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 테무 등 유명 글로벌 기업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의심되는 법인을 국내대리인으로 지정해 운영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국내대리인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정보통신망법상 국내대리인 지정현황'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나이키·테무·줌 등 유명 기업을 포함한 국내 11개 글로벌기업의 국내대리인 지정 법인이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가깝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기업들의 국내대리인으로 지정돼 있는 별도법인 '제너럴에이트전트'에 대한 방통위의 현장점검 결과, 해당 기업의 근무자가 3명이고 상시근무자는 단 1명에 불과했다. 제너럴에이전트는 당사가 맡은 11개 기업의 개인정보 관련 민원처리 및 피해구제 업무를 ARS를 통해 이메일만 안내하는 등 형식적으로 수행해 이미 방통위로부터 개선권고까지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시정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내대리인 제도는 글로벌기업을 이용하는 국내 이용자들의 권리보호와 사업자 책임성 강화를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시행된 제도다. 국내에 영업소를 두지 않은 국외 사업자는 해당 제도에 따라 유효한 연락 수단과 영업소를 갖춘 국내대리인 기업을 지정해야 한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엔 글로벌기업 '메타'의 국내 페이스북 운영 방식이 문제시되며 이 제도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리인 지정 의무가 있는 39개 글로벌 기업 중 26개 기업은 여전히 자사의 국내법인이 아닌 법무법인 또는 별도법인을 국내대리인으로 지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실체가 없는 법인을 대리인으로 지정해, 문제가 생겨도 모기업들은 아무런 책임없이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명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대리인 제도를 형해화하여, 국내 이용자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여전히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의원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시스템이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국내법인을 대리인으로 의무 지정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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