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까지 3일간 진행 중인 러시아 대선 투표에서 투명한 투표함에 지난달 돌연사한 러 야권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를 기리는 의미로 보이는 녹색 액체를 붓거나 투표소 방화를 시도하는 등 산발적 투표 방해 행위가 일어났다.
야권 운동가들이 공동으로 촉구한 선거 마지막날 정오 '무더기 투표' 운동도 주목된다.
러 국영 <타스> 통신은 1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인용해 러 전역 20개 지역 29곳 투표소에서 투표 용지 훼손 시도가 발생해 210개 이상의 투표 용지가 훼손됐다고 보도했다. 20곳 투표소에선 투표함에 액체를 붓는 행위, 8곳에선 방화, 1곳에선 연막탄 사용이 시도됐다.
영국 BBC 방송은 소셜미디어(SNS) 영상 검증 결과 러 대선 첫날인 15일 상트페테르부르크 투표소 부근에서 한 여성이 화염병을 던지는 영상, 모스크바 투표소 안 투표함에 한 여성이 밝은 녹색 액체를 붓는 모습 등 적어도 6건의 투표소 및 투표함 파괴 시도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해당 영상을 보면 투표소 내 투명한 투표함 안에 기표된 투표 용지가 거의 접히지 않은 채로 노출돼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은 뒤 곧바로 녹색 액체를 들이 부어 투표함 내부가 액체로 뒤범벅이 됐다.
<AP> 통신은 15~16일 일어난 다양한 투표 방해 시도 중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붓는 행위는 2017년 괴한에 의해 얼굴에 녹색 살균제 공격을 받은 적 있는 나발니에 대한 "명백한 경의"를 표현한 것이라고 봤다.
BBC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투표함 훼손 시도 영상 중 일부에서 친우크라이나 구호를 외치는 장면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관련해 적어도 8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나발니 조직과 러 야권 운동가들은 투표 마지막날인 17일 정오 투표소에 무더기로 나타나 연대를 확인하는 "푸틴에 반대하는 정오" 저항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장 큰 정적으로 불리던 나발니가 대선 한 달 전 수감 중 돌연사하고 다른 야권 운동가들도 수감됐으며 반대 집회도 탄압 받는 상황이지만 투표장에 투표를 구실로 나타난 시민을 잡아 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나온 운동이다.
<타스>를 보면 투표 이틀째 6300만 명 이상이 투표해 누적 투표율 58.7%로 투표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특히 신청자 426만여 명에 한해 진행된 온라인 투표의 경우 투표율이 90%에 달했다. 푸틴 대통령도 15일 온라인을 통해 투표했다. 반대 목소리를 틀어 막은 이번 대선에선 푸틴 대통령의 5선 성공이 확실시 된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선거 기간 공격을 시도하며 투표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로이터> 통신은 17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역에 무인기(드론) 35대를 이용한 공격을 가해 남서부 크라스노다르에 위치한 슬라뱐스크 정유소에 화재를 일으켰고 벨고로드 국경 지역의 전기 및 가스 시설이 손상됐으며 모스크바를 향한 공격도 있었지만 피해나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는 러시아 측 주장을 보도했다.
15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권이 투표 과정을 방해하고 주민을 위협하기 위해 러시아 내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하는 등 여러 범죄 행위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적의 공격은 처벌 없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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