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 지휘체계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현행 행안부 장관의 역할에 편중해 편향성 논란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제주 서귀포시)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경찰행정의 발전 방안’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연구 용역 과업지시 내용 중 ‘국내외 사례 비교분석’ 부분만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법령 개정 방향 등 제언 없이 ‘주요국 국가경찰제 요약 비교표’를 정리하는 것으로 끝맺었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4월 용역 제안요청서에 '현재 행안부 장관은 경찰 고위직에 대한 인사제청권만을 행사할 뿐,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체계 및 국가경찰위원회 발전방안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용역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 용역 주요 과업에는 ▷경찰 지휘체계 관련 국내외 사례 비교 분석 ▷바람직한 행안부-경찰 지휘체계 정립 등을 위한 법령 개정 방향 제언 ▷중요한 정책적 쟁점과 찬반 논거 수집 등이 포함됐다.
한국정책학회는 연구 용역을 맡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 일본, 독일 5개 국가를 대상으로 사례를 수집했다. 연구결과 보고서에는 5개국 모두 내무부 장관에게 고위직 임명권이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그러나, 연방·자치경찰제도를 운영하는 미국, 스위스, 벨기에, 이탈리아 등은 사례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사례 분석 후 결론에서 빠져 편향성 논란이 제기됐다. 보고서 서두 요약본의 연구방법란에 쓰인 대로 ‘국가경찰기관을 지휘하고 감독하는 책임장관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한다’는 연구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위성곤 의원은 연구 용역이 애초부터 "연방(자치) 경찰이 활성화된 국가들은 대부분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자치경찰제는 미루고, 경찰 지휘권은 쥐고 싶은 행안부의 의도가 반영된 연구용역”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국가 예산으로 실시한 용역임에도 예외적으로 연구에 누가 참여했는지 밝히지 않은 점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행안부는 통상 ‘정책연구관리시스템 (PRISM)’을 통해 정부 연구용역의 수행기관과 연구원 실명까지 모두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한국정책학회는 '연구원들이 개인정보 공개를 원하지 않아 연구진을 알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행정안전부 또한 '학회의 의견에 동의하며 이들이 객관적인 연구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위 의원은 “극비·보안문서도 아닌데, 보고서에 참여자 이름이 없는 것은 보고서가 객관적이지 않다는 방증”이라며 “정부가 향후 경찰제도 개편에 대한 추진동력을 얻으려면 편향성과 불투명성 논란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는 행정안전부(7일)와 경찰청(11일)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의도와 향후 계획을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7월 조지호 경찰청장(당시 인사청문 후보자)은 행안부의 연구용역 발주 논란에 대해 “연구결과를 가지고 정책·제도개선을 할 때 필요한 경우 경찰을 대표해서 목소리를 내겠다”며 “우리 역사와 그동안 경찰이 가져왔던 중립성 등을 봤을 때 현재의 제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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