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나경원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연금개혁안에 대해 "첫단추라도 좀 꿰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의 제안을 받지 않고 연금개혁안 논의 전체를 22대 국회로 넘기자는 당 지도부 입장에 공개적으로 이견을 제시한 셈이다.
나 당선인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이상적인 건 올해 안에 구조개혁까지 포함해 모두 다 한 번에 끝나는 것이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국회 원구성이 녹록치 않고 여러 대립이 많이 예상되는 부분에 있어서 사실상 지금 모수개혁이라도 먼저 받아야 하냐는 의견도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5일 '소득대체율 44%, 보험료율 13%'을 내용으로 한 국민의힘 측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며 해당 안을 21대 국회 내에 처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논의가 모수개혁, 구조개혁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기 때문에 임기 만료를 앞둔 21대가 아닌 22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이와 관련, 나 당선인은 "지금 하루에 (국민연금기금이) 800억 원 정도씩 손실이 나는 걸로 안다. 그래서 일단은 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해) 많이 내는 부분이라도 조금 합의를 해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 해봤는데 참 어려운 문제"라며 "지금은 그 정도로 이 대표가 여러 제안을 했다면 우리가 모수개혁이라도 하는 것이…(맞다.) 다만 조건부적으로 하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선 나 당선인 이외에도 수도권 중진인 윤상현 의원과 김미애 의원, 윤희숙 전 의원,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 등 소장파 인사들이 지도부의 입장에 이견을 보이며 '모수개혁이라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수개혁에 합의만 하는 것도 대단히 긍정적"이라며 "여야 간에 (연금개혁에 대한 모수) 합의라도 빨리 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근식 비전전략실장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정략적 의도가 있든 없든 간에 양보를 해서 모수개혁에 합의를 한다면 이거라도 일단 첫걸음으로서 합의를 해주는 게 맞다"며 "구조개혁이 안 돼서 안 된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의대 정원 이야기하는 거랑 사실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연금특위 위원으로 활동한 김미애 의원 역시 전날 SNS를 통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거라면 우선 나아가자"며 찬성 입장을 밝혔고, '이재명안'에 여권 내 첫 찬성 입장을 낸 바 있는 윤희숙 전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민주당 연금개혁안에 진정성이 있는지, 왜 이제까지 손 놓고 있었는지를 따지느라 여당이 기회를 날린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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