무난히 시행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은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세계의 시선이 미국 대선으로 쏠린 5일 가자지구 전쟁에 관해 비교적 온건한 시각을 제시했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경질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고수 중이다. 갈란트 장관은 종전 뒤 가자지구 통치를 팔레스타인 기구에 맡기고 이스라엘 민간인이 가자지구에 들어가지 않을 것을 제안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시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통합 통치해야 한다는 안과 통하는 바가 있다.
반면 네타냐후 정부는 전후 가자지구 통치 계획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가자지구 북부를 남부와 분리해 통치할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가자지구 북부 지상 공격을 재개하며 북부를 분리해 민간인을 강제 이주 시키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전투원만 남긴 채 완전 봉쇄해 굶겨 항복을 받아 내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이른바 '장군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미 공회전 중인 휴전 협상에서도 바이든 정부의 영향력이 약해진 시점에서 이스라엘의 양보를 얻어내기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이 끝나면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습격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책임 규명, 전쟁 전 제기된 부패 혐의 등 사법적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두려워 전쟁을 연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더 나아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불법 정착촌이 국제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한 전력에 힘입어 이스라엘 극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확정 뒤 서안지구 병합 주장을 다시 꺼내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6일 서안지구 불법 정착민 지도자들이 서안지구를 합병해야 이 지역에 "진정한 평화"가 온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그 자신이 서안지구 불법 정착민인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도 서안지구에서 "주권을 행사할 때"라며 이를 지지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전 '골치 아픈' 문제를 정리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 최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7월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자지구 전쟁을 자신이 취임하기 전 끝내라고 요구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매체는 미 전 당국자를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낼 경우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에 "잔류"하는 것을 지지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 무슬림 유권자들에게 구애하며 "레바논에서의 고통과 파괴를 멈추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레바논, 이란으로 전쟁을 확장하며 중동 세력 재편을 시도하는 데까지 나아간 네타냐후 총리의 야망에 손을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러한 분쟁은 미국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해외 전쟁에 대한 혐오감은 종종 불규칙한 트럼프 외교 정책의 일관된 가닥"이라고 짚었다.
<가디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네타냐후 총리가 완전히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 총리가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자신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새로운 권력 관계는 더 일방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지원이 절실한 우크라이나의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안에" 종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러한 세부 사항이 없는 수사만으로도 우크라이나는 협상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짚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을 지낸 키스 켈로그와 프레드 플라이츠가 지난 4월 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 정도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다.
이 안엔 우크라이나의 협상 참석을 조건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러시아 쪽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기간 가입 유예를 제안해 협상 참석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우크라이나가 영토 포기를 강요 받진 않지만 영토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제시됐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규모가 유지될 것이라는 징후는 찾기 어렵다. <워싱턴포스트>는 켈로그가 지난 9월 한 행사에서 "지난해 미국 해병대에 할당된 돈보다 우크라이나에 준 돈이 더 많았다"고 불평한 것을 들며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고히 지지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고문들은 현재 수준의 지원을 유지할 의향이 없다는 신호를 일관되게 보내 왔다고 짚었다.
독일 도이체벨레(DW) 방송은 벨기에 브뤼셀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스티븐 블록만스 선임연구원이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줄인다면 유럽이 이를 대체할 순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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