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이제 '혁신 공천'을 완수하고 심판의 날을 향해 필사즉생의 이기는 선거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횡사' 등 공천 관련 논란을 덮고 정권심판론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2찍' 등 설화 논란에 대해서는 전날 사과문을 SNS에 올렸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춘 혁신 공천으로 공천 혁명을 이뤄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이제 민주당은 할 일 앞에 미적대는 그런 과거의 민주당이 아니다"라며 "일머리를 알고 추진력이 강한, 검증되고 유능한 일꾼들로 완전히 진용을 새로 갖췄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 독재정권'과의 투쟁에 적극 나서지 않은 '수박'(겉은 민주당 상징색인 초록색, 속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삭) 정치인들을 갈아치워야 한다는 강성지지자 등 친명(親이재명) 진영 내부 담론에 호응되는 표현이어서 주목된다.
이 대표는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맞추려면 생살을 도려내고 환골탈태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옥동자를 낳으려면 진통은 피할 수 없다"면서 "(당 지도부는) 절박함으로 임했고, 당원과 국민께서 저희의 몸부림에 응답해 주셨다. 혁신 공천으로 공천혁명을 함께 만들어 주셨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당사자들로서는 참으로 안타깝고 힘든 일이겠지만 중진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2선으로 후퇴했고 국민과 당원이 적극 참여한 혁신 공천으로 사상 최대 폭의 세대교체, 인물 교체를 이끌어냈다"는 대목을 읽으면서는 '중진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2선으로 후퇴했고'라는 대목 앞뒤로 각각 2~3초간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침묵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심판의 날이 다가왔다", "4.10 심판의 날", "정권 심판이라는 이번 총선의 본래적 의미를 국민들께서 다시 지켜보시게 될 것"이라는 표현을 곳곳에서 쓰며 정권 심판론 띄우기에 나섰다.
그는 상대 당인 국민의힘 공천을 향해서는 "국정 실패를 책임지기는커녕 오히려 그 책임자들에게 국회의원 후보 공천장으로 꽃기를 깔아주는 패륜 공천은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힘 김진모·정용선 후보를 겨냥해서는 "사면 공천", '난교' 등 표현으로 논란이 된 장예찬 후보에 대해서는 "음란 공천", 정우택 후보에게는 "돈봉투 공천", 성일종·정승연 후보에게는 "친일 공천", 유영하·도태우 후보에게는 "탄핵당한 국정농단 세력 공천", "극우 공천", 원희룡·김선교 후보에게는 "양평고속도로 게이트 공천"이라고 미리 조어(造語)를 만들어 와 비난하며 이슈화를 시도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른바 '2찍'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따로 유감 표명을 하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지역구 내 식당에서 유권자들에게 인사를 하던 중 일부 유권자를 향해 "설마 '2찍' 아니겠지?"라고 말했고,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전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어제 지역구에서 사용했던 '2찍'표현에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며 "저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다.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상대 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모두 똑같은 주권자이고 이 나라의 주인"이라며 "더 낮은 자세로 더 국민과 가까이 국민의 뜻을 온전히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李, 선대위 구성 묻자 "세부적 결정 안 돼"…민주당, '친명 공천' 기조 계속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총선 선대위 구성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아꼈다. 그는 '이재명·이해찬·김부겸 3인 선대위 체제 가닥' 보도의 진위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공천이 거의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 선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될 시점인 건 맞다"며 "보도된 내용은 여러 검토되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의 안(案)"이라고 부인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다만 "선대위 구조를 소위 혁신형으로 할 것인지 등 여러 가지 논의들이 있다"며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하고 있는 과정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세부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경우 선대위 합류 조건으로 상생·통합의 가치를 이 대표가 천명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는 "저는 아직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그는 "혁신과 통합은 언제나 다 필요한 가치들"이라며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가지를 다 잘 조화시키고 잘 절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전 총리 등 당 비주류가 '통합 선대위'를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현재까지의 민주당 공천이 비명(非이재명)계를 배제하고 친명 위주로 되고 있다는 당 안팎의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최근까지도 '친명 공천' 기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밤 발표된 경기 광명을과 충북 청주서원 전략경선 결과, 광명을에서는 현역 양기대 의원이 탈락하고 이재명 지도부 영입 인사인 김남희 변호사(전 김은경 혁신위원회 대변인)가 승리했고, 청주서원에서도 이장섭 의원이 탈락하고 친명계 이광희 전 충북도의원이 승리를 거뒀다. 경선에서 탈락한 양 의원과 이 의원은 모두 비명계다.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한 친문 좌장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 인천 부평을에서는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과 영입인재인 박선원 전 국정원 1차장 간의 '친명 대결'이 치러진 끝에 박 전 차장이 승리해 민주당 후보가 됐다. 청년전략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도 이날 경선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은 "서대문갑은 투표 시스템 오류로 인해 내일까지 투표가 이어진다"며 발표를 하루 미뤘다.
전날인 9일 저녁 발표된 전략경선 결과 발표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영입한 이언주 전 의원(경기 용인정)과 박지혜 변호사(경기 의정부갑)가 경선 승리를 차지해 후보로 확정됐다. 이 전 의원은 이헌욱 전 경기도시공사 사장, 박성민 전 청와대 청년비서관과의 3자 경선에서, 박 변호사는 문희상 전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지회장과의 양자 경선에서 각각 승리했다.
경기 의정부을에서도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재강 전 부지사가 권혁기 당대표실 정무기획실장, 임근재 예비후보와의 3자 경선에서 승리하는 등 친명 후보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변재일 의원이 컷오프된 충북 청주청원에서는 역시 최근 이재명 지도부에 의해 당에 영입된 신용한 전 박근혜 정부 청년위원장과, 친명 원외조직 '더민주충북혁신회의' 공동위원장 출신 송재봉 전 청와대 행정관 간에 '친명 대결'이 펼쳐졌고, 송 전 행정관의 승리로 끝났다.
지난 8일에는 탈당한 양향자 의원 지역구 광주 서구을 후보로 양부남 당 법률위원장이 확정됐다. 양 위원장은 부산고검장 출신으로, 당 법률위·법률지원단을 이끌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대응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에는 전북 전주을(현 진보당 강성희 의원 지역구)에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을 확정했다. 같은날 발표된 경기 고양병 지역 경선 결과에서는 현역 홍정민 의원이 탈락하고, 이기헌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후보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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