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인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사이 채상병 특검법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하자는 수정 제안에 대해 원 전 장관 측이 '윤석열 대통령을 수사하자는 것'이라고 공세를 펴면서다. 한 전 위원장이 이에 '반대하려면 대안을 제시하라'고 지적하자, 원 전 장관은 "금식이 당론인 우리 당에다가 자꾸 메뉴를 내놓으라는 궤변"이라고 맞섰다. 두 후보 간 갈등을 비판하며 통합론을 제시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이날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와 "전략적 협력관계" 선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 의원은 이날 밤 국회 무제한 토론에 참석한다. 현역의원이라는 강점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읽혔다.
한동훈 "대안 없는데 그냥 싫다는 것…대법원장이 특검 추천, 위헌 아니다"
한 전 위원장은 3일 오후 여의도의 한 한식당에서 국민의힘 실버세대 위원회 위원들과 오찬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제3자 특검법 제안에 반대하고 있는 원 전 장관 등 타 후보들에 대해 "제 제안이 대단히 합리성이 있다는 건 이미 실증되고 있다"며 "그러니까 다른 분들께서 (반대하려면) 다른 의견, 대안을 제시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이 없다? 그러면 없는데 그냥 싫다(는 것)"이라며 "이건 싫은 거지 대안이 아니잖나"라고도 꼬집었다.
한 전 위원장은 특히 본인이 제안한 '대법원장 추천 특검'에 대해 원 전 장관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지적한 것을 두고 "모 후보는 (대법원장 특검이) 삼권분립에 어긋나서 위헌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그 이전 특검이나 MB특검 등에서 이런 전례가 이미 있다"며 "그 당시에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 대해서 위헌논쟁 있어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 아니라는 공식 결정이 나온 바 있다"고 반박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당내 중진인 권성동 의원이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과 관련 정언유착, 제보공작 등 의혹을 제기하자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데도 채 상병 특검을 받아야 하나"라며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하기도 했는데, 한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하는 특검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좋은 논거를 권 의원이 말해주신 것"이라고 본인이 제안한 특검의 장점을 어필했다. 그는 "그렇다고 지금 진실이 규명돼야 하고 지금 상황에선 그걸로는 (수사만으로는) 안 된다고 하는 민심을 그냥 도외시할 순 없다"고도 했다.
원희룡 "韓, 금식이 당론인데 자꾸 메뉴 내놓으라고…"
원 전 장관은 '특검 반대는 당론'이라는 취지로 공세를 이어나갔다. 이날 오전 S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원 전 장관은 '대안론'을 주장하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을 겨냥 "당론은 특검은 현 공수처 수사, 후 특검"이라며 "(한 전 위원장이 말하는) 당론 위배의 대안을 내놔라, 이것은 금식이 당론인 우리 당에다가 메뉴를 자꾸 내놓으라고 하는 궤변"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토론도 안 거치고 자기는 옳고 이쪽은 민심을 거역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꾸로 이걸 공격하면 이게 내부 토론 없이 언론에다 대고 그냥 민심의 압박에 대해서 어떤 명분회피용 그런 안을 내놓는 것"이라며 "저 무도한 이재명을 잘 몰라서 하는 거고, 우리 2017년 탄핵 때 경험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라고 말해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판단을 문제 삼기도 했다.
원 전 장관은 또 당정관계에 있어서도 한 전 위원장을 겨냥 "지금 어설픈 차별화하면 그건 신뢰가 회복이 안 된다"며 "제가 토론회에서도 물어볼 건데, (한 전 위원장은) 왜 (대통령과의) 식사를 거절하고 그 이후에 진짜 말 한 마디 대화가 없었는지"라고 말해 이른바 윤·한 갈등설을 부각했다.
나경원 "元은 출마 자체가 채무, 韓은 배신 프레임 빠져…나만 용산에 쓴소리 가능"
'원·한 갈등이 지나치다'는 취지로 두 후보를 한 데 묶어 비판하고 있는 나경원 의원은 "당 대표가 친윤-반윤이라는 편 가르기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심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당대표 후보는 저뿐"이라고 본인의 위치를 강조했다.
나 의원은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원 전 장관에 대해선 "출마 자체가 이미 채무인 후보"라고,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선 "소신껏 용산에 쓴소리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배신 프레임의 늪에 이미 빠졌다"고 각각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계파도, 앙금도 없다. 나경원만이 지금 요구되는 당 대표의 올바른 역할을 해낼 수 있다"고 본인을 중심으로 한 통합론을 제기했다.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활용하고 있는 최고위원 후보와의 러닝메이트 제도에 대해 비판해 오기도 했는데, 이날 김재원 최고위원 후보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늘 나경원 후보와 전략적 비전 협력 관계라고 발표하려고 한다"며 "정책적으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협력하는 그런 비전을 공유하는 전략적 협력관계"라고 말해 나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이 사실상의 러닝메이트 그룹을 형성하게 됐다. 나 의원은 앞서 전날 전당대회 비전발표회 직후 기자들에게 "김 후보의 경우에는 TK·PK의 유일한 후보이기 때문에 전략적 협력관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나 의원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 일정에 함께 해 '전략적 협력관계' 발언을 할 예정이었지만, 나 의원 측 일정문제로 해당 행사는 취소됐다. 캠프 측은 "특별한 것은 없고 일정 문제"라고 설명했다. 나 의원 전당대회 선거 캠프 측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김 전 최고위원과의 관계설정에 대해 "'러닝메이트' 개념은 후보께서 안 하신다고 했다. 그런 개념은 아니다"라면서도 "전략 등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면 같이 하는 것"이라고 협력적 관계를 시사했다.
韓은 수도권, 元·羅는 나란히 대구 방문…김태흠 충남지사, 元 지지선언 눈길
한편 이날 대구엔 나 의원 외에도 원 전 장관이 방문, 두 후보가 나란히 대구를 찾은 풍경이 연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인천·고양 등 수도권 행보에 집중한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대구에 방문하지 않았다.
원 전 장관과 나 의원은 지역에서 광역단체장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지지세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지난 1일 김영환 충북도지사를 면담한 데 이어 이날 김태흠 충남도지사를 접견, 김태흠 지사의 지지선언을 얻어냈다. 나 의원 또한 이날 김영환 지사 및 유정복 인천시장 등 광역단체장들과 만남을 가졌다.
나 의원은 이날 저녁까지 대구에 머무르며 대류공원 치맥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상정되며 당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자 해당 행사를 취소하고 무제한 토론 참여를 위해 국회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원외 인사인 한 전 위원장, 원 전 장관과의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한 전 위원장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세를 가졌음에도 불구 앞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접견 거부 사태 등으로 광역단체장과의 만남이 불발돼,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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