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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니키 헤일리, 트럼프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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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부상한 니키 헤일리, 트럼프 이길 수 있을까?

[장성관의 202Z] 1월 15일, 2024년 미국 대선 레이스 막 오른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1월 15일 개시된다. 일년 가까이 진행되는 대선 레이스 시작을 코앞에 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의 지지율이 갑자기 반등하며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23년 12월 21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뉴햄프셔 내 공화당 지지층의 29%가 헤일리 후보를 지지한다고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 1위를 기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호도에 불과 3퍼센트 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American Research Group 실시. 2023년 12월 14일-20일, 뉴햄프셔 거주 공화당 지지자 및 정당 무소속 유권자 600명 대상 전화 인터뷰.)

검색엔진 구글에서 헤일리에 대한 검색량은 3차 공화당 경선 후보자 토론회가 있었던 11월 8일, 그 뒤 TV 시사 프로그램에 연달아 출연한 12일, 그리고 12월 중순에 급증하며 꾸준한 오름세를 보인다.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진 지점은 그가 후보자 토론회에서 낙태 관련 가장 온건한 입장을 밝혔을 때, 트럼프를 향해 직접적이고 날카로운 비판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여론조사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을 때로 좁힐 수 있다.

니키 헤일리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유엔 미국대사를 역임했고, 현재 공화당 대선 후보 중 유일한 여성 후보다. 인도 이민자의 딸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그는 32세의 나이에 주하원의원에 당선되어 6년간 3선에 성공하고, 2010년 주지사에 당선되어 두 번 연임했다. 미국 내 가장 보수적인 지역에 꼽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역사상 유일하게 여성으로 주지사에 당선된 인물이자, 인도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연방정부에 입각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성, 인종적 소수자, 이민가정 출신인데다 검증된 공직 경력은 다른 후보들과 차이점을 보이기에 충분하다. 특히 그는 공화당 대선후보 중 유일하게 외교 경험이 있다는 점으로 비교우위를 확보했다. 보수진영 정치후원금 큰손인 코크(Koch) 가문과 그 네트워크는 11월 말 헤일리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고, 소위 제3지대에서 "정당 아닌 정당"을 표방하는 노 레이블스(No Labels)의 지지층 다수 또한 헤일리를 지지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AP=연합뉴스

헤일리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하지만 그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 그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이지만 공화당 1위 후보인 트럼프의 지지율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둘째, 헤일리 후보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지역은 뉴햄프셔 등 조기 경선지역(early state)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셋째, 헤일리 후보 지지층의 열성도와 소위 "후보 충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다른 대선 후보 캠페인의 선례와, 최근 여론조사 결과, 그리고 조기 경선지역 유권자 인터뷰를 종합해 보면 니키 헤일리 후보가 선전하더라도 뉴햄프셔 경선에서 2위,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2위를 기록한 뒤 수퍼 화요일 (Super Tuesday)을 기점으로 캠페인을 접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그에 대한 기대는 희망적 사고에 가깝고, 트럼프와 바이든 간 "리턴 매치"에 대한 피로감의 표출로 봐야 한다.

막 오르는 미국 대선 레이스, 초반 경선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 대선 레이스에서는 경선이 가장 먼저 치러지는 지역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코커스 (caucus, 당원들만 투표 가능한 폐쇄적 형태의 경선)가 가장 먼저 치러지는 아이오와, 그리고 프라이머리 (primary, 일반 유권자들도 투표 가능한 경선)가 가장 먼저 실시되는 뉴햄프셔에 후보들이 공을 많이 들인다.

2023년 2월, 민주당 전국 위원회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의 첫번째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선두 주자로 발돋움 가능케 했던 지역이었고, 남부지역 흑인 표심을 움직이기 위한 판단이라고 해석됐다. 하지만 이 발표 뒤 뉴햄프셔 주는 곧장 경선 날짜를 1월 23일로 앞당겼다. 경선의 일정은 법에 따라 각 정당 중앙당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뉴햄프셔 주 법에는 매번 대선의 최초 경선은 해당 주에서 치러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뉴햄프셔 민주당 위원회에서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이 지역의 유권자들은 최초 경선지역이라는 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이오와주는 DNC와 협의해 첫 경선지 자격을 포기했다. 편집자주)

실제로 지난 50여 년간 최초 경선지역(아이오와, 뉴햄프셔)은 전국 표심의 풍향계로 작동한 적 있다. 1976년 대선 당시, 인지도가 사실상 전무했던 지미 카터 후보는 아이오와에 가능한 많이 방문하고 지역 유권자들과의 대면 기회를 최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접근법이었는데, 아이오와에서 민주당 경선 1위를 기록해 이후 경선지역 민심을 움직였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이후 많은 대선후보가 그의 전략을 재현하고자 시도했다. 1998년 대선에 도전했던 크리스 다드(Chris Dodd) 상원의원은 그의 가족을 모두 아이오와로 이사시키기까지 했다. 2012년 미셸 바크만 당시 연방하원의원, 2015년 스캇 워커 당시 위스콘신 주지사, 2019년 카말라 해리스, 그리고 2023년 팀 스캇 연방상원의원 또한 아이오와 경선에 "올인"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들은 모두 그 뒤로 두 달 내에 대선 캠페인 자체를 중단했다.

2012년 당시 대선 후보 존 헌츠먼은 아이오와는 포기하고 뉴햄프셔에서만 100회 이상의 행사를 주최했으나, 뉴햄프셔 경선에서 3위를 기록하고 중도 하차했다. 2016년 대선에 도전했던 마르코 루비오 연방상원의원도 비슷한 경우다. 당시 그는 일명 "3-2-1 전략"을 내세우며, 아이오와에서 3등, 뉴햄프셔에서 2등,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등을 해서 Super Tuesday에서 가장 많은 표를 확보하고자 했으나 결국 고배를 들어야 했다.

물론 아이오와 선거를 목전에 두고 지지율이 급등하는 경우는 적지 않다. 2004년 존 케리, 2008년 오바마와 마이크 허카비, 2012년 릭 샌토럼, 그리고 2016년 테드 크루즈가 그랬는데, 이 중 본선에 진출한 후보는 존 케리와 오바마 단 두 명에 그친다. 무엇보다, 이 둘은 아이오와 또는 뉴햄프셔 한 곳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았다. 최초 경선지역 올인 신화는 1976년 이후 재현되지 않고 있다. 이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표수는 전체 선거를 봤을 때 미미하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 기간 양당 후보들이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주최한 행사의 숫자를 비교해 보면, 각 후보가 이 두 곳에서 얻은 득표 순위 역순에 거의 부합한다. 이 지역에 집중한다는 것은 대선 후보 캠페인의 절박함을 방증하는 것과 같다. 론 디샌티스 후보 또한 아이오와 내 99개 카운티를 모두 방문하는 등 많은 자원을 이곳에 투자했다.

최초 경선 지역에 주력하는 것은 니키 헤일리 후보도 마찬가지다. 그의 전국 평균 지지율은 2022년 11월 22일까지 두 자릿수를 넘지 못했는데, 뉴햄프셔에서는 9월 초부터 10%를 넘겼고 선호도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24년 1월 4일 기준, 그의 전국 평균 지지율은 11.2%로 1위인 트럼프에 비해 50퍼센트 포인트 뒤처져 있다. 이에 반해 뉴햄프셔 내 그 둘의 지지율은 각 29.1%와 42.3%로 그 격차가 13퍼센트 포인트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뉴햄프셔주의 특성 또한 한몫한다. 뉴햄프셔는 "스윙 스테이트"라고 불리는 경합지역으로, 1992년 이후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민주 양당 후보의 득표율 차이가 5퍼센트 포인트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 그때부터 뉴햄프셔를 대표하는 주지사와 연방상원의원은 각 정당에서 온건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맡고 있다. 1993년부터 2011년까지 연방상원의원을 지낸 저드 그렉 (Judd Gregg)은 공화당 소속임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연방 상무장관에 임명했다. 현재 뉴햄프셔의 주지사인 크리스 스누누 (Chris Sununu)는 공화당 내 반트럼프 계파와 노레이블스에서 대선 출마 요구를 오랫동안 받았다. 뉴햄프셔 유권자의 대다수는 "따뜻한 보수"라 이런 성향의 정치인들을 선택해왔다.

니키 헤일리는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중 뉴햄프셔의 풍토와 가장 가까이 있다. 위에 언급한 존 헌츠먼이 지난 2012년 이 지역에 주력한 것 또한 같은 계산의 결과다. 헤일리 후보는 다만 여기에 더해, 직후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그의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의 고향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풀뿌리 민심은 니키 헤일리를 향하고 있지 않다. 지역으로 한정해도, 헤일리의 지지율은 트럼프의 그것에 비해 절반을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역사적 유례를 찾기 힘든 '콘크리트' 트럼프 지지층

영국 일간지 <가디언>뿐만 아니라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여러 지역 언론의 현장 보도를 통해 공화당 유권자들 또한 압도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헤일리 지지자들 또한 트럼프를 반대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즈>가 12월 초 뉴햄프셔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헤일리 지지자들의 대다수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그에게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다.

이런 추세는 전국적으로도 나타난다. 11월 중 모닝컨설트가 전국 613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는 지난 2020년 트럼프에 투표했던 유권자의 무려 88%가 그에게 다시 투표할 의향이라고 응답했다. 이 들 중 다른 공화당 후보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힌 응답자는 7%에 그쳤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정당 충성도가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은 수년간 많은 여론조사에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단일 후보가 이렇게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아이오와 코커스가 단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물론 불가능이란 없다. 또 위에 언급했듯 아이오와에서 경선 직전 지지율이 급등하는 일은 적지 않게 일어난다. 하지만 그 이변이 올여름 전당대회까지 이어질까? 니키 헤일리는 독특한 배경과 탄탄한 경력을 가진 후보임에도, 2024년 본선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트럼프의 지지층과 그들의 충성도는 유례없이 견고하고, 그 벽은 여성과 소수자 앞에 유난히 높은 것이 애석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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