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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적 제작시스팀? 오너리스크? 다시 짚어보는 SM 경영권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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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적 제작시스팀? 오너리스크? 다시 짚어보는 SM 경영권 분쟁

[케이팝 다이어리] 전문경영인만 앉히면 문제는 사라지나?

한국사회는 너무 빨리 변한다. 어지간한 이슈는 일주일 이상 이어지지 못한다. 항상 새로운 이슈가 나타나 이전 뉴스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 그 이슈에 주목했냐는 듯 새로운 화제를 좇아간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파헤치거나 짚어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문제가 적지 않다.

올해 케이팝 이슈 중 SM의 경영권 분쟁만큼 큰 이슈가 있었을까. 이 이슈가 진행되는 동안 카카오와 하이브 가운데 누가 승리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카카오가 승리했다. 하지만 최근 검찰은 카카오가 SM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강모씨, 이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도 검찰에 송치되었다. 이런 소식은 카카오의 승리가 맞는지, 상처뿐인 영광은 아닌지, 검찰의 조사는 통과의례처럼 지나가는 관례인지 되묻게 만든다.

반면 SM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 하이브는 SM의 IP를 위버스에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손해만 보았다고 하기 어렵다. 덕분에 유료 이용자가 늘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패배자로 치부할 수 없다.

사실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가장 큰 손실을 입은 주인공은 이수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SM의 라이크 기획을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편취했는지 만방에 드러났고, 원하는 대로 하이브 쪽이 승리하지 못했으며, 다시 SM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이미 가진 게 많은 이를 걱정하는 쓸데없는 오지랖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문제는 어느 쪽이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는지가 아니다. 이렇게 이런저런 문제가 드러났을 때, 그 문제를 충분히 복기하면서 더 많은 의견이 오가게 만들지 못하고,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찾고 합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이수만이 라이크기획을 통해 수익을 가져간 방식과 액수가 문제이고, 이것이 전형적인 오너 리스크이며, 더 이상 유지되어서는 안 되는 전근대적 제작시스템이라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시스템을 바꾸어야 하는지, 그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지, 그만큼의 여론과 제도적 개입을 만들어 낼만큼 한국 대중문화산업 안팎은 건강한지 짚어보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일반적인 주식회사처럼 회사 내 자금의 흐름을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특정인에게 집중한 분배방식을 타파하면 되는 일일까. 왜 그동안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일까. 앞으로 이수만처럼 큰 역할을 해내는 오너에게 어느 정도의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이 합리적일까. 오너가 아무리 큰 역할을 하고, 많은 일을 해낸다 해도 일정 수익 이상 지급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회사 내에 존재하고, 그 같은 공감대를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일까. SM 이외의 케이팝 제작사에서는 오너에게 지나친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운영을 하고 있을까. 투명하고 합리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음악인 출신 설립자 오너 대신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면 되는 일일까.

어쩌면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운영하는지 못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노동자들이 이 같은 문제를 이야기 하고 논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고, 노사협의회를 운영하지 않는 회사에서 오너는 신처럼 군림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오너가 선생님이 되고, 선생님 앞에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는 회사는 누군가에게는 지옥이었을 수 있다. 오너만 바뀌었을 뿐, 계속 침묵해야 한다면 누군가의 노동과 창의성은 계속 착취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전문경영인이 운영하고 글로벌 디벨로퍼 자본의 역할이 커지면 문제가 줄어들었다고 안심해도 될까. 경영진과 주주의 입장이 강해지면서 제작사마다 다른 케이팝 팀들의 개성과 매력, 세계관이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케이팝 제작자본이 글로벌 디벨로퍼 자본과 결합하는 방식이 자연스러운 수순이고, 그렇게 해서 회사 규모를 키워야 성장하고 살아남는다 해도, BTS가 계속 지켜온 세계관을 이어가는 대신 <Butter> 같은 곡을 내놓고 히트하는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있을까. 아티스트의 개성과 세계관보다 히트 여부가 중요해지고, 매출과 주식 가치가 더 중요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은 케이팝 제작자본의 변화에 긍정적인 평가만 내리며 맘 편히 안심하지는 못하게 만든다. 분명 어떤 변화는 막을 수 없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좋은 게 다 좋은 게 아니고,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음악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SM 경영권 분쟁에서 좀처럼 말하지 않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다.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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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

음악 글을 쓰고, 심사하고, 평가하고, 연구하고, 강의하며 산다. 가끔 공연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동안 <밥 딜런, 똑같은 노래는 부르지 않아>, <음악편애>, <누군가에게는 가장 좋은 음악>, <음악열애>, <그렇다고 멈출 수 없다>를 썼다. <대중음악의 이해>, <대중음악 히치하이킹하기>, <인간 신해철과 넥스트시티>는 함께 썼다.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리뷰>,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음반 인터뷰>, <레전드 100 아티스트>, <음악과부도>, <나쁜 장르의 B급 문화>, <한국대중음악명반 100>은 거들었다. 취미는 맛있는 빵과 디저트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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