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전반기를 이끌어갈 국회의장 선거에 저마다 '명심(明心)'을 내세운 네 후보가 등록을 마쳤다. 6선에 오르는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다. 후보자 등록에 앞서 일찌감치 명심 경쟁을 벌여온 이들은 투표가 진행되는 오는 16일 민주당 당선자 총회 전까지 친명 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선거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추 전 장관은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혁국회에는 검증된 개혁의장이 필요하다"며 의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검찰 개혁, 언론 개혁 등 개혁 입법과 민생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이를 위해 신속한 원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 본인·가족, 측근이 관련된 이해 충돌 사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제한을 강구하겠다"며 "국회 예산 편성 권한을 신설해 국회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의장의 독주와 전횡을 막기 위해 의장에 대한 불신임 권한을 당과 당원에 위임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당내 일각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 책임론'을 제기하는 데 대해선 "이른바 '추윤 갈등' 프레임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검찰 쿠데타 세력이 만든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출마 선언을 마친 추 전 장관은 '국회의장이 되면 대선에 출마해 이재명 대표와 경쟁하지 않을 것이냐'라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독재 정권 아래서 우리는 국민을 지키기는 데에 한 몸이 되어야 한다"며 "누구도 시대적 소명에서 일탈해선 안 된다"며 일축했다.
추 전 장관이 의장에 당선될 경우 '추윤 갈등 시즌2'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그런 갈등 우려는 상대 당이 만든 프레임 같다"고 반박했다.
이날 정성호 의원도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친(親)이재명계 좌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 의원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총선의 민의는 소극적 국회를 넘어서는 적극적이고 '강한 국회' 실현"이라며 "총선 민의를 받들어 국회의 권위를 회복하고 민생과 민주주의의 효능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정 의원은 "강한 국회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입법권과 예산권, 정부를 감시·통제·비판하는 역할을 충실히 완수하는 국회"라며 "대통령의 권한을 넘는 법률안 거부권 행사, 입법부에 대한 과도한 압수수색, 시행령 통치 등 반헌법적 월권에 대해 물리적 제재, 권한 쟁의 등을 통해 강력히 대응하는 국회"라고 밝혔다.
전날에는 우원식 의원이 "나는 이재명의 사회개혁 '가치동반자'"라며 "22대 국회를 사회경제 개혁을 실천해나가는 사회적 대화의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우 의원은 "명심, 당심 배경삼지 않고 오로지 민심의 물꼬를 트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장 먼저 출마 의사를 밝히며 '명심은 당연히 나'라고 말해 화제가 됐던 조정식 의원도 같은 날 "지난 1년 8개월간 당 사무총장으로서 이재명 대표와 함께 민주당을 지키고 총선 승리를 이끄는 성과를 냈다"고 강조하며 같은 날 후보 등록을 마쳤다. 조 의원은 "국민이 원한다면 언제든 국회의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과감히 할 것"이라며 "내가 국회의장이 된 후에도 정치검찰의 입법부 무력화 시도가 있다면 나를 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의장 후보들은 후보 등록 직전까지도 '명심'에 호소했다. 네 후보는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본사회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기본사회'는 이 대표가 지자체장 시절부터 내세웠던 대표공약으로, 이 대표는 지난해 당 대표 직속 기구로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네 후보 모두 명심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하는 가운데, 당선 가능성은 정 의원 쪽에 실리는 분위기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달 24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국회의장으로 누가 유력해 보이냐'는 물음에 "정성호 의원 같다"고 꼽았다.
최 전 수석은 "정성호 의원의 성품과 스타일이 이렇게 나서서 뭘 안 하는 분"이라며 "출마를 검토하고 있을 땐 일종의 교통정리 역할을 하시려고 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뛰어든다는 건 국회의장을 예약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예측했다.
이어 "국회의장도 당내에서 선출을 하고 국회 통과를 하는 건데 민주당 내에서 정성호 의원이 국회의장 되는 것에 대해 거스를 수 없는 분위기로 인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도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정성호 의원이 5선이다. 그리고 이재명 대표와 굉장히 가까운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5선인 정성호 의원이 이렇게 막 잘 나서서 내가 뭐 하겠다 하시는 그런 정치스타일의 성품이 아닌데 국회의장에 뛰어들었다? 저는 대표 의중이 있지 않느냐(한다)"고 했다. 당심은 추 전 장관, 명심은 정 의원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다.
그러면서 "당원들은 지금 '추미애 당선인은 무조건 추 장군 돼야 된다, 원톱' 이러고 있다"면서 "추미애 당선인이 나름대로 강하고 그리고 또 그립감도 세지만 국회의장이 됐을 때 이재명 대표가 사라질 위기가 있다"고 했다.
의장 출마를 놓고 끝까지 저울질했던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그는 "오늘 오후까지 많은 분들의 고견을 들었다"며 "지금은 제가 나설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도 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나라를 살리고 민주당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최근 방송에서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의장과 박병석 전 의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국회의장 선거가 친명 일색으로 흘러가는 데 대해 현 국회의장인 김진표 의장은 우려를 표했다. 김 의장은 지난 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 "좀 더 공부하고 우리 의회의 정치 사회의 역사를 보면 그런 소리 한 사람이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 쪽 당적을 계속 갖고 편파된 행정과 의장 역할을 하면, 그 의장은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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