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격차 해소' 내세운 한동훈, 정작 '빈부 격차' 없애는 건 반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격차 해소' 내세운 한동훈, 정작 '빈부 격차' 없애는 건 반대?

중대재해법 유예, 금투세 폐지, '메가 서울' 주장하면서 '격차 해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의제로 "격차 해소"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한 비대위원장은 다만 기존의 계급적 격차 담론에 대해서는 "계급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그냥 담론의 대결로 끝날 것"이라며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격차 해소'를 총선 의제로 내세우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금투세 폐지 추진 △메가서울 프로젝트 △여성가족부 폐지 등 노동·빈부·지역·젠더 측면에서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29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주최 '동료시민 일상 속 격차,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세미나에 참여해 "격차 해소라는 개념을 말할 때 주의할 점은 이게 너무 큰 담론으로 가서, 예를 들어 이념이라든가 이런 담론의 정도까지 커지게 되면 결국 말싸움만 나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빈부격차를 없애겠다'며 계급적 관점으로 접근하면 그냥 담론의 대결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본인과 당이 집중하고 있는 '격차 해소'의 취지에 대해 "가령 '교통 격차'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누구는 몇 십 분인데 누구는 몇 시간씩 걸리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과학기술 발전과 투자 우선순위의 설정으로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며 "실생활에서 당장 우리가 돈과 조직과 정치의 힘을 투입해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이번 총선 기간 동안 제시하고 실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의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이날 세미나의 내용 또한 '일상 속 격차 해소'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교통, 의료, 문화, 치안 등 발제 주제 중 의료와 문화 부문에선 공공성의 강화라는 거시담론이 거론됐지만 교통과 치안 부문에선 수도권광역급행열차(GTX) 도입 및 스마트 안전 시스템 구축 등 기술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졌다. 격차 문제에 있어서 정치권 내 주된 이슈로 꼽혀온 노동·빈부·지역·젠더 격차 등은 주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격차 해소를 당의 주요 가치로 제시했지만, 격차의 근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계급적 관점"에는 거리를 둔 셈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등 기업 규제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김포 등 서울 인접 도시의 서울 편입 등 '메가(mega) 서울' △여성가족부 폐지 등 본인 취임 전부터 이어져온 정부·여당의 정책들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모두 시민사회로부터 '사회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받은 바 있는 정책들이다.

지난 1일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기업 적용 유예의 경우, 여당은 산업재해의 사각으로 꼽혀온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법 적용을 반대하며 노동계로부터 '노동 취약계층의 죽음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들었다. 한 위원장은 당시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업주) 간 격차"를 강조하며 중대재해법의 유예를 주장했지만, 애초 중대재해법의 취지인 '기업과 노동자 간 격차' 또는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가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받는 정도의 격차'에는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금투세 폐지 또한 '부자감세 연장선'이라는 야권의 비판을 받아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정부의 금투세 폐지 추진을 두고 "금투세를 내는 상장수익이 5000만 원이 되는 사람들은 15만 명으로 대한민국 1%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또한 금투세 폐지가 윤 정부의 법인세·다주택자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감소 등 '부자감세'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여당이 지난해 제기한 김포시 서울 편입 이슈에서 시작된, 한 위원장의 '경기-서울 리노베이션 TF' 신설 등 '메가 서울' 정책 또한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윤 대통령의 포부와 달리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를 심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지난해 11월 관련 간담회 자리에서 해당 정책을 두고 "서울 확장 문제는 대한민국이 30년 동안 가져왔던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분권 비전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길"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 중 하나이자 한 위원장이 직접 공약을 발표했던 부문인 안전·치안 관련 문제에 있어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일 현장발표 당시 안전문제와 관련 스토킹 범죄, 성폭력, 가정폭력, 교제폭력 등 대표적인 여성폭력 범죄들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심리를 강조했지만, 정작 여성 대상 폭력 문제 등 해결 전담부처인 여성부에 대한 정부·여당의 폐지 추진에 대해서는 암묵적 동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태다. (☞ 관련기사 : '여성폭력'에 입 연 한동훈 … 尹정부 '여성부 폐지'는?)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여의도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민공감 정책 세미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