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경찰로 이관된 대공수사권이 "(국정원으로) 복원되어야 한다"고 밝히며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갖고 있는 게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과거 음주운전 이력과 함께 자신이 임대를 주고 있는 건물에 로비성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도덕성 의혹도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의 대공수사권 관련 질의에 답하며 "해외에 조직이 없고 사이버 능력이 떨어지는 경찰이 간첩을 잡는 게 맞겠느냐고 묻는다면, 맞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는 "이제 과거와 같은 방식의 직파 간첩은 거의 사라지고 해외에 사람을 불러 접선하거나 사이버상으로 지령을 내리는 등의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우리 같이 특수한 상황에선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갖고 있는 게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국정원과 경찰 사이 협업체계를 계속 구축하고 있다"며 "이 체계가 잘 작동하는지, '간첩을 잡자'는 궁극적 목표 달성에 충분한지 평가하고 국정원장이 되면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독도 영토분쟁' 기술로 논란이 된 국방부의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를 발간할 당시 김 후보자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김태년 의원은 "역대 어떤 진보, 보수 정권도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기한 적이 없다"며 "관련된 논의가 있었으니까 교재에 분쟁지역으로 등장하지, 느닷없이 등장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조 후보자는 "개정방향에 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논의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과 독도가 분쟁지역이라고 기술하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의원은 "윤석열 정부 들어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옹호 문제 등 일본에 대한 굴종적 외교, 이런 분위기가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며 "설령 몰랐다고 하더라도 이 결과에 대해 안보실장이었던 후보자나, 신원식 장관이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냐"고 되물었다.
조 후보자는 "정부 정책 때문에 연관되어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쓴 게 결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며, '일본에 대한 굴종적 외교 분위기가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는 김 의원에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조 후보자가 이태원 소재 주택을 다국적기업에 빌려주면서 연세(월세 12개월치)를 통으로 받는 등 거액의 임대료를 받았다는 점을 지적, 단순한 임대 수익이 아닌 로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 후보자는 2017년 9월 미국계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한국 법인에 주택을 임대하며 3년치 임대료인 3억 4000여만 원의 임대료를 선지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조 후보자가 얻은 임대 수익이 주변 시세보다 높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로비성 임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후보자는 이에 대해 "부동산을 통해 임대한 것이고 이태원은 외국인의 임대수요가 많아 (임대차 계약) 관행이 3~4년 동안 전체 계약기간의 임대료를 먼저 주고 임대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면 그 기간에 해당하는 임대료를 돌려주는 개념의 계약을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익표 의원은 "보통 외국에서 월세 계약을 하면 석 달 치나 여섯 달 치를 보증금처럼 주고 매달 월세를 지급한다"며 "외국계 거대 기업들은 한국에서 고위 관료들과 월세 계약을 할 때 자기들 나라에 없는 방식으로 통으로 임대료를 몇 년 치를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엑손모빌 같은 경우 석유공사와 지난해 5월 업무 협약을 했는데 후보자는 당시 이 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또 엑손모빌이 사업주로 참여한 해외사업에 수출입은행에서 13억 2000만 달러, 약 1조 7000억 원의 여신도 제공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홍 의원은 "결국 엑손모빌뿐 아니라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 고위 관료들에 대한 장기적 포섭이나 인맥관리 차원에서 우리나라 임대차 계약을 악용하고 로비형태로 활용한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조 후보자는 "(임대차 계약) 전에도 그렇고 후에도 그렇고 엑손모빌에 근무하는 사람과 공적으로나 사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며 "당시 대통령 탄핵으로 갑작스럽게 공직을 그만두고 나왔고 다시 공직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가능성이 별로 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호주 대사를 지낸 조 후보자는 이태원 소재 주택을 호주의 상업은행인 ANZ 은행(오스트레일리아 앤드 뉴질랜드 뱅킹그룹)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이 석연치 않다는 민주당 김의겸 의원에 지적에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라며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임대료는 엑손모빌 계약 때와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재직 당시인 1999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을 받았지만 징계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선 "외교부에서 어떻게 판단했는지는 제가 설명드리가 어렵다면서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관여를 하거나 무슨 얘기를 한 것이 전혀 없다"며 "당시에는 음주운전 처벌에 대한 구체적인 내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외에도 조 후보자의 배우자가 8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한 점과, '2030 엑스포' 개최지 표결 전 외교부의 표 점검 보고에 대한 내용도 도마에 올랐다.
한편 이날 오전 질의 시작에 앞서 야당은 "조 후보자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아들의 병역 자료 등 기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비판했고, 여당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라고 반박하면서 인사청문회가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후 조 후보자가 자료를 제출하면서 인사청문회는 정회 2시간여 만에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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