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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 여권 '용산 탈출' 시험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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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특검', 여권 '용산 탈출' 시험대 될까

'입법 폭주' 자초한 與, '거부권 방어선' 안전할까?

법안 발의 →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 → 본회의 단독 표결 →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 재의결 무산 → 법안 폐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인 쟁점 법안들을 이와 같은 9차례의 거부권 행사로 제어해왔다.

여소야대 국회와 비타협적 대통령이 빚은 '강 대 강' 파열음은 21대 국회를 넘어 22대 국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순직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안'(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했다.

홍철호 정무수석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특검법을)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나아가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다.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전날 정진석 비서실장도 더불어민주당의 일방 처리를 "입법 폭주", "나쁜 정치"라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수사 등 사법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여야 합의 없이 특검법이 도입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잇달아 내놓은 반박이 '채 상병 특검법을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데에 67%가 찬성한(반대 19%) 여론(NBS 전국지표조사)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는 대부분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방송3법' 등 대부분 사법절차와 무관한 법안들이었다. 이태원 특별법의 경우 사법절차가 완료됐음에도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여권이 야당의 "입법 폭주"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패스트트랙에 오른 특검법이 180일의 숙려기간을 거치는 동안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염두에 두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쟁점 법안 처리에 여야 협의를 강조해온 김진표 국회의장조차 국회 임기 종료를 한 달 앞둔 "특수한 상황"을 외면하지 못해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또한 석 달 넘게 공수처장 지명을 미뤄온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가 현실이 된 뒤에야 후보자를 지명했다. 특검법 처리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선(先) 공수처 수사'라는 방어 논리를 위한 지명이라는 의심을 샀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휘부 재구성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수사인력까지 부족한 공수처가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붙여도 향배를 장담할 수 없다.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부터 수사기록을 이관받은 검찰이 기소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국가안보실 2차장,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이 개입 의심을 받는 외압 의혹의 성격 상, 검찰의 엄정한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석연찮은 수사 이첩 보류 지시,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에서 제외된 출발점으로 'VIP(대통령) 격노'가 지목된 상태다.

이같은 조건에서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입법권 견제를 위해 마련된 고유 권한인 거부권을, 대통령도 대상에 오를 수 있는 특검법을 제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역풍이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부 이탈도 고려해야 할 처지다. 재적의원 전원(구속된 윤관석 의원 제외 295명)이 출석할 경우 재의결하려면 197명의 찬성이 필요해 국민의힘에서 17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22대 국회 재진입이 무산된 의원들이 불출석할 경우 재의결 정족수가 낮아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21대 국회에선 방어전에 성공하더라도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하는 22대 국회 사정은 윤 대통령에게 더욱 불리해진다.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이 무산될 경우, 8표만 더하면 거부권이 무력화되는 22대 국회에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과 함께 재추진할 방침이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막연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운운한다고 해결될 문제인지 전략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라는 여론이 높다면 과감하게 대통령이 털고 나와야 한다. 공수처 수사가 끝나고 하자는 논리는 대단히 빈약하다"고 했다.

다음 주로 예상되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외압 의혹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경찰과 공수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반복할 경우, 다음 달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윤 대통령과 민주당이 충돌하는 첫 번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을 신설하고 검찰 출신 인사 기용하는 방안이 유력해진 데 대해서도 "사정당국 장악 의도"라는 의심을 표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야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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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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