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마약수사 외압의혹' 청문회 개최를 단독 의결했다. 행안위는 의혹을 제기한 백해룡 경정을 비롯해 윤희근 경찰청장,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조병노 수원남부경찰서장, 김찬수 서울영등포경찰서장 등 관계자 28명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행안위는 8일 오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의사일정 1항인 마약수사 외압의혹 청문회 채택의 건과 3항인 해당 청문회 증인 출석요구의 건을 재적위원 22인 중 출석 16인, 찬성 12인, 반대 4인으로 각각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행안위는 오는 20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여당 측 행안위 간사 조은희 의원은 "사실 이번 청문회는 범죄자인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의 상투적 진술과 전형적인 수법에 철저히 끌려다니는 형국"이라며 "아무런 증거나 물증도 없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만들고 정쟁화에 골몰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민주당 소속 신정훈 행안위원장을 겨냥 "이 기회에 민주당 청문회가 얼마나 허황된 정치쇼인지 얼마나 시간 낭비하고 세금 낭비하는 것인지 철저히 밝혀내겠다"며 "이를 통해 청문회가 오로지 정쟁만을 위한 '뻥카'였다는 점이 명백히 드러난다면 앞으로는 오늘 같은 정쟁만을 위한 증인채택과 일방적 청문회 강행을 다시는 되풀이지 않도록 반드시 개선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증인채택 등에 대한 여야 협의 과정에 대해서도 이의가 제기됐다. 조 의원은 "백 경정이 억울한 사정이 있는지 아니면 과장을 하고 있는지 사건의 진의를 밝히려면 증인이 합당해야 된다"며 "그래서 간사 간에 청문회의 명칭과 증인채택을 위한 협의 요구를 수차례 요구하고 나섰지만 모두 무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문회 날짜도 증인도 명칭도 모두 하명식 일방적 통보였다"고도 꼬집었다.
국민의힘 조승환 위원은 청문회 명칭을 문제삼기도 했다. 그는 "문제가 뭐냐고 따져 보면 마약 수사를 보도하기 위한 내용에서, 관세청에서 기관 협조 차원에서 우리는 아직까지 수사 중이니까 좀 빼 달라 이렇게 한 내용"이라며 "명칭 자체를 마약 수사 '보도'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로 바꿔야 된다"고 항의했다.
야당 측은 "여당 뜻대로 안 된다고 해서 야당 마음대로 하는 하명 청문회인가"라며 청문회 개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이상식 의원은 "(기각률이) 2% 밖에 안 되는 (마약수사 관련) 영장을 2번이나 기각했다", "(사건을) 이첩하라고 했다가 다시 또 반려하고 그다음엔 수사팀을 교체했다", "백 경정은 지구대로 좌천이 됐다", "검찰의 담당 지휘부서도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에서 3부로 교체가 됐다"는 등 백 경정이 주장한 '외압의혹' 정황을 예로 들며 "이게 수사외압이 아니면 뭔가"라고 여당 측 의견에 반박했다.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도 청문회 명칭이 '수사 외압 의혹'이 아닌 '보도 외압 의혹'이어야 한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을 두고 "마약수사 관련 보도 외압 의혹이 아니다. 세관 관련된 사실들이 빠졌다. 보도에서 빠지는 게 아니라 중간에 수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있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 청문회에서 밝히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야당 간사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여당이 뭔가를 감추기 위해서 숨기기 위해서 청문회를 보이콧하려는 건가"라며 "청문회에서 이러이러한 걸 더 하자라고 제안 주신다면 백번천번 다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하지 말자는 것은 말이 안 되잖나"라고 꼬집었다.
여당 측은 청문회 실시일이 을지훈련 기간인 점을 들어 '기관장들이 훈련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증인채택'이라는 취지로 야당 측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윤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을지훈련 기간에 국회 행안위에 출석한 전례가 있다"고 받아쳤다. 신 위원장 또한 "기관장 등 필수인력의 출석시간 조정에 대해서는 양 간사님들과 원만히 협의해서 운영하도록 하겠다"고 해당 비판을 일축했다.
한편 이날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2000명 의대증원' 관련 결정 과정을 점검하기 위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를 의결했다. 연석 청문회는 교육위와 복지위에서 각각 소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실시하고,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이 위원장을 맡아 오는 16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청문회는 야당 단독이 아닌 여야 간 합의로 의결된 사항이지만, 여당 측 김민전 위원은 의결 과정에서 '청문회가 아닌 공청회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김 위원은 "한국 국회에서 관례적으로 보면 청문회는 국정조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해 왔다"며 "(청문회 명칭으로) 국정조사가 아닌데 마치 국정조사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국회법 제65조를 토대로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과 심사와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필요한 경우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부터 증언·진술을 청취하고 증거를 채택하기 위하여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를 열 수 있다고 명시가 돼 있다"며 "청문회라는 표현이 위법은 아닌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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