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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의료개혁으로는 환자 고통도, 의료 공백도 해결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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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의료개혁으로는 환자 고통도, 의료 공백도 해결 못 한다

[시민건강논평] 의료개혁이란 무엇인가

지난 주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두 번째 국정브리핑을 실시하였다. 첫 번째와는 달리 기자들의 질문도 받았다. 이번 국정브리핑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절반은 국정성과에 대한 보고(자화자찬에 가깝다), 나머지 절반은 '4대 개혁 과제'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의료개혁, 이 네 개의 개혁 과제들은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절체절명의 과제들이기 때문에 '지금 안 하면 안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였다. 사회공동체의 유지 및 지속성과 관련된 과제들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말한 4대 개혁 과제는 사회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개혁이란 무엇인가? 새롭게 뜯어고치는 것, 제도나 기구 등을 새롭게 만들거나 제작하는 것, 문제가 있는 제도나 현상을 개선하는 것 등 그 정의도 다양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개혁은 누가 무엇을 문제라고 정의하는가에 따라 그 방향과 목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했다 할지라도 문제 해결의 방법에 따라 그 문제의 해결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혁은 반드시 사회공동체의 번영과 지속성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시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르짖는 한국의 의료개혁이란 무엇인가? 그는 브리핑 자리에서 이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대하여 그가 추진하고자 하는 의료개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의료개혁이라는 것은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지 어느 지역이나 관계 없이 차별받지 않고 국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이 공정하게 보장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걸 국가가 안 하면 국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그는 브리핑 자리에서 의대 증원은 '지역·필수 의료체계 강화'로 요약되는 의료개혁을 위한 것이었고 향후에는 지역의 의료인프라를 강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겠다고 하였다.

우리는 대통령이 의료개혁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나름대로 정확하게 정의했다고 생각한다. 그는 적어도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지역, 그리고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의료개혁의 핵심이고, 그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이 취약해진 근본 원인은 비수도권의 쇠퇴에 기반한 수도권 중심의 자본축적 전략이다. 지금까지 한국 자본주의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이 전략이 근본적으로 수정된 적은 없었다. 그 결과가 보건의료영역에서는 지역의료의 취약성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시장에만 의존하는 경우 비수도권 지역에는 의료인력을 포함한 보건의료자원이 새롭게 들어올 가능성은 감소하고 기존에 있던 자원들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나마 공공보건의료자원들이 많았다면 버틸 수 있는데 세계적 차원에서 취약하기로 유명한 한국의 공공보건의료는 무기력하기만 하다. 이것은 필수의료의 공백과도 연결된다.

필수의료가 취약해진 근본 원인은 이윤 추구적 민간부문이 보건의료체계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보건의료체계는 상대적으로 이윤이 적은 곳을 공백으로 만든다. 건강보험 수가 등으로 이윤을 높일 수 있지만 또 다른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역의 취약성이 극복되지 않는 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모든 조치는 비수도권 농촌과 중소도시에는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위계화는 비수도권 주민들에게 내면화되어 이제 지역 사람들 스스로 지역을 타자화한다. 급기야 지역에 있는 모든 것은 수도권에 비해서 열등한 것으로 평가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지역의료를 확충하더라도 지역 사람들이 지역의 자원을 이용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의료개혁의 전략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위계화를 극복하고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적인 자원들을 최대한 많이 확충하고 투입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또한 지역·필수의료의 위기는 한 마디로 국가권력-경제권력-전문가 권력이 그들의 힘과 자본을 유지하고 축적하기 위한 공모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의료개혁'의 핵심 내용은 또한 사회구성원들의 보편적인 의료이용과 건강증진을 가로막는 국가권력-경제권력-전문가 권력 연합의 힘을 약화시키고 지역·필수의료의 공백으로 인한 보통 사람들의 고통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비수도권에 우선 지정하기로 한 기회발전특구의 수도권 지정 확대, 수도권 주택 물량 증가를 위한 서울 및 인근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중심 첨단투자지구 지정 등 수도권 규제 완화 및 수도권 집중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공공병원 확충이 아닌 민간병원에 응급실, 중환자실, 음압병실 등 필수의료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고 하더니 2023년 10월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에서는 공공병원 확충 위주의 접근이 지역의료 위기 극복의 장애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대신 전반적인 민영화 기조 속에서 자본이 보건의료도 이윤 축적의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진심이어서 이제는 보건사업에도 민간자본이 진출한 상태이다.

이번 브리핑에서는 의료개혁과 관련해서 건강보험 중심의 재원 조달에서 벗어나 국가 재정투자를 하겠다고 하였으나 지난주 목요일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은 '필수의료 특별회계', '지역의료 발전기금' 등 지역의료 지원에 대한 별도의 안정적 재정 지원 체계와 관련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기존에 있던 병의원도 사라지고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비수도권 지역은 건강보험 수가를 중심으로 하는 재정 지원 정책이 별 의미가 없다.

지역의료가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로 인한 의료 공백 상황에서 의사 인력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 공중보건의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파견하였다. 그래도 분만 취약지 등 의료 취약지 지원 사업을 통해서 농촌 지역 의료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할지 모르나 A등급 분만 취약지의 2023년 현재 노인인구 비율은 51.6%이다. 노인인구가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노인들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없이 진행하는 분만 취약지, 소아청소년과 취약지 지원 사업의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그야말로 지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국가권력의 접근 전략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몸짓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역의 사람들은 그야말로 '죽게 내버려지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한 국가권력이 정작 의료개혁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핵심 전략들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당황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정부는 지역의 사람들을 포함한 사회구성원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함부로 말하지 말라! 수술실, 중환자실, 응급실을 내팽개치고 나간 의사 집단들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건강과 생명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자본가들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의료개혁도 절대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번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의료개혁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였다. 전체 사회구성원을 대상으로 문해력과 청력을 시험하던 정부가 이제는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많이 양보해서, 그 결과만 좋다면야 참고 인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방안으로는 결과적으로도 사람들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의료 공백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과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지난 논평(바로가기)에서 우리는 모든 개혁은 '사람 중심의 개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사실상 한 몸이었던 국가권력과 전문가 권력(보건의료 영역에서 이들은 경제 권력적 속성이 강하다) 간 갈등 속에서, 통치에 불과한 '개혁'의 정국에서 또 다시 사람들은 배제되고 고통받고 있다.

'사람이 배제된 개혁'은 힘없는 사회권력의 모습 그 자체이다. 응급실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현장은 큰 문제 없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살게 하고 죽게 내버려두는' 생명 권력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권력의 극단적 모습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 인내할 수밖에 없다면, 그 인내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하여 건강과 의료이용의 형평성을 보장하는 사람 중심의 의료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권력의 기반을 강화하는 단계이자 이를 가로막는 힘을 무력화하기 위해 벼르는 과정이어야 한다. 기대할 수 없는, 기대해서도 안 되는 대상에게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

ⓒ시민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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