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출마자는 1년 전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이른바 당·대권 분리 조항에 예외를 두고, 국회의장·원내대표 경선에 당원투표 결과를 일정부분 반영하도록 하는 당헌당규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 대해 이른바 '7인회' 멤버로 친명계 핵심으로 꼽혔던 김영진 의원이 공개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앞서 친명계 좌장으로 불렸던 정성호 의원에 이어서다.
김 의원은 11일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전날 당 최고위가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한 데 대해 "당내 충분한 의사 수렴이 없이 좀 급하고 과하게 의결이 됐다"며 "그런 상황이라서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4선·5선 의원들도 그렇고 문제 제기를 했던 다수의 의원들이 있었는데 그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형태에서 의결이 됐기 때문에 과연 이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주의적이었나 의문"이라고까지 했다.
김 의원은 특히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 당원투표 결과를 반영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민주당의 장점은 차이, 다름,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인데 이런 부분들을 해칠 수가 있다"며 "당원 비율을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할 때 (반영)해줬는데, 또 원내대표·의장 선출할 때까지 하게 되면 원내대표와 의장이 전체 국민을 대표해 나가면서 일을 해야 되는데 매일 일부 당원의 눈치만 보고 그 강한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과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당의 결정과 판단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도 있다.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국회의장이 특정인이 선출됐다고 해서 임기응변으로 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 당의 헌법인 당헌당규를 임의적으로 개정하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달콤한 사탕이라서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 강성당원들에게 좋을 것 같지만 그 강성당원과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전체적으로 멍들게 할 수 있다"고 당헌당규 개정 추진의 배경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장에 대해서 문제 제기하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며 "어느 당원들도 '특정한 의원을 국회의장으로 하라'라고 얘기했던 적은 없다. 그것은 특정 최고위원과 특정 유튜버들이 만들어낸 흐름이고 마치 그것이 당원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면서 각색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도 의장 선거가 끝나고 나오면서 '당선자들이 당원을 대표하고 민심을 대표하기 때문에 그것이 민심이고 당심이다' 이렇게 명확하게 규정을 했던 사안 아니냐"고 그는 부연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정성호 의원도 "국회의원들은 당원들의 대표, 정당의 대표도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국민의 대표"라며 이와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편 바 있다. (☞관련 기사 : 국회의장 경선에 당심 20% 반영? 정성호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
김 의원은 또한 당·대권 분리 예외조항에 대해서도 "당권·대권을 분리하고 당권을 가진 사람이 대권에 나오려면 1년 전에 사퇴하라, 이것은 공정한 대선을 위해서 누구에게나 기회의 균등을 주겠다는 기본적인 민주당의 가치와 정신을 실현하는 것이고, 그것을 민주당은 지난 십수 년간 한 번도 고치지 않았던 것"이라며 "굳이 오해를 살 일을 왜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2027년 3월 대선 9개월 전인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이재명 대표가 지휘하고 물러나기 위해 당헌당규 개정을 한 것 아니냐'는 라디오 진행자의 질문에 "제가 보기엔 그게 소탐대실", "그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만을 위해서 민주당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대선후보가 누구일지는 2026년 9월에 가봐야 아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대선은 3년이나 남았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승리를 모든 사람이 다 원하고 저도 원한다"면서 "그 방향을 어떻게 큰 그릇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지금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분들도 '민주당이 좀 괜찮은 정당이다', '호감 가는 정당이다' 이런 이미지를 줘야 되는데 지금은 그 모습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대단히 우려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했지만 (당 지지율은) 지금 국민의힘과 비슷한 32~33%"라며 "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횡보하는 이유를 이번 당헌당규를 개정한 최고위원들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 더 겸허해야 된다"며 "당심이 민심이다라는 주장 자체는 틀렸다"고도 했다.
김 의원은 이같은 자신의 의견을 이 대표에게 직접 전했다면서, 이 대표의 반응에 대해 묻자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고 당 대표가 특정인의 의견을 가지고 판단을 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저와는 약간 당원권 강화의 방향에 대해서 차이가 있었다. 의견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날자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 당 대표 연임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당헌당규에도 제한 조항이 없지만 불문율로 연임하지 않았다"며 "당 대표를 연임하려면 (현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지금은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 밖에서도 비판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같은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굳이 안 해도 될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거기에 '이재명 대표'라는 다섯 글자를 갖다 붙이면 이재명 대표 맞춤형 개정같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최 전 수석은 "앞뒤도 안 맞고, 해야 될 꼭 해야 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며 "그 조항의 이 제정 취지가 당·대권 분리인데 그것을 흔들고 개정을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대선 1년 전에 사퇴를 해야 되는 규정에 예외적 조항을 두자는 것은 지방선거를 이재명 대표 체제로 치르겠다는 얘기"라며 "이 대표가 대표로서 업무수행을 잘 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면 지방선거 때 (이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이긴다. 그런데 굳이 지방선거를 치르게끔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안 해도 될 일을 굳이 하면서 오해를 받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당 지도부에서는 반박이 나왔다. 특히 김영진 의원의 비판을 겨냥해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장경태 최고위원)라는 역공이 가해지기도 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권과 당권 분리도 과거 문재인 대표 시절에 소위 비문계 의원들의 공세를 막기 위한 정치적 타협의 산물인 것이지,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것이 지고지순한 원칙이냐"고 주장했다.
장 최고위원은 또 "지금까지는 (대선 출마자는) 당 대표 1년 전 사퇴를 강제하는 조항만 있었다"며 "거기에 대해서 개헌 혹은 다른 상당한 사유가 발생할 시 피선거권을 제한·박탈하는 규정은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은) 국민의힘 당헌을 그대로 차용해온 것이다. 국민의힘에 있는 당헌은 아무 말 없으면서 왜 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당헌을 똑같이 차용하는 것을 문제삼는지 그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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