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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형 의장' 김진표는 왜 민주당 손을 들어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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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형 의장' 김진표는 왜 민주당 손을 들어줬을까

의장실 측 "채상병 특검법, 여야 합의할 시간 없었다"…김진표 "중재 노력하는 사람이 의장 돼야"

21대 국회 끄트머리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야당의 숙원 과제였던 '채상병 특검법'을 의장 권한으로 본회의에 상정하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그간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강하게 내세웠던 전례에 비춰보면 의외의 결정이었던 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의장의 변화가 현재 차기 국회의장 선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의장 후보들끼리 '명심 경쟁'에서 나아가 중재를 강조하는 김 의장에 대한 비방 경쟁으로까지 불이 붙는 상황에서 마냥 중립을 지키기에는 심적 부담감이 컸을 것이란 얘기다.

김 의장은 그러나 민주당 내부 분위기와는 관계 없이 내린 판단이었다며, 오히려 차기 의장의 덕목으로 '중재'를 꼽아 이같은 해석을 일축했다.

김 의장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안건에 포함되지 않은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할 것을 제안하자 즉각 수용해 표결에 부쳤다.

김 의장은 민주당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 "국회법이 안건 신속처리 제도를 도입한 취지에 비춰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지 마무리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려한 끝에 오늘 의사일정 변경 동의 안건을 표결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180일의 숙려기간이 지나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퇴장했다. 김웅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재석 의원 168명 중 168명 찬성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가결됐다.

이날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민주당은 '합의 처리'를 강조한 김 의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강성 의원뿐 아니라 지도부 또한 김 의장의 국외 순방 출국 저지를 불사하겠다고 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도 이날 본회의 전 국회 의장실에 항의 방문해 김 의장에게 법안 상정을 요구하다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김 의장은 21대 하반기 국회 임기 내내 여야 합의 처리 원칙을 내세워 야당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왔다. 그러나 김 의장이 평소와 달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도록 하자, 여당은 김 의장이 야당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등쌀에 못 이겨 원칙을 저버린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 통과된 직후 논평을 내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당초 본회의 안건에 없던 채상병 특검법을 안건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 표결을 허락하며 단독 처리의 길을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본회의 처리 안 하면 해외 출장 못 간다'는 민주당의 엄포와 욕설 협박에 굴복한 것이냐"며 "참으로 무책임하다"고 했다.

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개혁신당 상임고문 또한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 승부>에 출연해 "김진표 의장은 입장이 곤란하니까, 민주당 쪽에서 공박이 심하니까 어쩔 수 없이 통과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자기 나름의 입장이 있고 판단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는 하기 싫었겠지만 여러 가지 환경 자체가 그거를 안 할 수 없으니까 그냥 통과하도록 하지 않았나 이렇게 본다"고 했다.

의장실 측은 김 의장의 결단이 야당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김 의장이 기존에 여야 합의를 중시하고 그것을 우선해왔던 것은 양당이 다음 본회의까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게 할 만큼의 시간이 없지 않나. 2일 상정되지 않을 경우 결국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도 없는 것"이라며 "그럼 야당이 불이익을 받는 건데 그것은 의장 권한 외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순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김 의장에 대해 반발하는 데 대해선 "여당 입장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이미 이런 상황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왔고 본회의에서도 양해를 구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의장은 여전히 국회의장의 '중재'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김 의장은 3일 MBN과 한 인터뷰에서 "나라와 미래를 위해 중재하는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이 언론 환경에서는 모든 게 기록으로 남아서 평생을 따라다닌다"며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의장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민주당 위주의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데 대한 일침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의 중립 의무가 국회법에 명시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행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고 하라고 만들어 줬더니 행정부 시녀 노릇을 하지 않냐 그 반성 때문에 2002년 정치개혁을 해 가지고"라고 했다.

아울러 "요즘 정치가 지나치게 팬덤화되고 진영화 됐다"며 "잘 알아보지도 않고 한 극한의 말들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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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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