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민원, 소송, 정치적 리스크
요새 ESG 경영이란 말이 유행이다. 예전처럼 무자비한 감원·구조조정· 핵심자산 팔아치우기를 통하여 사모펀드가 수익을 올리려 시도할 경우 소송과 민원·항의 등이 발생하여 많은 연기금들이 해당 사모펀드에서 투자를 회수하거나 추가 투자를 중지한다.
사모펀드 ‘펀드 속의 펀드’ 등 겹겹의 방어막이 있다 하더라도 최근에는 행동주의(Activist) 민원인들이 연기금과 같은 사모펀드의 투자자(LP)들에게 '당신들이 투자하는 그 사모펀드가 이렇게 악덕 기업이요'라는 항의를 하고 투자자(LP)들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말이다.
사모펀드들과 싸우는 것이 전문인 변호사·정치인들이 한 사람이라도 나오기 시작하면 골치 아프다. 필자에게 사모펀드와 싸우는 일에 힘을 합치자는 전문인들이 여럿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일이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유명 사모펀드들은 굉장히 취약할 듯하고 앞으로 그로 인해 큰 난관에 봉착할 펀드들도 눈에 이미 들어온다.
소액주주, 소비자, 피고용인이 인수된 회사 이사들의 수탁자 신의성실의무 책임(fiduciary duty)을 묻기 시작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대주주라 하더라도 행동이 크게 제약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인수된 회사의 자산을 매각한다거나 부채비율을 올린다거나해서 사모펀드가 수익을 올리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인수대상의 자산과 현금 플로우를 담보로 높은 비율의 부채를 일으켜 작은 자기 자본으로 큰 기업을 인수하여 결과적으로 사모펀드가 고수익을 올리는 차입인수(LBO)가 불가능해진다. 차입인수의 대부분이 그 인수된 회사들의 이사가 수탁자 신의성실의무 이행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새로운 소유자가 고용을 보장해준다거나 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배임 심지어는 횡령 혐의까지도 뒤집어 쓸 가능성도 높다. 상당히 많은 사모펀드와 인수대상 기업이 이 때문에 곧 많은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상장 주식들이 포함되어있으면 공모하여 시세조정을 한 혐의도 받게되는데 많은 성공한 사모펀드 관련자들이 내부자 거래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사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발각되는 일은 생각보다 아주 많다. 노조 분쟁등 모든 분쟁에 '부도덕한 사모펀드'로 시작하는 상대의 공격을 감수해야한다.
10. 차입 인수로부터의 원천적인 약점
높은 차입비율로 차입인수된 회사들은 외부 충격으로부터 취약하다. 원래 오너들이 있는 회사들은 그렇지 않다. 오너는 자기 정체성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차입비율이 높지 않게 경영을 한다. 그리고 회사에 어려움이 생기면 전인격을 걸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어떻게든 견뎌낸다.
물론 책임있는 경영자를 파견하는 사모펀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그런 경우가 지극히 드물다. 불패신화의 유지를 존재기반으로 삼아온 사모펀드에서 실패한 프로젝트를 다시 살려낸다는 것 자체가 형용모순일 수 있다. 거기에 투입될 막대한 자금도 역시 투자자(LP) 에서 나와야하는데 다시 실사·검증 그리고 리스크관리팀의 재검증을 통과해야하는데 벌써 책임문제가 발생한다. 한마디로 사모펀드는 어려워진 프로젝트를 다시 회생시키는 것이 원천적으로 어려운 그 무언가가 있다. 잘 나가는 기업을 싸게 사서 잘해왔던 일을 잘하는 것이지 어려워진 자기 기업을 다시 살려내는 것은 사모펀드의 원래의 영역이 아닌지 모르겠다.
11. 손실처리 과정에서의 리스크
위의 여러 이유로 이미 손실이 난 프로젝트들이 많다. 사모펀드들끼리 서로 가격을 (적정 가격보다) 높여 서로 사주는 방법으로 손실을 어느 정도는 감출 수 있지만 결국 언제고 드러난다. 점점 사모펀드들끼리 거래를 많이 하는데 그러한 거래에서는 실사 검증을 철저히 하지 못한다.
주인이 사모펀드에서 사모펀드로 여러 차례 바뀌는 경우 더욱 심하다. 필자는 일단 사모펀드 간에 몇차례 거래가 된 것, 그리고 거래한 사모펀드간에 잦은 2차거래가 있었던 프로젝트면 무조건 의심한다. 뭔가 손실을 감추기 위해 서로 비싸게 사주는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큰 위기가 여기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12. 1인 경영의 위험
사모펀드는 대부분 창업자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모든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린다. 1인 경영의 위험은 상당히 크다. 창업자의 천재적인 감과 열정, 커낵션 다 좋지만 1인 경영은 언제나 독특한 위험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파트너간의 의견차 및 성과배분 문제로 공중분해 될 위험이다. 가장 좋은 구조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 않다. 성과보수 얼마나 어떻게 분배하는가? 창업주의 공헌도는 얼마인가? 손해는 어떻게 파트너간에 분담하는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돈을 끌어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 투자회사의 경영을 개선 시킨 사람, 투자회사를 찾아온 사람에 대한 보상을 미리 확실히 정해야한다. 지금 한국 대부분의 사모펀드에서 이 문제가 각양각색으로 (미)해결되고 있는데 2%~20% 보상조건이 거래를 단순표준화시켜 사모펀드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던 것처럼 앞으로 파트너와 직원들에 대한 보상도 정형화, 표준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치더라도 이 문제로 인해 구조적 문제를 겪고 있는 사모펀드들이 많은 것은 현실이다.
13. 지방 기업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위험
향토 기업은 그 성장 과정에 오래된 여러 인맥이 관여되어있다. 지역정치인이나 지역 중간상 등이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지역 경찰, 소방서, 세무서 심지어는 조폭도 관련이 있어서 경영권을 인수하고도 골탕을 먹는 경우가 왕왕 있다. 해외 진출할 때 여러 위험을 헤쳐나갈 각오가 있어야한다. 최근엔 조폭 관련 사모펀드도 여러 개 있고 나름 활발히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지역의 특수한 상황을 외부에서 알기 어려울 경우 고용보장이나 환경규제, 지역 권력자와의 관계 등 많은 원인으로 핵심 임직원이 이직할 수 있다. 그래서 향토기업의 경우는 내부자 인수(Insider Buy Out)가 좋다.
14. 영화리스크
영화리스크라고 이름을 재미있게 붙여보았다.
무자비하게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약탈형 사모펀드들을 흥미롭게 그려내는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사모펀드들은 뭔가 나쁜 짓을 할 것이다. 소비자나 노동자에게 큰 피해를 교묘히, 합법적으로 입힐 것이다. 그러면서 엄청난 돈을 벌어간다"는 선입관을 생성한다. 그것을 영화리스크라고 부른다.
영화 리스크는 실제 존재한다. 그래서 좋은 거래 상대도 피하려 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의외로 상당히 심각하다.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모펀드에 넘길 바에야"같은 표현이 피인수기업의 오너들 사이에서 아직도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면 이런 인식은 상당히 깊고 넓게 퍼져있다. "밖에서 사먹는 요리에는 집에서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것보다 뭔가 나쁜 것이 들어갔을 것이다"라는 선입관과도 유사하다. 그렇다고 외식업이 전부 망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분쟁이 발생하면 일단 '악질적이고 부도덕한 사모펀드'나 '먹튀' 등의 발언이 나온다. 법정서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야 IMF때 외국 사모펀드들이 알토란 같은 기업을 샀다가 되팔면서 엄청난 구조조정(해고)을 했고 엄청난 이익을 낸 뒤 먹튀한 경험이 있어서 위와 같은 영화리스크가 익숙하다. 외국에도 이런 영화리스크는 실제로 존재한다. 고리대금업자는 뭔가 엄청나게 부도덕한 일을 한다라는 인상을 주는 것과 같다. 이런 인상이 사회에 실제로 널리 퍼져있으면 정치리스크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지극히 주의해야한다.
15. '을'의 리스크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기관투자자들이 '갑'이고 사모펀드는 '을'의 입장에 선다. 재벌회사와 하청업자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뷰티 컨테스트’라는고 불리는 굴욕적인 통과과정을 거쳐야한다. 그야말로 발가벗겨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검증을 거친다. 접대향응을 포함해 퇴직 후 취업 보장 등의 현상도 굉장히 심하다.
갑들의 갑질에 노출된다. 이 기관 투자자들의 엄청난 위약행위에 그대로 노출된다. 출자확약서(Letter of Commitment) 까지 써놓고도 어기면 소송을 걸 수도 없다. 특히 앵커 출자자가 위약을 하면 어지간한 사모펀드는 공중분해된다. 출자 관련 불법 리베이트(Kickback Rebate) 등의 이유로 형사처벌 받는 등의 케이스도 많다.
16. 블라인드 펀드 리스크
규모있는 인수전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 사용처가 정해져 있지 않고 운용사가 자의로 용도를 결정할 수 있는 펀드)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가지고 있지 않으면 규모있는 인수전에서 불리하고 가지고 있으면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빠르게 소진해야 한다. 그리곤 다시 더 큰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해야하고 다시 빨리 소진해야하는데 규모는 점점 커진다. 이만저만한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다.
2024년 1월 현재 그런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사모펀드내에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가 사모펀드 내에서 4조 달러라고 하는데 이자율이 5%라고 해도 연간 2000억 달러고 10%라고 하면 4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자금 대기비용을 지불하고도 크게 남길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야하는데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블라인드 펀드가 많이 모이지 않으면 다른 사모펀드에 비해 경쟁력을 잃으니 스트레, 많이 모이면 이자비용이 많이 나가니 스트레스다. 캐피털 콜(Capital Call, 납부하라고하면 그때 투자자들이 투자금액을 납부하는 형태)이란 것을 투자자들은 잘 하지 않으려한다. 자기들은 미리 금융을 동원해야하니 이자부담을 자기들이 져야하는 것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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