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초동 수사를 이끌었던 박정훈 대령이 박종철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종철 기념사업회는 6일 "제20회 박종철인권상 수상자로 박 대령(해병대 전 수사단장)이 선정됐다"며 "박 대령은 사적 폭력으로 변질된 국가권력의 외압에 맞섬으로써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시대에 정의와 진실을 향한 이정표가 되어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 대령은 수상소감을 통해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망설였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으로서 법대로 원칙대로 사건을 수사하고 관련 내용을 보고했으며 경철에 이첩했을 뿐"이라며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상을 받는 것이 맞는지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과분한 상을 받는 것이 채 상병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20살 꽃다운 나이에 허망한 죽음을 맞이한 채 상병에게 박종철 인권상의 영예를 돌리고 그 죽음의 의미를 기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감사히 수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지난해 7월 19일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폭우 사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초동 수사를 맡았다. 같은 달 30일 박 대령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국방부에 보고했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았다. 그러나 하루 뒤인 7월 31일, 이 전 장관이 결재를 번복했다. 박 대령 측에 따르면, 이어 8월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전화를 걸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자를)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 대령은 그러나 국방부의 요구에 굴하지 않고 8월 2일 수사자료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국방부는 해당 이첩자료를 거둬들이고, 박 대령을 해병대 수사단장에서 보직해임했다. 이후 군 검찰이 박 대령을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죄로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종철 인권상은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 고 박종철 열사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고, 그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2003년 제정된 상으로 국가권력의 부당한 폭압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을 노력해온 사람이나 단체가 수상자로 선정돼왔다. 최근 수상자는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인연대 상임대표,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얀마 시민 등이다.
박 대령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8일 서울 관악 박종철센터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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