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이 야권 통합형 비례정당, 가칭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참여 여부를 두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통합비례정당 참여 찬성파인 배진교 원내대표는 당 내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원내대표직을 던지기까지 했다. 김준우 당 상임대표는 "이번 주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결정 시한을 못박았다.
배진교 녹색정의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직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배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헌법적·반민주적 폭주를 심판하는 절체절명의 선거"라면서 "정권 심판을 요구하는 뜨거운 민심에 야권이 부응하지 못하고, 윤석열 정권에게 총선 승리를 헌납하게 된다면 그 후과는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이번 총선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확고하게 세우는 연대, 야권의 강력한 연합정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며 "더욱이 녹색정의당은 진보 대표정당으로서 이러한 민심의 요구에 무거운 책임감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원내대표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녹색정의당은 녹색당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책임 있는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는 대표단의 일원으로서 현 상황에 대한 한계와 책임을 통감하고, 더 이상 강력한 연합정치 추진도 원내대표직 수행도 어렵다고 판단해 원내대표직을 사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배 원내대표가 당직을 내려놓으면서까지 비례정당 참여를 강하게 주장하는 것은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남동을에서 야권연대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천 남동을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최근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의원 지역구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의 탈당으로 사고 지역이 된 지역구를 전략선거구로 분류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새진보연합, 진보당 등과 비례정당 구성을 위한 첫 연석회의를 열고 "비례대표·지역구 후보·정책 단일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만일 녹색정의당이 통합비례정당에 합류할 경우 민주당이 인천 남동을에 전략공천을 포기하고 오랫동안 지역구를 다져온 배 원내대표에게 양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내 의견은 분분하다. 이날 오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이견이 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조속한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을 책임지고 있는 박홍근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 추진단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당 준비 시한이 있기 때문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며 "현실적으로는 이번 주말이 시한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상임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주 안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결정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은 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 정하는 데 몇 달이 걸렸는데, 왜 저희한테 더 가혹한 거냐"라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상임대표는 "고민의 핵심은 4년 전과 달리 왜 '아니다'라고 말 안 하느냐는 것에 대한 의문 아닐까"라며 "4년 전에도 민주당발 위성정당에 정의당이 참여하네 마네 할 때 정의당이 '아니오'라고 했으면 이번에도 '아니오'라고 바로 하지 않겠느냐라고 사람들이 많이들 생각하실 텐데 왜 뜸을 들이냐(라는 것이 반대파의 논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4년 전 같은 경우는 민주당 정부였고, 지금은 보수 정부에서 역사적 퇴행이 심각하기 때문에 4년 전과 달리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메시지를 유권자들이나 지지층에서도 원하시는데 이때 국민의힘이 아닌 정당들 간의 연대, 연합을 지난 총선보다는 좀 골똘하게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니냐라는 고민이다"라고 당내 찬성파 측의 주장을 전했다.
김 대표는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정당으로서의 독자적 위상과 노선, 그리고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이런 것들이 있지 않겠느냐"라며 "그래서 그 두 가지 가치가 다소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당내에서 소통하고 경청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내일 상무위원회를 열고 주말 전국위원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전국위원회에서 통합비례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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