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한국 사회를 뒤덮은 딥페이크 성착취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부인했다.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비정상적 발달,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에 따른 단속의 어려움 등 기술 발전이 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현 정부가 디지털성범죄에서 젠더권력 구조의 문제를 삭제하고자 기술적 측면으로만 문제를 강조한다"는 여성계의 지적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한 총리는 12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딥페이크 성착취 사태의 원인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질의에 "정부가 잘못했다는 답변을 듣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 사태의 원인에 대해 "SNS의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됐다. 또한 AI 기술 발전에 따라 얼마든지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 수 있고, 이를 밀폐된 사이버 공간에서 볼 수 있으며 매체들의 비밀 유지를 어찌할 수 없는 법적 문제들이 있었다"고 짚었다.
한 총리는 법무부가 디지털성범죄 대응을 위해 2021년 조직한 전담부서를 윤석열 대통령 취임 5일 만에 사실상 폐지한 것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남 의원이 "당시 TF팀의 권고안만 이행됐어도 범죄가 학교까지 파고들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한 총리는 "참 유감이다"라고만 답했다.
여성계는 디지털성범죄를 기술적 문제로만 보고 여성 폭력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는 한 총리와 같은 정부의 태도를 이미 지적한 바 있다.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지난 10일 여성단체들이 주최한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폭력 긴급집담회'에서 "현 정부는 디지털성범죄에서 젠더권력 구조의 문제를 삭제하고자 기술적 측면으로만 문제를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서 디지털성범죄가 '여성' 분야가 아닌 '디지털' 분야에만 들어간 것이 대표적 사례"라며 "국가는 이 모든 게 젠더 문제라는 걸 인정하고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젠더폭력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84개 여성단체는 지난달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표명하며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걸고, 2023년에는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과 방지를 위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며 딥페이크 성착취 사태의 해결을 위해 "윤 정부 기조의 전면 수정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 총리는 디지털성범죄 사태 대응을 총괄할 여성가족부 장관이 7개월째 공석이라는 야당의 지적에 대해 "(여가부 장관)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 시기를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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