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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나를 떠받치는 진정한 힘은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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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 아메리카나를 떠받치는 진정한 힘은 '달러'다

[프레시안 books] <달러의 힘>

미국의 슈퍼파워는 대략 세 갈래로 나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국방비다. 지난해 기준 미국 국방비는 8770억 달러(약 1160조 원)에 달했다. 홀로 전 세계 국방비의 40퍼센트가량을 차지했다. 전 세계 200개국이 국방에 쏟아 붓는 돈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이 혼자 사용한다. 2위 중국의 국방비 총액은 2520억 달러(2021년 기준)로 미 국방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압도적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쟁국가 미국이 이처럼 국방에 큰돈을 지출하면서 자연스럽게 미 인민의 삶은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복지, 교육 등 다른 분야 지출을 그만큼 줄여야 한다.

둘째로 꼽을 수 있는 건 문화파워다. 할리우드 영화는 문자 그대로 전 세계를 지배한다. 팝음악은 애초 미국 블루스와 블루그래스, 포크 등의 융합으로부터 나왔다. 미국은 압도적인 스포츠 최강국이다. 올림픽 순위에서 중국이 국력 신장을 상징하듯 치고나오고 있지만, 프로스포츠, 생활스포츠 저변에서 미국을 따라가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미국 패션, 미국 뮤지컬, 미국 패스트푸드는 전 세계인이 사랑한다.

미국의 기술력은 경쟁국과의 초격차를 굳히는 힘이다. 미국은 고등교육 시장을 개방하고 이를 자본과 융합해 산학연이 완벽히 어우러지는 바탕에서 기술력을 확보해나갔다. 지금도 시가총액 기준 사우디 아람코(3위)를 제외한 상위 7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미국 기업이며 모두 기술기업이다. 중국이 빅데이터, 우주공학 등 일부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거나 맹렬히 따라붙고 있지만, 적어도 아직은 미국의 기술우위가 확장성과 기타 산업과 융합 면에서 확고하다.

이 같은 미국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진정 가능케 하는 힘이 있다. 바로 <달러의 힘>(김동기 지음, 해냄)이다. 달러는 의심의 여지없는 세계 기축통화다. 지난 100년을 지나오며 달러의 패권은 여러 차례 도전받아왔으나, 적어도 아직 달러화의 지위가 흔들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작 <지정학의 힘>(아카넷)에서 열강의 지정학적 패권다툼사를 정리했던 국제 문제 전문가인 저자는 이번 책에서 달러를 소재로 미국 화폐금융사, 정치경제사를 크게 훑어 그 핵심 사항을 짚어냈다.

저자는 달러화의 힘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가 세 가지 금융무기를 자유롭게 사용해 세계 패권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그 세 가지는 블랙리스트 등재력, 외국 은행 활용, 외국 금융기관과 직접외교다. 이 가운데 우리의 기억에도 깊이 자리한 2003년 대북 경제 제재를 사례로 블랙리스트 등재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니는지를 훑어본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다. 북미 관계가 급속히 냉각했다. 미국은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미 정부 당국은 북한의 불법 자금 세탁 거래처로 지목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국 금융기관은 이 은행에 어떤 계좌도 개설하지 못하며 유지할 수도 없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 은행 예금 3분의 1 이상이 빠져나갔다. 크게 놀란 마카오 당국은 예금 지불 유예 조치를 단행하고 이 은행에 개설된 52개 예금계좌에 든 북한 관련 자산 2500만 달러를 동결했다. 그리고 북한에 금융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북한으로서는 엄청난 거액을 찾지 못하는 국가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그치지 않았다. 싱가포르, 스위스 등에 있던 북한과 거래하던 은행들도 일제히 북한과 거래를 중단했다. 심지어 중국 국영은행마저 이 대열에 동참했다. 이로써 북한은 세계 금융 시스템에서 사실상 완전히 쫓겨났다. 미국이 한 일은 단 하나의 은행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에 불과했다. 미국과 거래할 수 없다는 건 달러 결제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은행으로서는 사망선고다.

결국 북한이 무릎을 꿇었다. 2007년 미국은 그제야 제재를 해제했고 북한은 더는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물론 김정은 집권 후 이 약속은 무효가 됐다.).

달러화가 기축통화인 이상 미국의 금융 파워는 유지된다.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은행 간 국제 송금 전산망)를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SWIFT에서 퇴출하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현재 200개 이상 국가의 1만1000개 이상 금융기관이 SWIFT 망에 들어 있다. SWIFT를 통해 연간 150조 달러 이상의 국제 송금이 이뤄진다. 즉 세계 금융 거래 핏줄이다. 여기서 퇴출된다는 건 달러화 결제망에서 퇴출된다는 의미다. 러시아는 그 때문에 중국과 손잡았다.

SWIFT는 국제 금융기관 간 조직이지만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이후 이곳을 통과하는 주요 거래 데이터를 수집했다. SWIFT의 데이터를 장악하면 미국은 적대 세력의 자금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로, 얼마나 흘러들어가는 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이 가진 제2의 첩보위성이나 마찬가지며, 그 정밀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강력한 달러화의 위력은 오늘날 세계 2강으로 떠오른 중국이 런민비(위안화, 人民币)를 왜 그토록 새로운 기축통화로 만들고 싶어하는가를 보여준다. 중국은 아예 SWIFT에 대항해 2015년 CIPS(Crossborder Interbank Payment System)를 도입했다.

과연 가능할까. 저자는 가능성은 있으나,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평한다. 2021년 기준 CIPS는 약 80조 위안(11조4400억 달러)을 처리했으나 SWIFT에는 한참 못미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리 규모가 50% 이상 급증했으나, 아직 대부분은 중국-홍콩 간 거래다. 중국이 세계 최대 수출국이자 세계 2위 수입국으로서 경제적 위상을 갖고 있으나, 불투명한 중국 금융 시장을 고려하면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할 안전자산으로 여겨질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아 보인다.

책은 달러화의 출범과 양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달러 기축 체제의 도전과 위기, 이후 세계 경제사를 훑는다. 우리에게는 특히 아시아 외환위기 과정에 관한 대목이 흥미롭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이자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미국 중앙은행시스템을 그렸고 국가 주도 수출경제체제의 바탕을 닦았다. 해밀턴을 학습한 이후 여러 나라가 초기 미국 모델을 본받아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그 우등생으로 소련, 일본, 군부 독재 시절 한국 등을 들 수 있다.)을 전후한 중요한 인물들의 결정을 세밀히 다룬 대목도 중요하게 읽힌다.

오늘날 우리는 달러 패권 시대를 매일같이 경험한다. 미 연방준비은행(연준·Fed)이 기준금리 정책을 발표하는 즉시 세계 경제가 크게 출렁인다. 비록 금융권 종사자가 아니라도, 해외여행을 준비하거나 해외 직구를 추진하는 이들은 일상적으로 달러 환율 추이를 본다. <달러의 힘>은 우리의 일상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그 힘이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했는지, 그리고 오늘날 어떠한 도전을 받고 있는지를 넓고 깊게 정리했다.

▲<달러의 힘>(김동기 지음)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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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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