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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선에 전군 휴일 정상근무했는데 대통령은 순방 떠나…경찰 "심각한 위협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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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풍선에 전군 휴일 정상근무했는데 대통령은 순방 떠나…경찰 "심각한 위협 아냐"

김준형 의원 "엄중한 상황에서 국군장병은 국가 지키고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이게 맞는 일인가"

남한의 대북 전단과 북한의 오물 풍선이 오가는 현 상황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평가가 일관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국방부 장관은 휴일에 정상 근무를 지시하는 등 다급하게 움직였지만, 정작 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예정된 해외 순방을 떠났고 경찰청장은 현 상황이 국민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영부인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함께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위한 출국길에 올랐다. 지난 2월 독일 등의 순방이 갑자기 취소된 이후 올해 첫 해외 순방이며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이날부터 15일까지 5박 7일의 일정으로 진행될 이번 순방에 대해 대통령실은 "실크로드 중심지인 중앙아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지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복합위기가 확산되며 그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경제와 인구 측면에서 잠재력이 크고, 우리와 관계가 긴밀하고 우리 기업들이 활발하게 진출해 있는 세 개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리 예정된 순방 일정을 취소 또는 연기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상대국에 결례가 되어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남한의 민간단체가 대북 전단을 보낸 데 대해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고 정부는 이를 막겠다며 약 5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등 한반도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6~7일 남한의 민간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날린 이후 북한이 8일 오물 풍선을 보내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휴일인 9일 전군에 정상근무를 지시하고 확성기 방송까지 재개하며 급박하게 대응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조치와 대통령의 행동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 국면에 대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상황 판단도 지난 주말 정부의 대응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그는 현 상황의 원인인 남한 탈북자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경찰이 제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전단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이 날리는 오물 풍선이 "경직법(경찰관직무집행법)상 제지할 수 있는 근거인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협'에 해당한다는 게 명확치 않다고 본다"고 답했다고 <연합뉴스>가 10일 보도했다.

윤 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10월 대북전단에 대응해 북한이 민간인통제구역에서 고사포를 발사해 주민에게 심각한 위협을 초래했던 사례를 들어 경찰이 제지할 수 있다고 한 판례가 있다"며 "지금처럼 오물 풍선을 단순히 날리는 정도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연결 짓기에는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북한의 오물 풍선이 계속 부양돼도 같은 입장을 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련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은 생명·신체적 위협이 아니라고 보여지나 한단계 더 나아가 충분히 그렇다고 보여지면 그 때 판단할 것"이라며 대북 전단 발송 제지에 대한 여지를 보이기도 했다.

▲ 윤석열(오른쪽)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며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 올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8~9일에는 북한 오물 풍선에 대해 심각하고 급박한 위협인 것처럼 대응하다가 10일 대통령의 순방 일자가 되자 북한의 오물 풍선을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니라고 밝힌 것을 두고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논평에서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국군장병은 국가를 지키고, 국군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떠난다. 이게 맞는 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작전 기강' 확립을 위해 출근한 간부 및 군무원 그리고 국군복지단 예하 근무자들은 밥이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국가를 지켰다고 한다. 이는 국방부 장관의 급박한 지시로 부식 청구조차 불가했기 때문"이라며 "출근 후 퇴근한 국방부 관계자 또한 본인이 어떤 근거로 출근했는지, 어떤 훈련을 했는지 모르는 것이 정녕 '작전 기강 확립'을 위한 정상적이고 체계적인 '지시'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상 출근 후 정상 일과'라는 한 줄 외에 아무런 지침도 하달하지 않은 국방부는 전군을 혼란에 빠뜨렸다. 외출을 떠났던 장병들은 급히 복귀해야 했고, 면회가 가능하다 하여 새벽부터 출발했던 부모님들은 돌아가야 했다"며 "어제(9일) 실시된 즉흥적이고 어설픈 지시는 군 지휘체계의 미숙함을 그대로 드러낸 참사였고, 또 한 번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지난 2월 윤 대통령이 독일 순방을 나흘 앞두고 연기한 데 대해 "당시 대통령실은 '다양한 이유'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추후 신속히 추진한다고 말했었다. 국내 및 독일 언론은 '다양한 이유'가 정치 상황, 의대 증원 문제, 대북 도발 문제 그리고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문제 등이라 꼽았다"며 "당시보다 심각한 정치적 상황과 의대 증원 문제 지속, 그리고 당시보다 훨씬 심각한 안보 상황에서 이번 해외순방은 아무런 문제가 없나"라고 물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이상한 힘자랑은 북한이 멈췄던 '오물 풍선' 투척을 재개하도록 만들었다"며 "남북의 갈등과 대치는 국군장병의 희생과 국민의 피해를 초래하게 되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라도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하는 일체 행동을 멈추고 평화적인 대화와 해결을 통해 한반도의 안전과 번영을 함께 이루어 나가길 강력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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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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