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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죽던 가자 미숙아들 '긴급 탈출'…"최대 병원이 죽음의 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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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로 죽던 가자 미숙아들 '긴급 탈출'…"최대 병원이 죽음의 지대로"

알시파 병원 전력 끊겨 인큐베이터 나와 39명 중 31명만 생존·2명은 대피 하루 전 숨져…알시파 수색 계속·20일 인도네시아 병원도 폭격

이스라엘군이 진입해 수색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의 미숙아들이 가자지구 남부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연료가 고갈된 병원에서 인큐베이터가 작동을 멈춘 뒤 신생아들이 차례로 목숨을 잃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기존 공개한 알시파 병원 부지 땅굴 내부 영상 등 병원이 하마스 지휘소라는 것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내놨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일(이하 현지시각) 이슬람권 적십자 격인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와 함께 알시파 병원에 입원 중이던 31명의 미숙아 및 저체중아를 가자지구 남부 알헬랄 알에마라티 산부인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신생아들은 이달 중순 전력 부족으로 알시파 병원 인큐베이터가 작동을 멈춘 뒤 일반 병상에 여럿이 함께 누워 가까스로 체온을 유지하며 일주일 이상 힘겹게 버텼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차례로 숨지며 당초 병원이 보호하고 있던 신생아는 39명으로 알려졌지만 31명만 살아 남았고 그 중 2명은 대피 전날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신생아들이 이송된 병원 의사들은 알시파 병원에서 감염 관리 조치 지속이 불가능했고 의료 장비가 부족했던 탓에 넘겨 받은 신생아 전원이 심각한 감염과 싸우고 있으며 11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밝혔다. 기구는 신생아들의 부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아 부모 없이 대피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 아슈라프 알쿠드라는 아이들이 20일 이집트로 이송될 예정이며 부모도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체는 다만 가자지구의 통신망이 붕괴된 상태고 이동이 너무 위험해 부모들에게 어떻게 통지할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이동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는 19일 알시파 병원에 남아 있는 22명의 투석 환자 및 50명 가량의 척추 부상 환자를 포함해 250명 이상의 환자와 20명 이상의 의료진 또한 대피시키기 위한 계획이 진행 중이며 이 작업이 며칠 가량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알시파 병원에 도착한 세계보건기구가 이끈 유엔 합동 인도주의 평가팀은 이 병원 상황이 "절박"하며 "죽음의 지대"와 같다고 표현했다. 이 병원에 단 1시간만 머물 수 있었던 평가팀은 "포격과 총격의 흔적이 분명했고 병원 입구에서 80명 이상이 묻혔다고 전해 들은 대규모 무덤을 봤다"고 증언했다. 평가팀은 "깨끗한 물, 연료, 의약품, 식량 및 다른 필수 지원품 부족"으로 가자지구에서 가장 크고 잘 갖춰진 병원이었던 알시파가 "의료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중단했다"고 판단했다.

의료 기관 및 유엔 시설에 대한 공격은 계속됐다. 가자지구 북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병원 의료 책임자 마르완 알술탄은 20일 오전 2시께 병원이 폭격 당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 전차(탱크)가 병원을 포위하고 있으며 가자지구 보건부 관리들에 의하면 사망자가 12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알쿠드라 대변인은 알자지라에 병원에 환자 및 의료진 700명이 머물고 있으며 이 병원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알시파 병원과 같은 일을 당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인도네시아 병원 또한 하마스 테러 기반시설을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말 유엔 기구 대피소와 구호단체 차량도 공격 당했다. 19일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집행위원장 필립 라짜리니는 17~18일 이틀 연속으로 가자지구 UNRWA 학교가 공격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18일 폭격 당한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 알파쿠라 학교에 최대 7000명 가량의 난민이 대피해 있었고 이번 공격으로 최소 24명이 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학교가 지난 4일에도 폭격 당해 12명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라짜리니 집행위원장은 17일엔 가자시티에 위치한 알팔라 학교가 폭격 당했고 당시 최대 4000명이 이 학교에 피신해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을 피해 가자지구 주민들은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겨진 유엔 기구 학교로 몰려 들었고 UNRWA는 관련 시설에 90만 명 가량의 난민을 보호하고 있다.

라짜리니 위원장은 이번 전쟁 시작 뒤 UNRWA의 적어도 17개 시설이 직접 폭격을 맞아 대피 중이던 주민 176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전쟁 규칙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인간성에 대한 완전히 무시"라고 비판했다. 미 CNN 방송은 이스라엘군이 해당 사건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고 전했다.

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MSF)도 18일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인근 사무실에 일주일 동안 갇혀 있던 직원 및 가족 137명을 남부로 대피시키려던 차량이 "고의적 공격"을 받아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단체는 대피 차량 5대 모두에 "국경없는의사회 표식이 선명하게 표시돼 있었다"고 공격을 규탄하며 "즉각적 휴전"을 촉구했다.

이스라엘, 알시파 병원서 또 다른 증거 제시했지만…

한편 지난 15일부터 알시파 병원 내부에 진입해 수색 중인 이스라엘군은 19일 병원이 하마스 지휘소를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가 증거 영상을 내놨다. 기존 공개한 알시파 병원 부지 북부 경계 부근의 땅굴 입구 영상에 이어 해당 땅굴의 내부를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스라엘군은 10m 깊이의 땅굴 내부의 55m 가량 구간을 공개하며 이 구간의 끝에 방폭문과 발사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은 해당 문에서 끝나며 문이 어디로 연결돼 있는지는 드러나 있지 않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의 수석 정치 분석가 마르완 비샤라는 해당 땅굴이 "아마 수십, 수백 개의 땅굴 중 하나일 것이다. 가자지구에 땅굴이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문제는 땅굴 자체를 찾는 것이 아니라"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군과 함께 해당 땅굴 입구를 방문한 미 CNN 방송은 새로 공개된 땅굴 내부 영상이 이스라엘이 지금까지 제시한 것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증거"라면서도 "병원 밑에 하마스 지휘소가 있다는 주장을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하진 못한다"고 평가했다.

해당 땅굴 입구에 방문한 바 있는 <뉴욕타임스> 또한 "병원 밑에 광범위한 하마스 지휘소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다만 이스라엘군이 환자와 의료진이 남아 있는 병원을 무너뜨리지 않으며 지휘소를 찾기 위해 느리고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알시파 병원 폐쇄회로 TV(CCTV) 자료로 추정되는 또다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당일인 지난달 7일 오전 10시42분부터 11시1분까지를 기록한 해당 영상엔 이스라엘 영토에서 납치된 인질 2명이 나타나 있다. 인질 한 명은 부상 당해 구급 침대를 통해 옮겨지고 있고 한 명은 걷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해당 인질들의 국적이 네팔과 태국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영상이 "하마스 테러조직이 10월7일 학살 당일 알시파 병원 단지를 테러 기반시설로 이용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관련해 가자지구 보건부는 영상의 진위를 의심하면서도 만일 영상이 사실이라면 병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치료를 제공한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알시파 병원 인근에서 이스라엘인 인질 사망 경위를 두고도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19일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 때 납치돼 사망한 노아 마르시아노(19) 상병 주검에 대한 예비 병리학적 조사 결과 그의 직접적 사망 원인이 이스라엘군 공습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가자시티에 붙들려 있던 마르시아노 상병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지만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고 이후 하마스가 그를 알시파 병원으로 데려간 뒤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마르시아노 상병 주검을 지난주 알시파 병원 인근 구조물에서 발견했다고 17일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주 하마스는 마르시아노 상병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편 하마스 측이 지난주부터 3~5일 간 일시 교전 중지 등을 조건으로 인질 50명 가량을 석방하는 안에 하마스 이미 동의했고 이스라엘 쪽이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19일 마이클 헤르조그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미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며칠 안에 협상이 성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인질 협상을 중재 중인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총리도 이날 도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재 협상의 주요 장애물은 "매우 사소한", 주로 "실용적이고 수송 관련" 문제로 "사람들을 집으로 안전하게 돌려보낼 수 있는 합의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더욱 확신한다"고 말해 희망적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마스 퇴치 뒤 가자지구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가 단일 통치 구조, 궁극적으론 재활성화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아래 재통합 돼야 하며 우리 모두가 두 국가 해결책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

▲ 1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서 대피한 미숙아들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한 병원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치료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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