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대정부질문 참석 여부를 두고 여야가 충돌,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를 둘러싼 진실공방까지 일어난 끝에 대정부질문 개의가 5시간 연기됐다.
10일 오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에 개의 예정이던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5시간 연기된 오후 7시에 개의하기로 결정했다.
양당은 이날 오전부터 김 장관과 조 장관의 대정부질문 불참을 두고 충돌했는데, 민주당이 각 부처의 차관 대체참석에 반발한 끝에 조 장관이 오후 7시, 김 장관이 오후 9시에 출석하는 것으로 일정이 조정된 것이다.
해당 사안과 관련, 국민의힘은 조 장관과 김 장관이 이달 9일 서울에서 개막한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고위급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정당한 불출석 사유를 제시했으며, 이에 대한 여야 합의도 이미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대정부질문 국무위원 출석 여부는 일찍이 본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양당 교섭단체의 승인, 동의를 받아 불출석하게 된다"며 "양당, 그리고 국회의장 허가 하에 불참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측은 "국무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따라 국회를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두 장관의 불참에 대해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라며 "불출석을 고집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두 장관의 불출석 사유인 국제회의 참석에 대해서도 "기념 촬영, 주제 발표, 토론과 만찬 등이 중심이고 장관 참석이 필수적인 양자 회동 등은 늦은 시간에 진행된다"고 반박했다.
장관 불출석에 대한 양당의 입장이 엇갈린 가운데,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이날 오전 언론공지를 통해 민주당이 외교부와 국방부가 제출한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에 원내대표 직인을 찍어 각각 3일과 5일 회신했다고 설명했다. 불출석 양해 확인에 대한 진실공방이 벌어진 셈이다.
장관 참석 여부에 대해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도 2주 전부터 국회와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외교부는 대정부질문에 장관이 불참하고 차관이 대참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아왔다"며 "통상 여야 원내대표실을 먼저 방문해 불참 사유를 설명하고 이에 대한 양해를 득하며 이 절차가 완료되면 국회의장실을 방문해서 의장실의 최종 양승(諒承)을 득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도 외교부는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우원식 국회의장실의 양승을 득하는 절차를 기존 관례에 따라 순차적으로 밟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한 자세한 경위를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8월 26일 국회 일정이 확정됐는데 이 때 대정부질문 외교통일안보분야가 9월 10일로 정해졌다. 이에 28일 기획조정실장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실에 방문해 대리출석 상세 사유서를 전달하고 상황에 대해 구두로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8월 29일에서 9월 3일 국회 협력관이 여야 원내대표실을 수시로 방문해 (장관의) 불출석 양승을 받도록 추가 설명을 드렸다. 그런 과정을 거쳐 4일 국회협력관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의 양승을 받은 뒤에 국회의장실에 상세 사유서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의장실에 관련 상황을 설명했고 5일 의장실에서 추가 증빙 자료를 요청해 국회협력관이 설명하고 자료를 보강한 뒤 국회의장실로부터 최종 양승을 받았다"며 "이를 국회 의사과에 통보하고 6일 필요한 공문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조기에 가서 설명을 드리고 소통을 하는 노력을 취해왔다. 약 일주일 전에 모든 것이 정리됐기 때문에 저희는 다 정리가 된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외교부‧국방부 장관이 불참하게 된 사유인 REAIM 고위급 회의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3월에 이미 확정된 일정으로 총 36명의 장차관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회의"라며 "이러한 국제 행사에 외국을 초청해놓고 정작 주최자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결례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일각에서는 기념 촬영, 주제 발표 등 의례적인 일정이 중심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외교부 장관이 개최국으로서 오전 11시 반부터 진행되는 사전 리셉션, 정부 대표 라운드 테이블 폐회 등 주요 고위급 일정을 직접 진행토록 되어 있음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 직인'과 관련 "의장실에서 실무적으로 도장을 찍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박 원내대표도 실무적으로 진행된 건에 대해선 일부 유감을 말씀하셨다"고 인정했다.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해프닝'이란 얘기다.
그는 그러면서도 "헌법 제62조에 국회의 요구가 있을 때는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출석해서 답변해야 한다는 조항이 분명히 있다"며 "장관이 차관을 대신해서 대정부질문에 참석시킨다고 한다 말 자체가 대정부질문의 헌법적 취지를 잘 모르거나 부정하는 헌법을 무시하는 그런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양당이 다시 협의를 진행했고,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장관 불참은) 윤석열 정부의 흐름으로 이해가 되기 때문에 (대정부질문을) 연기를 하거나 시간을 조정하거나 이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조 장관은 오후 7시, 김 장관은 오후 9시 대정부 질문에 오는 것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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